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가 젊은 게임 마니아의 성지로 떠올랐다. 포켓몬 고(Pokemon Go) 태초마을 속초. 포켓몬 고는 GPS 위치확인을 통해 특정 장소에 가면 나타나는 가상의 포켓몬을 잡거나 알을 부화시켜 포켓몬끼리 대결도 벌이는 모바일 게임이다. 지난 1996년 일본 닌텐도가 만든 비디오게임 ‘포켓몬스터’를 아이템으로 해서 나이언틱에서 만들었다. 지난 7월 6일 미국을 비롯한 4개국에 처음 출시되어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출시일조차 잡혀 있지 않아 다들 군침만 삼키던 차였다. 그런데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지난 12일 누군가 인증샷을 올리면서 대한민국 속초지역에서 이 게임이 가능하다는 게 알려졌다. 속초뿐만 아니라 고성과 양양, 양구까지도 가능하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게임회사에서 미출시 나라들의 GPS 연동을 차단했는데, 묘하게도 최북단 지역인 속초 등이 제외된 것이라고 한다. 이 소식에 전국에서 마니아들이 게임의 성지가 된 속초로 몰려들고 있다. 전 세계 최고의 인기 게임라는 이야기를 듣고 남보다 빨리 게임을 해보고 싶은 마음에 휴가를 내고 찾아오는 이들도 있다.
한때 동서울에서 속초 오는 버스가 매진되었다는 소문이 나기도 했고 오픈마켓에는 1만9,900원짜리 포켓몬 사냥 왕복버스 상품까지 출시되었다. 검색엔진과 네비게이션에서 속초 검색도 대폭 늘었고, 속초와 양양의 무료 와이파이 지도도 대인기를 끌고 있다. 기자들도 이 예상치 못한 현상을 직접 체험하고 취재하러 속초로 몰려왔다. 13일에는 이병선 속초시장이 직접 나서서 속초에서 포켓몬 고 게임이 가능하다고 홍보했으며, 고성군도 입장료 할인과 SNS 인증샷 경품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양양군은 SNS기자단을 통해 와이파이 지도를 홍보하고 있고, 포켓몬 고 소규모 해변도 운영할 계획이다. 게임 마니아에게 음식값을 할인해주는 업소도 생겨났다.
지난 13일과 14일 저녁 포켓몬이 많이 나타난다고 알려진 엑스포공원에는 많은 게임 마니아로 북적였으며 인근 상가도 활기가 넘쳤다. 청소년 대상으로 금연 캠페인을 벌이는 단체도 나왔다. 속초지역에서는 버스터미널과 엑스포공원, 영랑호, 설악산 일대에 포켓몬이 많이 나타났다. 심지어는 집 안방에서도 포켓몬을 찾아내기도 한다. 인터넷에는 속초의 포켓몬 출현 지도와 ‘전대미문 포켓 블록버스터 속초행’이라는 패러디 포스터까지도 등장했으며, 엑스포공원에는 알을 대신 까주는 알바까지 등장했다.
뜻밖의 일로 전국적인 이목을 끌고 있는 속초. 어떤 네티즌은 “속초가 이렇게 전국적으로 주목받은 것은 처음인 것 같다”며 놀라워했다. 제작회사도 생각지도 못했던 깜짝 선물로 이 여름 속초가 즐겁다. 엄경선 설악닷컴 대표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지난 14일 저녁 속초 엑스포공원. 포켓몬 고 게임을 즐기러 나온 젊은이들로 북적였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