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제9호 태풍 마이삭과 10호 태풍 하이선 때 설악산 계곡에서 떠내려 온 거대한 나무 잔해물 등이 8개월 넘게 수거되지 않고 설악산국립공원 내 쌍천 상류 하천 바닥에 그대로 방치되고 있어 본격적인 장마철을 앞두고 쌍천 하류 지역 주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쌍천 상류 곳곳에 태풍 나무 잔해물 방치=지난 1일 설악산국립공원 내 소공원주차장 인근 쌍천 상류지역. 켄싱턴스타호텔 앞 하천 바닥에는 멀리서 봐도 족히 5m가 넘는 거대한 나무 잔해물 여러 그루가 여기저기 방치돼 있었다. 바로 옆에서는 굴삭기 1대가 굉음을 내며 하천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나무 잔해물을 옮기고 있었다.
여기서 산책로를 따라 하류 쪽으로 조금 걸어가자 거대한 나무 잔해물 여러 그루가 하천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하천 바깥쪽으로도 지난해 가을 태풍 때 떠내려 온 잔가지들이 수거되지 않고 방치돼 있었다. 여기서 조금 하류 쪽으로 내려가자 이번에는 하천 바닥 여기저기에 커다란 나무 잔해물들이 방치돼 있어 마치 폐기물처리장을 연상케 했다.
반면, 쌍천 하류 쪽은 속초시가 중장비를 동원해 나무 잔재물을 말끔히 치워 국립공원 내 상류 쪽과 대조를 보였다. 시는 지난해 가을 태풍 북상 당시 쌍천 하류 쪽에 떠내려 온 나무 잔해물들이 200~300그루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지난 2월~4월 초순까지 중장비를 투입해 대부분 수거했다.
수해 잔재목들은 그대로 방치할 경우 관광 미관을 해치는 것은 물론, 큰비가 내리면 하류에 또다시 영향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켄싱턴스타호텔 앞 하천의 나무 잔재물들은 시도 예산 부족 등으로 별도의 수거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장마철 집중호우 시 또 다시 쌍천 하류 쪽의 수해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설악산국립공원사무소 “어쩔 수 없다”=설악산국립공원사무소는 쌍천 상류의 나무 잔재물 방치 지적에 대해 “방치가 아니다”며 “국립공원 안에 있는 임목 폐기물은 단순한 폐기물이 아니어서 외부로 맘대로 방출할 수 없는 등 엄격하게 관리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장마철 집중호우 시 쌍천 하류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에도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설악산국립공원사무소 관계자는 “공원 내에서 수십 년 자란 나무는 한마디로 자연자원인데 하천 쪽으로 넘어졌다고 해서 임의로 외부로 방출할 수 없다”며 “그런데 공원 안의 나무 잔재물들을 자연물로 봐야 하느냐에 대해서는 참 설명하기 난해한 부분이 있다. 한번 이 문제를 논의해볼 필요성이 있다”고 했다.
■쌍천 하류 쪽 주민들 반발=엄산호 설악동번영회장은 “지난 2002년 태풍 루사 당시에도 설악산 계곡에서 떠내려 온 나무 잔재물들이 청봉교에 걸리면서 하천이 범람해 C지구 상가가 침수 피해를 입은 적이 있었다”며 “많은 비가 내린다는 기상예보가 있으면 항상 불안한데 아직도 지난해 가을 태풍 때 발생한 나무 잔재물들을 치우지 않고 방치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엄 회장은 이어 “쌍천 하류 쪽 주민들의 불안감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자연공원 안에 있다는 이유로 고사목에 대한 수거 및 처리에 미온적인 공단 측의 대응을 전혀 이해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원종각 내물치어촌계장은 “지난해 가을 태풍 때 쌍천 상류에서 떠내려 온 나무 잔재물들로 조업 차질과 어망 피해가 엄청났다. 지금도 바다에 가라앉은 나무 잔재물들로 어망 피해가 계속되고 있다”며 “올해도 똑같은 피해가 반복되지 않도록 조속한 수거가 시급하다”고 했다.
고명진 기자 mjgo9051@hanmail.net
지난해 가을 태풍 때 떠내려 온 나무 잔해물들이 설악동 쌍천 상류에 그대로 방치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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