속초 동아서점 김영건 대표의 속초 안내서 <속초>(21세기북스)가 이번 달에 새로 나왔다. 김 대표는 이 책에서 속초의 역사와 함께 속초 명소 24곳을 소개한다. 책은 저자가 도슨트처럼 속초 곳곳을 설명하는 식이다. 저자가 소개하는 장소에는 영랑호, 청초호처럼 자연경관도 있고 조양동 선사유적지, 학무정 같은 역사유적, 그리고 수복로, 중앙시장, 순대골목처럼 거리도 포함된다. 이외 김 대표는 문천당, 비단우유차, 김송순아마이젓갈 등 개성 있는 상점으로도 안내한다.
부친과 함께 서점을 운영하고 있는 저자는 속초를 찾은 이들이 서점에 들러 속초를 소개하는 책을 찾을 때마다 난감했다고 한다. 속초문화원 등에서 나온 비매품 외에는 속초에 관한 단행본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그는 출판사의 제안을 받고 속초를 소개하는 책을 쓰게 됐다. 서점 운영과 취재를 병행하는 일이 쉽지 않았지만 그는 속초 구석구석을 걸으며 속초가 가진 매력과 의미들을 발견했다.
이 책은 21세기북스의 ‘대한민국 도슨트 시리즈’의 한 권이며 ‘도슨트’를 표방한 책답게 저자는 한 장소를 설명할 때 표면적인 모습뿐만 아니라 그 장소에 깃든 거시적이거나 미시적인 역사적 배경을 제시한다. 이러한 까닭에 이 책은 속초에 관한 역사책이라고도 볼 수 있다. 주로 현대 속초에 대해 다루고 있지만 조양동 선사유적지처럼 속초의 저 먼 과거에 대해서도 환기한다.
저자는 관광 명소를 홍보하듯 속초를 예쁘게만 포장하진 않는다. 그는 하나의 장소를 얘기하면서 그곳에 드리워진 그림자에도 주목한다. 가령 동명동성당에 대해 이야기할 땐 성당 앞에 개발이 추진되는 40층짜리 고층 건물에 관한 우려를 전하고 청초호 부분에서는 철새도래지 뒤편에 세워질 뻔했던 41층 건물을 둘러싼 갈등을 다룬다. 그리고 대포항을 바라보며 3·1운동 같은 역사의 흔적을 살필 수 없이 상업시설만 가득한 현재 모습에 안타까움을 표한다.
책은 객관적인 정보만을 제시하고 있지는 않다. 어떤 글은 개인의 이야기를 통해 그 장소가 가진 매력을 드러낸다. 영랑호에 대해서는 어릴 적 부모님과 함께 그곳에서 운동했던 일을 떠올리며 풍경을 그려낸다. 순대골목 편에서는 중학생 시절 아버지와의 추억을 얘기하며 속초의 대표음식으로 순댓국을 제시하는 주관을 내비친다.
이 책에는 속초를 바꿔나가는 젊은 속초인의 얘기도 담겨 있다. ‘완벽한 날들’ 최윤복·하지민 부부, ‘비단우유차’ 이민성 대표, ‘완앤송하우스레스토랑’ 박재완·송지은 부부는 속초에 돌아오거나 이사 온 지 몇 년이 되지 않은 이들이다. 저자는 이들이 속초에 어떤 특색을 더하고 있는지 보여준다.
몇몇 장소에 대해선 주위에 가볼 만한 곳을 정리, 제시하고 있는데 이런 정보들은 특히 관광객들에게 유용하다. 또한 이 책은 엄경선 속초문화원 향토사 연구위원의 감수를 거쳐 신뢰성을 더하고 있다. <속초>는 속초 역사에 관한 책이자 여행 안내서적으로 충분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광호 객원기자 campin@hanmail.net
이번에 속초 안내 책 <속초>를 펴낸 동아서점 김영건 대표. (사진 촬영 – 김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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