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소리를 하면 젊어지고, 속에 있는 화도 가라앉고 한도 풀 수 있어요.”
민요 강사 김헌섭(34) 씨는 속초에 살면서 10년째 민요를 알리고 전파하는 일에 매진하고 있다.
그는 현재 속초문화원 문화학교 민요교실 강사로 활동하고 있고, 문화관광부의 학교 국악예술 강사로 초등학교에 나가 아이들에게 교과서에 나오는 국악을 가르치고 있다. 때론 공연 의뢰가 들어오면 무대에 오르기도 한다. 지난해는 한국국악협회 속초지부의 정기공연에 함께 했다.
2009년 속초 정착…갯마당서 활동
인제 출신인 김 강사가 민요를 하게 된 것은 신남중학교 2학년 때 담임교사의 권유로 특기적성교육인 민요반에 들어가면서다. 처음엔 낯설고 재미가 없어 ‘땡땡이’를 쳤다가 혼나기도 했다는 그를 민요로 이끈 이가 당시 민요반 강사였던 이유라 현 (사)강원소리진흥회 이사장이다. 이 이사장은 김 강사의 노래를 듣고 우리 소리를 배워보라고 권했고, 아빠와 달리 반대했던 엄마를 설득해 춘천을 오가며 본격적으로 민요 공부를 시작했다. 스승인 이유라 이사장은 당시 경기민요 이수자로 대학에 강사로 나가고 있었다. 김 강사도 자연스레 경기민요를 전공했다. 서울국립예술고(현 국립전통예술고)를 거쳐 서울예술대학교를 졸업했다.
그의 속초 정착은 우연히 이뤄졌다. 대학을 졸업한 2009년, 서울예대 선배인 임희영 씨가 민속문화연구회 갯마당의 사무국장을 맡고 있어 속초에 놀러 왔다가 민요를 하는 단원이 없으니 해보라고 제안해 눌러앉게 됐다. 갯마당 객원단원으로 활동하며 각종 공연에 참여해 민요를 불렀다.
이듬해 속초문화원의 민요교실 강사도 맡아 경기민요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아리랑을 비롯해 창부타령, 태평가, 뱃노래, 자진뱃노래 등이 경기민요다. 민요교실 수강생은 대부분 어르신들이다.
“민요교실 강사를 맡고 처음 3년은 나이 때문에 힘들었어요. 저희 엄마보다 훨씬 연세가 많은 분들이다 보니, ‘어린 네가 뭘 알까’ 하는 편견을 갖고 계셨어요. 내 스스로 이겨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나이 떼고 선생님과 배우는 학생 입장에서 바라보기로 한 거죠. 그러면서 풀리게 됐고, 수강생 중에는 6년째 배우는 분도 있어요.”
김 강사는 수강생들에게 발성부터 소리에 멋을 주는 시김새, 정확한 음을 내게 하는 방법 등도 가르친다.
속초문화원의 학교문화예술교육사업으로 청호초교와 청봉초교 아이들에게 속초사자놀이 민요파트와 소리극도 지도하고 있다. 학교 국악예술강사는 2009년부터 시작해 속초와 양양뿐 아니라 인제지역 초등학교에도 나간다. 코로나19로 현재는 모든 교육이 중단된 상태다. 문화원 문화학교는 4월 6일 개강할 예정이다.
민요강사 길 걸으며 우리 음악 전파
김 강사는 우리의 전통 노래 민요가 널리 퍼져나가고 대중화되기를 바라며 앞으로도 민요강사의 길을 묵묵히 걸어갈 계획이다. TV 트로트 예능프로그램에 고교 선배가 나오는 걸 보고 ‘우리 음악이 얼마나 빛을 못 보면 저기에 나갔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씁쓸했다고 한다.
“민요를 어려워하고 부담스러워 하는데, 우리의 전통 소리를 우리가 지키고 불러야죠. 앞으로도 지금 하는 민요강사 일을 꾸준히 하면서 문화소외계층에게 우리의 음악을 전파하는 게 목표입니다.”
김 강사는 2014년 결혼해 5살, 2살 된 두 아들을 두고 있다. 남편(이성룡)은 양양지역 군부대에서 장교로 재직 중이다. 김 강사는 군장병들의 문화예술향유를 위해 군부대 무대에도 올랐다. 결혼 직후 남편이 경기도지역에 근무할 때는 전방 GOP를 찾아가 공연을 했고, 연말에 군악연주회에 참여해 협연도 했다.
그는 강사로 활동하며 결혼한 그 해 제17회 강원전국경·서도소리경연대회에 나가 명창부 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김 강사 부모도 고교 때부터 헤어져 지냈던 딸과 가까이 있으려고 속초로 이사를 왔다.
장재환 기자
김헌섭 민요 강사가 갯마당 정기공연에서 민요를 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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