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 싣는 순서 -
① 강원 고성, 노령화지수 최고 …고독한
노인들만 남아
② 고령사회 가속화로 나타나는 현상과
노인복지 실태
③ 원주시 노인생협 공동체를 찾아
④ 독거노인 생활공동체로 외로움을 달래고
고독사 예방
⑤ 일본, 지역포괄지원센터로 노인들의
건강한 노후 삶 영위
⑥ 노인들의 손맛으로 일궈 낸 마을기업,
일본의 전통만두 공장 ‘오가와노쇼’
⑦ 고령화에 따른 지역 역할 찾기 방안
해를 거듭 할수록 고령인구가 늘면서 노인복지 방안마련에 대한 고민이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은 지난해말 기준 12.7%다. 강원도는 17.2%로 고령사회로 진입했고, 고성군은 23%로 초고령 사회를 넘어선지 오래다.
고령인구가 늘면서 노인 일자리 창출, 경제적 취약 노인의 생활안정, 여가활동, 노인 고독 사 예방 등 노인세대를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하지만, 농어촌 지자체의 경우, 열악한 재정여건으로 급격히 늘고 있는 고령 인구의 복지를 감당하기가 현실적으로 힘들다.
원주의 노인생활협동조합과 순천시의 9988쉼터, 경남 고성군의 독거노인 생활공동체, 일본의 지역포괄캐어센터와 오가와노쇼(만두공장) 등 국내외에서 고령화에 따른 지역 역할 찾기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한성수 경동대교수는 “노인복지는 정부의 획일적인 정책이 아닌 지역 현실에 맞는 역할 찾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노인세대는 더 이상 과거와 같이 ‘보호의 대상’이 아닌 이제는 ‘행위의 주체’로, 당당한 사회의 일원으로서 일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노인복지 전문가들로부터 고령화에 따른 지역의 역할 찾기 방안에 대한 의견을 들어 봤다. 고성군노인복지시설협회장을 역임한 박준길 연화마을(건봉사노인전문요양원)원장과 이번 일본 취재에 동행한 윤문구 동경복지대학 사회복지학과 교수, 기획취재 자문위원인 한성수 경동대(사회복지학과장) 교수가 인터뷰에 참여했다.
■박준길 연화마을 원장
“공동일터·식사 등 마을공동체 생활을”
박준길 고성연화마을원장
박준길 원장은 “노인복지 서비스는 다방면에서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일원화되지 않아 한정된 수혜자에게 중복지원 발생 경향이 높은 것이 현실”이라며 “불필요한 서비스를 줄여 재정을 안정화 시키고, 중복 지원을 방지해 필요 이상의 서비스가 전달되는 것을 막기 위한 ‘사회복지 컨트롤 타워’를 지역마다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어 박 원장은 “과거 우리나라는 두레나 품앗이 같은 공동체 생활이 마을 단위로 성행했다. 이것이 협동조합의 시초이기도 하지만 지역 복지의 시초라고도 할 수 있다”며 “하지만 현대사회는 핵가족화로 젊은 층들이 대도시로 떠나면서 시골마을의 인구가 급격히 줄고, 마을이라는 공동체 의미도 점차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박 원장은 “현재 고령자만이 남아 있는 시골마을에는 서로를 도울 수 있는 과거의 마을공동체 생활이 절실한 상황”이라며 “외로운 노인들의 고독사 문제도 해결하고, 마을 공동일터도 만들어 일과 식사도 함께하며 서로를 돌봐 줄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때”라고 했다.
박 원장은 특히 “인구 고령화는 지자체만의 고민이 아니다”며 “노인들에 대한 배려와 관심을 갖고 나부터 주변을 돌아보고 살핀다면 노인들의 고독감은 많이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문구 동경복지대 교수
“정부 획일적인 복지시책 전환 필요”
윤문구 동경복지대 교수
윤문구 동경복지대 교수는 “복지는 지역별로 복지 수요가 다르므로 국가의 일방적인 정책지원에는 한계가 있다. 지역 실정에 맞는 지역복지의 추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일본에서도 1999년에 지방분권 일괄법을 제정해 이전까지 국가사무였던 복지서비스가 자치단체의 고유사무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윤 교수는 “한국도 지역 현실에 맞는 복지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서는 정부의 획일적인 복지시책보다는 각 지방자치단체와 사회단체들이 만들어내는 복지시책을 정부가 지원하는 방향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지방자치단체 간에 운영재정의 차이가 있어 복지서비스에 관한 구체적인 사항은 지방자치단체에 일임하고 정부는 재정적인 면에서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최근 일본은 노인들의 지속가능한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정년퇴직제도 개선에 나서 퇴직 후에도 재고용 등으로 계속 일할 수 있는 고연령자 고용 안정법을 제정했고, 연금 지급연령을 65세로 올려 기본적으로 65세까지 일하지 않으면 안 되는 사회구조로 전환했다”며 “퇴직자들의 재고용을 위해 각 시·정·촌에 할로워크(고령자 재취업안내소)를 설치, 운영하는 등 인생 100년 시대에 대비하는 장수사회 대책 방안을 정부와 함께 지역사회도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한성수 경동대 교수
“노인 권익·역할 스스로 찾아 나가야”
한성수 경동대 교수
한성수 경동대 교수는 “기성세대들은 노년기에 진입하는 새로운 환경변화에 잘 대처해 부양받는 노인에서 스스로 책임지는 노인으로, 노인이 주체가 되는 행복한 고령화 사회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의 은퇴자협회(AARP)는 4,000만명의 고령자 회원들이 가입해 노인의 권익과 사회적 역할을 스스로 찾고 있으며, 일본의 노인클럽은 11만개의 동아리와 760만명의 회원이 참여해 자신의 노후생활을 자립적이며 창의적으로 영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교수는 “우리나라의 기성세대들도 향후 노년기에 접어들면 노인복지대상이기보다 스스로가 사회적 영향력을 가지며 권익을 지키는 주체적인 모임을 결성해 동아리 형태로 확대 발전시켜 나가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했다.
한 교수는 “고령화로 나타나는 각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역이 먼저 앞장서 현실에 맞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각 읍면지역에 산재된 마을회관이나 경로당 등을 여가선용 공간이나 평생교육장 등으로 활용해 노인들의 삶의 질 개선에 도움을 주는 것도 노인복지향상을 위한 지역의 역할 중 하나”라고 말했다.
또 “상대적으로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은 지역특성에 맞는 서비스업 중심으로, 농어촌지역은 고소득 특화작물을 재배하는 영농사업 중심으로 지속 가능한 노인일자리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한 교수는 “우리나라는 고령 인구와 비례해 치매와 중풍 등 장기 수발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노인이 점차 증가하고 있는 반면, 핵가족화, 여성의 사회참여 등으로 가족에 의한 수발보호는 한계에 도달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이에 대응할 전문인력 양성도 필요하지만, 지역사회에서는 노인건강의식을 높여 스스로 운동습관을 들이도록 해 장기요양수급자를 줄이는데 힘써야 하고, 지역사회 자원의 적극적 활용으로 효율적인 서비스 지원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한 교수는 특히 “인구구조와 부양인식 변화 등으로 매년 독거노인이 증가하고 있고, 경기침체, 실업증가, 취업난 등에 따른 가정경제의 어려움으로 가정 해체까지 이어지고 있는 안타까운 사회현상이 지속되고 있다”며 “지역에서부터 자녀세대와 전 연령층이 함께 참여해 세대 간 교류와 이해 증진의 창을 만드는 세대통합 노력이 이뤄진다면 노인복지 증진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용수 기자 ellan92@naver.com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아 취재했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