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말부터 러시아 수역에 진출해 조업 중인 속초지역 대형 오징어채낚기 어선들이 올해 유례없는 심각한 어황 부진으로 적자조업을 면하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올해 러시아 입어 만료시한(10월 28일)이 10여일 밖에 남지 않아 이 때까지 어황이 크게 개선되지 않으면, 어선 한 척당 수 억원의 빚을 안게 돼 관련 업종 어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속초수협과 관련 업종 어민들에 따르면 속초지역 대형 채낚기어선 8척을 포함해 전국의 채낚기어선 80여척이 지난 7월 25일부터 러시아 수역에서 조업 중이다.
속초지역 어선들은 지난 2001년 한·러 어업협상 이후 전국의 다른 지역 어선들과 함께 매년 러시아 수역으로 진출해 조업을 해오고 있다. 러시아 수역 조업은 국내 수산환경이 크게 악화된 상황에서 지역 어촌경제 활성화의 효자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올해는 러시아 수역에서의 사상 유례없는 어황부진으로 어민들이 적자조업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속초수협은 “예년에는 이맘 때 쯤이면 어선 한 척당 평균 5,000팬(팬당 8kg 이상) 이상의 오징어를 잡았지만, 올해는 러시아 수역으로 입어한 지 두 달이 넘었지만 대부분의 어선들이 1,000팬 정도의 오징어 밖에 잡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수협은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예년에는 어선들이 어창에 가득 찬 고기를 비우기 위해 한 번 쯤은 속초항에 입항했다가 다시 러시아 수역으로 나갔는데 올해는 어황부진으로 어창에 고기를 채우지 못해 아예 돌아오지도 않고 계속 러시아 수역에 머물며 조업을 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했다.
관련 업종 어민들도 “러시아 수역에 입어하기 위해서는 입어료와 선원 인건비, 부식 구입비 등을 포함해 척당 2억여원의 출어경비가 소요되는데 5,000여만원의 어획고밖에 올리지 못해 1억5,000여만원의 적자가 발생한 상태”라며 “문제는 입어 기간이 이제 10여일 밖에 남지 않아 지금으로선 적자조업을 피할 수 없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어민들은 또 “러시아 조업이 적자로 끝나면 내년 초 울릉도 해상으로의 조업이나 8월 러시아 수역으로의 조업을 위해서는 다시 1억5,000여만원의 자금을 추가로 확보해야 돼 빚만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된다”며 “빚을 떠안고 또 다시 바다로 나가야 할지 막막하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한 어민은 “러시아 수역에서의 조업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지난 15일 조업 어선과 통화해 보니 어황이 부진해 대부분의 어선들이 16일 러시아 감독선에 출경보고서를 제출하고 입어 만료시한보다 조금 빠른 25일경 러시아 수역에서 빠져나오고 있다고 한다”며 “러시아 입어 이후 이 같은 어황 부진은 올해가 처음이어서 큰 빚을 떠안고 다시 조업을 재개해야 할지 고민이 많다”고 털어놨다.
속초수협 관계자는 “올해 러시아 수역에서의 조업이 예년만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정확한 어획량은 어선들이 속초항에 귀항해야 알 수 있다”고 했다.
고명진 기자 mjgo905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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