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랑호의 남쪽에 커다란 바위 여러 개가 엉켜 있는 곳이 있다.
그 바위를 범 바위라 부른다. 범 바위는 영랑호 건너편에서 바라보면 흡사 범의 얼굴 같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범 바위 바로 동쪽에 금장대란 정자각이 있었다. 6.25 전쟁 때 이 지방의 수복에 공이 많았던 제11사단장 김병휘 장군의 공적을 기리기 위하여 세운 정자각이다.
6각형의 정자각으로 ‘금장대’란 이름은 김병휘 장군의 이름에서 가져 온 것이라고 <속초시지(1251쪽)>에 기록돼 있다.
그러나 이 금장대는 세월이 흐르면서 잘 관리가 되지 않아, 1963년 필자가 속초고 2학년 시절 찍은 사진을 확인해 보니 정자각의 기와들이 일부 훼손되고 정자각 난간도 부식돼 떨어져도 보수되지 않고 있었다. 금장대 뒤의 커다란 바위에는 여러 이름들이 새겨져 있는데, 특히 눈에 띄는 네 글자가 있다. 남북통일(南北統一)이라는 글자가 뚜렷하게 새겨져 있는 것으로 보아 금장대 건립 당시에 새겨진 것이라 생각되며, 금장대 건립 당시가 군정시대였으니 남북통일의 염원이 컸던 시대상황을 엿볼 수 있다
6.25 전쟁의 아픈 역사를 간직한 정자각이 잘 관리되지 못하고 세월이 가면서 퇴락돼 철거를 하게 되었다. 철거된 이후 전쟁의 아픈 역사가 있는 금장대를 복원하고 다음과 같은 안내판을 설치하였다.
조선후기 <신증동국여지승람>에 의하면“영랑호에 옛 정자 터가 있는데 여기가 영랑선도들이 놀며 감상하던 곳이다”라는 기록이 전하고 있으며
永郞湖 在都南五十里 周三十里 汀回渚曲 巖石奇怪 湖東小峰 半入湖心 有古亭基 是永朗仙徒 遊賞之地
<新增東國輿地勝覽 卷 45 杆城 山川條>
(영랑호 재도남오십리 주삼십리 정회저곡 암석기괴 호동소봉 반입호심 유고정기 시영랑선도 유상지지)
<신증동국여지승람 권45 간성 산천조>
이를 근거로 하여 속초시에서는 영랑호의 역사와 전통을 계승하기 위해 옛 금장대 터에 전통양식의 정자 복원을 결정 2005년 9월 5일 착공하여 2005년 11월 25일 신축 준공하였고 정자각 명칭은 시민 공모를 통하여 역사적 근거가 확실하고 지역성이 가미된 ‘영랑정(永郞亭)’으로 명명하였다.
2005년 12월 14일 속초시장
위의 안내판에 기록한 역사적으로 확실한 근거로 제시한 원전을 해석해 보면‘영랑호는 간성에서 오십 리 떨어진 곳에 있는데 호수둘레가 30리가 되며 돌아가는 호숫가 강둑이 굽어진 곳에 기암괴석이 있는 호수의 동쪽 작은 봉이 호수에 반쯤 잠긴 그곳에 예전에 정자각 터가 있었는데 영랑 등 화랑도들이 노니며 즐기던 곳이다’ 란 내용이다.
위에 제시한 원전 해석을 살펴보면 영랑정이 있어야 할 곳은 범 바위가 있는 곳이 아닌 현재 ‘통천군순국동지충혼비’가 있는 곳이어야 한다. 그 이유는 원전의 호동소봉(湖東小峰)의 해석에서 영랑호의 동쪽과 남쪽을 구분하지 못하였다는 것이다. 즉 범바위는 영랑호의 남쪽이라는 것이다. <속초시지>에도 범바위는 영랑호 남쪽이라고 분명히 기록하고 있다.
또한 반입호심(半入湖心)이라는 기록이다. 기암기석이 호수에 반이 들어가는 지형은‘통천군순국동지충혼비’와 이형근 덕정비가 있는 곳이다. 이는 1970년에 필자가 촬영한 사진을 자세히 살펴보면 충혼비와 덕정비 뒤에 바위들이 늘어서 호수에 일부가 잠겨 있다. 지금은 호수둘레길을 정비하면서 모두 매립돼 확인이 불가할 것이다.
이와 같이 영랑호 지형을 호수둘레길 조성 전 사진들을 관찰해 확인했어야 하는데 이를 소홀히 하였다는 것이다.
또한 필자가 소장한 사진이나 속초시가 소장한 사진을 살펴보면, 영랑호 둘레길이 정비되기 전에는 ‘통천군순국동지충혼비’가 있는 곳은 기암들이 있었으며, 지금의 의료원과 보광사 사이 기암들 사이로 넘어 다닐 만큼의 높은 지대가 있었다. 원전의 호동소봉(湖東小峰)은 이걸 두고 표현한 것이다. 이곳은 영랑호수가 불어나면 일부가 잠기고 갈수기에는 바위가 들어나는 곳이다.
이런 영랑호의 지형을 상세히 살펴보면 <신증동국여지승람>의 호동소봉(湖東小峰) 반입호심(半入湖心)은 당시의 영랑호 지형 표현 기록으로는 정확하였다.
영랑호의 지형에 대한 중대하고 확실한 근거의 원전을 찾아내었으면서도 퇴락한 금장대를 복원하려고 관여한 분들이 영랑호의 본래의 상세한 지형에 대하여 간과한 실수를 범하였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잘못된 해석으로 ‘금장대’가 ‘영랑정’으로 된 부분은 재조명 되어야 한다. 즉, 영랑호 동쪽에 있어야 할 ‘영랑정’이 호수의 남쪽인 범 바위에 있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지, 올바른 속초 역사 기록을 위하여 독자 여러분이 잘 판단하여 주시기 바란다.
이춘복
설악신문사 이사
옛 금장대 터에 복원된 ‘영랑정’에서 필자가 포즈를 취했다.
필자가 1970년 가을에 촬영한 금장대 모습.
필자가 1963년 금장대를 배경으로 촬영한 친구 모습.
1970년 가을 이형근 장군 덕정비와 통천군민동지순국충혼비. 뒤편의 호수에 들어간 바위들은 지금은 모두 매립되었다
1964년 9월 영랑호 이형근 장군 덕정비를 배경으로 이건선과 이춘복(오른편). 필자의 모자 위쪽의 흰 부분으로 넘어 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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