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 싣는 순서 -
① 강원 고성, 노령화지수 최고 …고독한
노인들만 남아
② 고령사회 가속화로 나타나는 현상과
노인복지 실태
③ 원주시 노인생협 공동체를 찾아
④ 독거노인 생활공동체로 외로움을 달래고
고독사 예방
⑤ 일본, 지역포괄지원센터로 노인들의
건강한 노후 삶 영위
⑥ 노인들의 손맛으로 일궈 낸 마을기업,
일본의 전통만두 공장 ‘오가와노쇼’
⑦ 고령화에 따른 지역 역할 찾기 방안
일본 나가노현 북서부에 위치한 오가와촌은 일본식 만두 ‘오야키’로 유명한 곳이다. 이 작은 소도시가 특히 많이 알려진 이유는 오야키를 생산·판매하는 마을기업 ‘오가와노쇼’ 직원의 상당수가 노인이기 때문이다. 고령인구가 늘어나면서 노인 일자리 창출의 한 모델로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다. 오가와촌은 1980년대 초반부터 초고령사회에 진입했고, 현재 인구 2,800여 명 중 65세 이상 노인이 1,200여 명(42.9%)에 달한다.
노인 채용으로 전통만두 지켜
오가와노쇼의 곤다 코류(50) 대표는 “우리 공장에는 노인들이 유독 많다. 왜냐하면 어려서부터 드셨고, 어려서부터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만두는 손으로 빚는 수작업과 기계식으로 만든다. 수작업을 하는 직원들은 최고령인 92세부터 50세까지 평균 연령이 65세다. 오가와노쇼가 만두의 전통적인 맛과 모양을 지킬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전체 직원 83명의 평균 연령은 58세다. 60세 이상이 40%에 달한다.
만두공장 ‘오가와노쇼’의 직원은 오가와촌 주민이 100%다. 출향인으로 생활하다 정년퇴직 후 다시 고향에 돌아와 오가와노쇼에서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 이도 있고, 종종 이곳을 찾던 출향인 손님도 아예 귀향해 만두를 굽는 직원이 되기도 했다.
산촌마을인 오가와촌은 양잠과 마(麻)가 지역경제를 떠받쳐왔다. 그러나 화학섬유에 밀리면서 쇠락하자, 1987년 현 곤다 코류 대표의 부친인 곤다 이치로 씨가 주민 6명과 함께 자본금 500만엔으로 일본식 만두 오야키를 생산·판매하기 시작했다.
곤다 코류 대표는 “이곳은 산간지대로 단순히 밭농사만을 지어왔다. 그러나 마을이 점점 고령화되고 별다른 소득원이 없으니 젊은이들도 도시로 떠났다. 다른 뭔가를 생각해야만 했고, 과거부터 만들어 먹던 전통만두 오야키 공장을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이 곳 주민들은 오래 전부터 오야키를 만들어 먹어왔다. 무와 양배추, 노자와나(갓) 등을 1년 동안 소금에 절인 뒤 밀가루 반죽에 넣고 화덕에 올려 30여 분 동안 구워서 먹는 만두다. 우리나라의 김치만두와 비슷하다. 일본의 전통김치는 배추김치가 아닌 갓 절임이다.
곤다 코류 대표는 “사업초기 3년간 어려움을 겪었지만 5년차부터는 안정돼 지금은 재래식과 현대식 공장 8개소와 식당 1개소, 연매출 7억엔(한화 약 80억원), 평균 월급이 15만엔(한화 약 160만원)”이라고 설명했다.
외국인 등 한 해 5만여명 방문
만두공장은 당시 40년 된 허름한 농가 건물을 개조해 일본 전통의 고풍스런 멋을 느끼게 한다. 과거에 사용된 화로 양식과 토기를 본떠 재래식 만두 굽기를 재현했다. 열린 공간에서는 화덕에서 만두 굽는 체험을 하고 직접 구운 만두를 먹어볼 수 있다.
공장에서는 하루 1만개의 오야키가 생산된다. 옛 맛을 그리워하는 일본인들뿐 아니라 일본 전통음식을 체험하길 원하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한해 5만여 명이 이곳을 찾는다. 오가와촌은 오야키가 유명세를 타면서 전통만두촌이란 의미의 ‘오야키무라’라는 별칭도 얻었다.
우리 취재 일행이 찾은 지난 1일 미국에서 일본으로 파견나온 기자들도 이곳을 찾아 오야키 만들기 체험을 즐겼다. 이들은 “종종 여기에 온다. 이곳을 무척 좋아하고 유명한 곳”이라며 “일본 전통음식 오야키를 만들어 먹을 수 있다는 것은 외국인들에게 특별한 경험”이라고 말했다.
마을기업 오가와노쇼의 성공은 지역 특산물로 고령화문제를 풀어가는 좋은 사례라 할 수 있다.
한성수 경동대 교수는 “오야키노쇼의 인지도가 올라가면서 다른 곳에서 찾아오시는 분들이 많다”며 “오야키가 예전에는 지역에서 그냥 먹던 음식이었는데 지금은 하나의 나가노현의 대표적인 관광상품으로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은 물론 노인 일자리 창출이라는 측면에서도 눈 여겨봐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 나가노현 오가와촌의 전통 만두를 생산하는 마을기업 ‘오가와노쇼’은 대다수 직원들이 노인이다.
일본 전통만두 마을기업 ‘오가와노쇼’ 곤대 코류 대표(오른쪽에서 세번째)는 오야키 만두의 전통적인 맛과 향을 유지하기 위해 노인들을 지속적으로 고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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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두공장 오가와노쇼 곤다 코류 대표
“일할 의지만 있으면 평생 일할 수 있어”
곤다 코류(50) 대표는 “창업 초기에는 적자경영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다 1989년 미국 LA에서 열린 세계음식박람회에 일본 대표로 오야키가 출품돼 현지인들로부터 호응을 얻자, 일본 전국 방송을 타게 되면서 유명해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코류 대표는 과거 도쿄에서 다른 일을 하다, 아버지 곤다 이치로 씨의 뜻에 따라 10년 전부터 대를 이어 오가와노쇼 대표를 맡고 있다.
코류 대표는 “오가와노쇼도 정년이 있다. 하지만 본인이 일할 의지만 있으면 평생 일하게 한다”며 “주 5일 하루 8시간 노동이 고령자들에게 쉽지 않지만 역할 분담과 협동으로 이를 해결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 공장은 아버지와 마을주민들이 일궈 낸 것으로, 주민들이 건강하게 100세까지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용수 기자
■만두공장 오가와노쇼의 최고령 직원 곤다 시까이오시 씨
“100세까지 일 하겠다…떳떳한 일꾼으로 생활”
과거 오가와촌 촌장이었던 곤다 시까이오시(92) 씨는 “만두 굽는 일은 어느 누구에도 물려 줄 수 없다. 100세가 될 때까지 절대 이 일을 포기하지 않겠다”며 일에 대한 자긍심을 나타냈다.
시까이오시 씨는 “오가와노쇼가 창업할 당시부터 이 일을 해 왔고, 30년이라는 세월동안 특별히 아픈 적이 없을 정도로 일을 통해 건강도 지켰다”며 “목표는 100세까지 일하는 것이지만 그 이상 더 일했으면 좋겠다. 일 할 수 있는 자체만으로 나는 행복하다”고 했다.
그는 “오가와촌은 산간지대로 밭농사가 대부분이다. 겨울에 눈이 많이 내려 갓김치를 밀가루 반죽에 넣어 먹었던 오야키는 겨울철 비상식량이었다”며 “오가와노쇼가 생기면서 우리 같이 나이 먹은 늙은이도 아직까지 떳떳한 일꾼으로 열심히 생활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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