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관광도시 속초의 미래가치는 무엇일까? 타 지역과 무한경쟁을 해야 하는 랜드마크형 건물보다 시민의 삶과 문화를 문화자원화 할 때 지역 경쟁력이 높아지지 않을까? 이러한 질문을 함께 모색하는 포럼이 개최되었다.
속초문화원은 ‘속초 근대역사의 문화자원화를 위한 전문가 포럼’을 지난 7일 오후 3시부터 6시까지 속초문화원 문화사랑방에서 개최했다. 이 포럼은 속초문화원이 올해부터 추진하고 있는 ‘속초 도시변천사 기록사업’의 일환으로 올해 주제는 ‘속초수산업’이었다. 참여 열기는 예상 밖으로 뜨거웠다. 문학, 미술, 연극 등 다양한 장르의 지역예술인과 주민자치위원, 해양수산 분야, 지역 시민단체 관계자가 참여하여 3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함께 고민의 시간을 보냈다.
속초역,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상징
첫번째 발표를 맡은 엄경선 속초향토사연구소 위원은 속초의 발전을 이끈 수산업의 역사와 가치를 신문보도와 향토사료집, 각종 사진과 통계를 인용하며 실체적 접근을 했다. 그의 자료에 따르면 일제 강점기에 시민의 자발적 힘으로 속초항이 개발되면서 속초읍으로 승격되는 계기가 된다. 당시 동해안은 세계 최고의 정어리 어장이 형성되었던 곳으로 정어리 어획과 가공공장에 종사한 속초 주민만도 수천명이었다. 한국전쟁 이후 속초로 월남한 실향민 중 90%가 선박을 이용하여 월남했기에 주로 어업에 종사하면서 속초 수산업은 최고의 활황이었다. 1959년 발간한 <읍세일람>(속초읍)에는 속초가 전국 제2의 어획고라는 표현까지 나올 정도였다. 이 같은 수산업의 발전이 속초 도시 형성의 원동력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는 이러한 수산업을 지역 문화의 정체성으로 만들고 상징화 할 수 있는 공간에 대한 고민을 이제부터라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 최구현 사진작가의 작품 속 속초의 모습을 함께 만날 수 있는 ‘전시관’, 살신성인의 정신으로 전국 최초의 어업인장을 치뤘던 ‘유정충 선장’ 기념관 등이 포함된 ‘속초수산업박물관’을 제안했다.
“속초시립박물관에 속초역이 있는 것을 보고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만약 속초역을 허물지 않았다면 유라시아로 뻗어나가는 속초의 상징이 되었을 겁니다.”
‘경기만 에코뮤지엄 사례’를 발표한 황순주 경기창작센터 기획사업부장의 말이다. 그가 현재 진행하고 있는 사업은 경기만 연안도시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지역자원을 활용한 지역재생 프로젝트인 경기만 에코뮤지엄 사업이다. 이 사업은 지자체의 무분별한 개발을 지양하고 연안지역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주민, 예술가와 함께하는 공존 공생의 지역재생이다. 그는 이 사업의 핵심은 ‘물리적 정비에서 따뜻한 재생, 지역 예술인과 함께는 문화재생’이라고 한다. 실천방식은 주민참여와 공동체 복원으로 연안 정체성을 확립하고, 지역의 역사와 생태 등의 자산을 관광자치에 활용하는 것이다. 사업의 방법도 다르다. 동시 다발적인 대규모 사업보다 저비용, 순차, 권역내 협동방식을 추진한다. 가장 중요한 가치는 주민이 직접 선택하고 참여하는 ‘실행주체’이다. 주민협동조합 등의 실행주체가 있어야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근대문화유산 지역문화자원으로 활용
김재홍 한국문화유산연구센터 대표는 근대문화유산의 활용이 지역 개발의 원동력임을 강조했다. 전국 지자체가 건립된 지 50년 전후의 건물을 근대문화 유산으로 활용하여 지역경기 활성화에 성공한 사례는 이제 시대 트렌드가 되었다고 말한다. 울릉 역사문화체험센터로 사용하여 주변 상권을 일으킨 ‘울릉도 도동리의 일본식 가옥’, 대전시립미술관 대정창작센터로 활용하는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구 충청지원’, 동아대학교 박물관으로 활용하고 부산야행 프로그램의 상징건물이 된 ‘부산 임시수도 정부청사’, 전국 최고의 소금박물관으로 리모델링한 ‘신안 증도 석조소금창고’, 문화재청 공모사업인 생생문화재 활용사업을 통해 지역주민의 문화체험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는 ‘동해 구 상수시설’ 등등 눈부신 사례가 열거 되었다. 김대표는 아깝게 멸실되거나 훼손된 속초의 근대문화유산으로 속초역 역사, 구 속초경찰서 청사, 구 철도국 관사, 현대극장, 대원극장, 제일극장, 공영조선소, 제일조선소, 원풍 조선소를 꼽았다. 현존하는 속초의 근대문화유산으로는 동명동 성당, 교동 칠성조선소, 설악산관광호텔 내 목조건물, 구 속초교육청 청사, 구 속초수협을 말했다. 앞으로 속초는 이러한 근대문화유산에 담긴 문화정체성을 스토리텔링하여 관광객에게 지역 고유의 문화체험 자원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포럼에 끝까지 자리를 함께 한 김계남 속초문화원 부원장은 “속초는 도시 생성의 역사가 짧지만 매력적인 이야기와 문화자산이 많은 도시”라고 강조하며 “매년 이런 포럼을 개최하여 지역의 미래가치를 발굴하고 지역경제의 주춧돌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속초문화원은 포럼 발표자료와 내용을 정리하여 자료집으로 묶어 각 단체에 배부할 예정이다.
김인섭 속초문화원 사무국장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속초 근대역사의 문화자원화를 위한 전문가 포럼’이 지난 7일 오후 3시 속초문화원 문화사랑방에서 개최됐다. 엄경선 속초향토사연구소 위원이 속초의 발전을 이끈 수산업의 역사와 가치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1963년 동아일보 1면은 속초 부둣가 풍경을 ‘삶을 향한 앙칼진 의지’라고 표현하며 속초 수산업의 현황을 알려준다.
경기만 에코뮤지엄 프로젝트는 지역의 다양한 자산을 연결하여 새로운 브랜드를 만드는 도시재생 방식이다.
근대문화유산은 부가가치가 큰 성장산업으로 지역발전의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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