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지금 걷고 있던 발걸음을 잠시 멈추고 주변을 보면서 여유를 찾아보자. 공자는 《논어》 <학이편>에서 제자 자공이 “가난하되 아첨하지 않고 돈이 많으면서도 교만하지 않으면 어떻습니까?”라고 하자, “괜찮다고 할 수 있지만, 가난하면서도 즐거워하고 돈이 많으면서도 예를 좋아하는 것만은 못하다”라고 하듯이 물질에 의연하고 여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노자는 《도덕경》 <제9장>에서 “지켜서 가득 채움은 어리석은 일이다. 벼려서 뾰족하게 하면 오래 보존 못한다. 집안에 가득한 재산은 능히 간수할 수 없다. 부귀하면서 교만하면 스스로 화를 부르게 될 것이다. 공을 이루고 이름을 얻으면 몸을 뒤로 물리는 것이 하늘의 도다”라고 했다. 만족을 모르는 마음은 ‘더, 더’하는 마음이다. 이미 충분함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욕망은 불만족을 느낀다. 늘 ‘더 많은’, ‘더 나은’, 더 좋은, ‘더 고상한‘을 바라며 고군분투한다. 칼날을 더 날카롭게 하는 마음, 금과 옥으로 집을 더 채우려는 심사가 다 그런 마음이다. 우리의 마음은 그것 이상의 것을 원하기 때문에 끊임없이 욕망에 시달리고 있다. 남보다 더 많은 재물, 명예, 지식을 원한다. 욕구와 욕망으로 가득한 삶, 더욱이 자신만을 위한 이기적인 욕구를 추구하는 삶은 타인과의 갈등을 초래하고 지나치면 자신을 패망하게 할 수 있다. 지금 이 순간을 느낄 수 있는 자족감을 제쳐두고 더 나은 것을 위해 지금을 희생하며 내일을 향해 나아간다. 그러나 그 내일의 행복, 만족은 오지 않는다. 더 나은 내일에 발목이 잡혀 오늘도 우리는 시지프스의 신화처럼 지루한 반복을 거듭한다. 필요한 것만큼만 채워지면 멈추고 물러설 줄 알아야 한다.
진정한 욕망은 절제와 멈춤이 가능해야
노자의 《도덕경》 <제44장>에서 “지나치게 바깥 것에 집착을 하면 생명을 단축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고 너무 많이 재물을 쌓아두면 결국은 그만큼 잃게 된다. 만족할 줄 알면 욕을 당하지 않고, 멈출 줄 알면 위태로움이 없다. 그리하면 오래도록 편안히 있을 수 있다”고 한 것은 욕심에 사로잡힌 문명에 대한 경고이다. 개인은 행복이란 욕망을 위해 얼마나 자신을 혹사하고 상대와 다투고 있는가, 국가는 국익을 위해 참혹한 전쟁 등 인류를 공포와 두려움으로 몰고 오지 않았는가. 현재에 만족하고 멈출 수 있고 다스릴 수 있는 욕망이 개인이든 국가든 안정과 평화를 가져오게 한다. 우리는 주변에서 한참 잘 나갈 때 중단하지 않고 더 많은 것을 얻으려 욕심을 부리다가 가진 것마저 잃는 잘못을 저지르는 경우를 종종 본다. 본능적 욕망에 의해 움직이지 않고, 본능적 욕망을 지배할 수 있는, 적당할 때 물러남을 아는 절제와 멈춤을 할 수 있는 욕망이 진정한 욕망이다.
둘째, 비정상적인 욕망은 적절한 규제가 필요하다. 최근 정부의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한 주택정책인 신도시 개발 계획에 대한 사전정보를 입수해 벌인 공직자 및 공기업 직원 등의 투기 의혹, ‘영 끌’, ‘빚 투’라는 신조어가 나올 정도로 능력 이상의 무리한 대출을 받아 아파트를 구입하고 주식에 투자하는 현상은 분명 정상적인 사회의 모습이 아니다. 물론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에 따른 국민들의 불신과 분노, 좌절감이 가져온 결과이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 우리 사회의 물질적 욕망의 대명사격인 ‘부동산 불패 신화’의 씁쓸한 사회상을 반영하고 있다. 비도덕적이고 불법적인 방법에 의한 권력 추구, 지위 획득, 부의 축적 등 목적을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정의롭지 못한 행위는 인간의 욕망이 만들어 낸 사회의 어두운 모습이다. 공자는 《논어》 <이인편>에 “부귀는 사람이면 누구나 원하는 것이지만 정당한 방도로 얻은 것이 아니면 누리지 말아야 한다”고 하였으며, 같은 책 <옹야편>에서도 "부귀라는 것은 사람들이 누구나 탐내는 것이지만, 정도(正道)로써 얻은 것이 아니면 누리지 말아야 한다"라고 했다.
부귀를 싫어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빈천보다는 더 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귀를 얻는 방법이 정당하지 않으면 아무리 산더미 같은 재산도 결국에는 복이 아니라 화로 변하기 때문에 결코 의로운 방법으로 얻는 게 아니면 태연해야 함을 말하고 있다.
“욕망 추구는 공정하고 합법적이어야”
희소한 사회적 가치를 획득하는 욕망의 추구 과정이 공정하고 합법적이어야 한다. 절차를 위반하거나, 편중된 가치를 추구하여 타인에게 피해나 불이익을 주어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건강, 다툼, 불신, 고통, 파멸 등)를 가져오는 경우가 매우 많다. 운전자들의 속도위반, 불법으로 끼어들기는 교통사고를 유발하여 자신과 타인의 생명과 재산을 앗아간다. 욕망을 조절할 수 있는 스스로에 대한 엄격한 잣대와 실효성 있는 외적인 규제가 필요하다. 위법과 탈법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비양심적이고 비정상적 방법이 아닌, 한 사회가 제시한 규범을 준수하고 합법적 절차와 과정을 거쳐 떳떳하고 정당하게 자신의 목적을 달성해야 한다. 인간은 동물과 달리 본능적인 욕구를 지님과 동시에 자신의 행동을 스스로 반성하고 더 나은 자아로 거듭나려는 이성과 능력을 갖추고 있다.
물론, 개인의 기본적 욕구 충족은 인권적 차원에서 정당한 권리로 행사되어야 하며, 부족하면 국가가 제도적으로 보장해 주어야 한다. 하지만 상대적인 욕구는 개인의 절제와 노력이 필요하며, 더욱이 지나친 욕구인 탐욕은 과감히 버려야 하며, 사회적으로 타당하고 적정한 규제 장치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홉스가 《리바이어던》에서 자연 상태의 약육강식의 논리인 “만인은 만인에 대한 투쟁” 상태가 될 것이다. 인생은 자신의 가치 기준과 능력에 따라 살아가는 것이다. 나는 지금 지나치게 욕망의 화신이 되지는 않았는지, 적정한 속도와 적절한 규모로 무리 없이 가고 있는지, 자신의 욕망으로 인해 남에게 피해나 어려움을 주지 않았는지 자신과 주변 이웃을 살피고 규정 속도를 잘 준수하면서 가야 한다. <계속>
이종식
국제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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