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을 위한 냉장고입니다. 우리 지역 이웃이라면 누구든지 이용할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을 위해 필요한 만큼만 가져가세요.”
속초시 노학동 도리원1길 속초동부교회 입구에 있는 ‘소망이 풍성한 나눔냉장고’의 유리창문에 쓰여 있는 문구다.
‘나눔냉장고’는 누군가가 각종 먹거리나 생활용품을 가져다 놓으면, 필요한 이들이 언제든지 와서 가져갈 수 있도록 속초동부교회에서 연중 24시간 운영하고 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이 교회 ㄱ목사는 “나눔냉장고가 건물 안에 있으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없어 교회 입구에 두게 됐다”며 소풍 가듯 설렌다는 의미를 담아 ‘소풍냉장고’라고도 부른다고 했다.
‘나눔냉장고’는 2019년 9월에 설치됐다. ㄱ목사에 따르면 교회 주변은 원룸촌으로 40~60대의 어렵게 혼자 사는 남성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다. 코로나19 발생 전에는 예배 참석자들이 교회에서 함께 식사를 했다. 반찬이 남으면 몇몇 어려운 이들에게 싸주기도 했다. 간혹 반찬을 가져가던 이들이 오지 않아 교회 문고리에 국과 반찬을 봉지에 담아 걸어두면, 밤새 누군가 가져갔다. 그러던 어느 날 밤, ㄱ목사는 한 동네 주민이 음식점에서 얻은 음식을 손에 들고는 자존심이 상했는지 욕을 하면서 걸어오는 것을 보고, 오래 전부터 생각해왔던 나눔냉장고 부스를 만들게 됐고, 국과 반찬을 넣어두기 시작했다. 교회는 예배만 보는 곳이 아니라는 생각에서였다.
‘나눔냉장고’ 안에는 먹거리와 생활용품을 놓아두는 냉장고와 냉동고, 선반이 마련돼 있다. 지난 9일 찾은 나눔냉장고에는 의류와 신발, 이불, 마스크, 라면, 과자, 굴미역국, 냉동식품 등이 채워져 있었다.
ㄱ목사는 혼자서 나눔냉장고를 감당하는 게 힘들었는데, 지난해 여름 교회를 방문했던 한 시민이 SNS에 나눔냉장고를 알리면서 후원자가 크게 늘어났고 기부 물품도 다양해지면서, 부담을 덜게 됐다. 쌀은 물론이고 반찬류, 떡, 과일, 계란, 생닭에 휴지, 전기장판, 의류까지 ‘사람 사는 데 필요한 웬만한 것’은 모두 후원이 이어지고 있다. 어린아이가 엄마 손을 잡고 와서 초코파이를 넣어두기도 했다. 지난달에는 속초시사회적경제네트워크, 같이가치협동조합, 사회혁신활동가회의와 ‘나눔냉장고 안정 운영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교회에서만 운영했으면 쌀과 반찬, 국만 있었을 텐데, 여러 분이 참여하면서 귤도 오고 통닭도 오고 마스크도 오고, 얼마나 감사한지 몰라요.”
ㄱ목사는 나눔냉장고를 청소하고 관리하면서 후원품을 적정량으로 나눠 놓거나 국과 반찬을 만들어 넣어 놓기도 한다. 그는 “아무래도 쌀과 반찬을 가장 많이 가져가고, 의외로 옷과 신발도 많이 가져간다”며 “냉장고를 채우기가 바쁘다”고 말했다.
요즘에는 하루 평균 25명 가량이 찾는다고 한다. 교회 인근 도리원 주민뿐 아니라 다른 곳에 사는 어르신들도 많이 온다.
ㄱ목사는 “제대로 식사를 못 할 정도로 힘겹게 사는 이들이 먼 훗날 나눔냉장고 때문에 살 수 있었다고 한다면, 그것으로 만족한다”고 말했다. 장재환 기자
속초동부교회에서 연중 24시간 운영하는 ‘나눔냉장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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