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이 다년간 친환경 쌀을 재배하기 위해 노력해온 지역에 고성군이 양계장 건축을 허가해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2월 거진읍 용하리와 산북리 사이의 야산에 양계장 신축 허가가 났고 이런 사실이 4월 들어 알려지면서 이 지역 주민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고성군은 민가와 양계장 건설 예정지의 거리가 충분히 이격돼 있고 양계장 건설 예정지까지 포장도로가 나 있다며 적법한 절차라고 얘기하고 있다. 하지만 지역주민들은 용하리와 산북리에서 친환경 쌀 재배단지를 만들기 위해 수년 전부터 노력을 기울여 왔는데, 양계장이 들어오면 악취와 오염물질 유출 등이 예상된다면서 군의 건축허가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현재 용하리와 산북리에는 약 20ha의 친환경 쌀 재배단지가 조성돼 있다. 용하리 주민들에 따르면 이 지역에서는 이미 10년 전부터 환경 친화적인 농법을 지향하는 농가가 생겼고 3년 전부터는 주민들이 힘을 모아 친환경 쌀 재배단지를 조성해오고 있다. 특히, 다년간 농약을 쓰지 않고 쌀을 생산해 온 결과, 내년부터는 비로소 ‘친환경’이란 명칭을 사용하게 될 예정이다.
주민들은 양계장이 들어서면 친환경 쌀을 재배하기 위해 그간 농민들이 들인 노력이 헛수고가 될까봐 걱정한다. 한 주민은 “우리 마을에서 생산한 쌀의 자체상표가 있는데 양계장이 있는 마을에서 생산된 친환경 쌀이라고 하면 누가 이런 쌀을 좋아할지 걱정된다”고 했다. 다른 주민은 “최근 고성에 날아든 야생조류에게서 조류독감이 발견됐는데 만약 친환경 재배단지 사이로 소독차량이 다닌다면 친환경 쌀을 생산하려고 농약도 치지 않은 게 무의미해질까 두렵다”고 했다. 이 주민은 “친환경 재배단지를 조성하면서 길을 포장하기 위해 주민들이 가진 농토를 조금씩 양보했는데 이런 길을 양계장 건축에 이용하려는 것도 화가 난다”고 했다.
주민들은 축사 건축 허가를 앞두고 사전에 군과 축산업자가 주민들에게 알리지 않았다며 불만을 표했다. 한 주민은 “주민들은 축사가 들어선다는 사실을 이달 초에야 알게 됐다”면서 “군이 주민들에게 미리 알리지 않은 것은 잘못”이라고 했다. 또 다른 주민은 “이번에 축사가 건설된 후 양계장이 추가 증설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고 했다.
이이 대해 용하리에서 양계장 건축을 추진하는 축산인은 “주민들의 반발은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이번에 건설할 양계장은 육계농장으로 산란계농장과 비교하면 악취가 문제 되기 어렵다”고 했다. 이 축산인의 설명에 따르면 산란계나 소, 돼지를 키우는 농장은 1년 내내 축사에서 가축을 키우기 때문에 악취가 발생하기 쉽다. 하지만 육계농장에서는 갓 태어난 병아리가 35일이 될 때까지만 키우고 출하 이후에는 2주 이상 시설을 비우고 소독을 하게 돼, 실제로 닭을 키우는 날은 1년에 6개월 정도가 된다고 한다. 또한 이 축산인은 “병아리를 키울 때에는 바닥에 왕겨를 깔아 쾌적한 상태를 유지했다가 35일 후 닭을 출하할 때 정리해 쌓아두지 않고 흘리의 농가로 내보낼 예정”이라고 했다. 이어 “양계장은 무창계사(창문이 없는 계사)로 지을 예정”이라며 “신규 양계장 건설은 3년 전부터 준비한 일이라 더 이상 늦추기 힘들지만 섣부르게 추진하기보다 주민들의 이해를 구하고 싶다. 필요하다면 주민들이 선진적인 양계장 시설을 돌아볼 수 있도록 견학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이광호 기자 campin@hanmail.net
용하리 탁왕열 이장이 양계장 부지인 야산을 손으로 가리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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