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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사업에 도전하는 것은 저를 흥분시켜요”
남다른 경영철학으로 고성 ‘바다정원’ 일군 길태준 대표/고객 요구 파악해 변화·성장…지역 특산품 제조업 계획/“사업은 기발한 접근 필요하지만, 현실 조건 고려해야”
등록날짜 [ 2020년05월25일 14시09분 ]

고성 용촌 해변가에 있는 ‘바다정원’은 몇 해 전부터 지역의 관광 명소로 전국에 널리 알려졌다. 빵과 커피를 즐기며 바다 앞 넓은 정원을 거닐 수 있는 점은 다른 장소와는 차별화된 바다정원만의 매력이다. 신관 옥상에서 고성의 맑은 바다 빛깔을 감상하는 것도 오래 남을 추억이 될 수 있고, 넓은 주차장도 관광객의 발길을 끄는 요소이다.
불과 몇 해 만에 지역 명소가 된 바다정원이지만 처음부터 지금의 완성된 형태로 그 자리에 세워진 것은 아니다. 바다정원은 횟집에 딸린 커피숍으로 출발했다. 그리 크지 않던 커피숍이 베이커리, 레스토랑 등을 포함하는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된 데에는 ㈜해정F&B 길태준(40) 대표의 남다른 경영철학과 노력이 있었다.

로봇공학자 꿈꾸던 학생
길 대표는 학창 시절 로봇공학자를 꿈꾸었다. 어릴 적 공부에 두각을 드러냈던 그는 고교 졸업 후 일본 국비유학생으로 쓰쿠바대학에서 로봇공학을 전공했다.
하지만 그는 대학 4학년 때 교수, 대학원생과 함께 휴일과 밤낮이 따로 없이 연구를 진행하면서 생각이 변했다. 쓰쿠바대학은 연구비 지원이 많은 관계로 4학년은 연구에 직접 참여할 수 있었다. 그런데 길 대표는 연구자로 참여하면서 연구비가 부족한 경우 로봇연구실인데도 자동차 연구를 해야 하는 상황도 있음을 알게 됐다. 공학자를 꿈꾸던 학생은 연구 예산을 지원하는 이들에게 연구가 휘둘리는 것에서 관료나 경영자의 중요성을 절감했고 이러한 생각에서 전공을 바꿨다. 길 대표는 국내로 들어와 서울대에서 기술정책과 경제학을 공부하고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의 삶은 그렇게 경제학이란 학문을 길로 이어지는 듯 보였다.
그러나 그가 오래도록 품어오던 고민에 한 사건이 도화선이 되면서 그의 삶은 또 다른 전기를 맞았다.
길 대표는 박사학위를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 서울대가 진행한 프로젝트로 한 대기업의 임원들을 대상으로 기업 혁신에 대해 발표한 적이 있었다. 그는 발표 이후 박사학위는 있지만 현장 경험이 부족한 자신이 자료를 보고 외국 사례를 검토해서 경험이 많은 이들에게 얘기한다는 것이 무언가 잘못된 거 같다고 생각했다. 대학원에 다니며 학원 사업을 한 적이 있긴 했어도 오랜 경험을 쌓은 게 아니었기에 그는 학문과 현장의 괴리를 극복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이후 길 대표는 경제의 현장으로 본격적으로 한 발 내디뎠다. 현재의 바다정원 구관 건물을 인수해 2015년 여름에 사업을 시작했다.
원래는 횟집이 주였고 커피숍은 물회를 먹은 고객들이 쉬어갈 수 있는 개념으로 개설했다. ‘외진 동네에 누가 커피만 마시러 올까’ 싶어 커피를 중심으로 창업할 순 없었다. 하지만 장사는 길 대표의 의도와는 다르게 흘러갔다. 6개월 만에 상황이 역전돼 횟집을 폐점하고 커피숍을 확대, 운영하게 됐다.

“사업은 불만 수정의 과정”
길 대표는 실물 경제의 현장에서 많은 것을 배웠고 배운 것을 바탕으로 바다정원을 바꿔나갔다. 자신이 원하는 바를 고집스럽게 추구하기보다 고객들의 요구를 빠르게 파악하고 하나씩 변화시키는 가운데 바다정원의 손님은 더욱 늘어났다.
이런 과정을 거치며 성장했기에 길 대표는 사업에 있어 자신의 주관을 강하게 내세우는 것을 경계한다.
“사업을 하려면 너무 큰 꿈을 꾸지 말고 오히려 많은 꿈을 버려야죠.”
길 대표는 계속 말을 이었다.
“창업자는 마치 세상을 순식간에 바꾸려는 듯 너무 많은 욕심을 내지 말아야 합니다. 적지 않은 창업자들이 기발하고 이색적인 아이디어로 무장하고 있지만 그런 모습이 현실 고려 없이 너무 앞서가려고만 하는 것처럼 보일 때가 있습니다.”
길 대표의 설명에 따르면 사업을 함에 있어 기발한 접근이 필요하지만, 이는 현실 조건들을 고려한 것이어야 한다. 그런데 창업자들, 특히 젊은 창업자들이 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앞서가는 생각을 구현하려고 자신감에 차 있다가 사업을 망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뛰어난 제조 기술, 남다른 아이디어만으로 사업이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사업은 고객들의 불만을 반영해 수정해나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말한 길 대표는 다음과 같이 질문했다.
“최고의 커피는 무엇일까요?”
길 대표는 창업을 준비하는 이들을 상담할 때가 있는데 가끔 최고의 커피 맛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사람을 만나곤 한다. 그런데 길 대표는 창업자가 자신이 추구하는 최고의 무언가로 승부를 보려는 자세가 섣부를 수 있음을 지적했다.
“하나만으로 모든 이를 만족시키는 제품은 없습니다. 커피 같은 기호식품은 누군가 최고라고 극찬해도 다른 이는 불만을 드러낼 수 있습니다.”
사업 초기 길 대표도 시행착오를 겪었다. 하지만 길 대표는 얼마 지나지 않아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유행을 따르거나 자신이 추구하는 바를 위해 고집을 부리기보단 좀 더 많은 이들이 만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끼게 됐다. 이런 생각에서 길 대표는 고객들의 목소리에 주목하고 바다정원을 개선해 나가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사업 개선을 위해 직원 교육을 중시한다.

사업 다각화 꿈꾸다
바다정원이 안착한 상황에서 길 대표는 자신이 오래도록 다듬어온 여러 아이디어를 현실화할 준비를 하고 있다. 애견 관련 사업, 요식업, 지역 특산품 제조 등 사업 다각화를 계획 중이다.
우선 올해에는 캐러멜 사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솜사탕처럼 부드러운, 특별한 캐러멜을 생산, 판매하는 이 사업은 지역 특산품 제조업을 진행하기 위한 일종의 교두보이다. 앞으로 우리 사회에서 경주 황남빵 같은 지역 명물 과자 판매시장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 착안해 이 사업을 진행 중이다.

일을 즐기는 기업가
길 대표는 주중 하루의 대부분을 바다정원에서 업무에 몰두한다. 혹자는 그를 ‘워커홀릭’이라고 말하곤 한다. 이른 시간에 성공한 이라면 여유로운 삶을 누리기 위해 시간을 보낼 법도 한데 아이디어를 짜고 일하는 것을 재밌어하는 길 대표의 모습은 인상적이다.
길 대표에게 앞으로의 꿈이 뭐냐고 묻자 다음과 같이 웃으며 말했다.
“새로운 사업에 도전하는 것이 마치 암실에 들어가는 것처럼 저를 흥분시키네요. 그게 재밌어서 10년 후, 20년 후에도 새로운 사업을 준비해가고 있을 것 같습니다. 어쩌면 지금과는 전혀 다른 분야인 철강업을 할 수도 있죠. 미래에도 그렇게 일하고 싶어요, 그게 제 인생의 보람이 될 것 같네요.”                                 이광호 기자
바다정원 ㈜해정F&B 길태준 대표.
고성 용촌의 바다정원.

이광호 (campin@hanmail.net)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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