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럴 줄 알았어.” 신화이벤트 신형찬 대표는 평창동계올림픽 성공기원 이벤트 ‘탭탭탭’의 총감독을 수락한 첫 미팅 때 혼잣말을 내뱉었다. 절대 부족한 시간, 경험하지 못한 시민참여 때문에 모두 고사한 행사였다. 속초 이벤트 고생지기라고 할 수 있는 속초축제위원회 최택수 사무국장의 간곡한 부탁도 한몫했다지만, 후회막급이었다. 설악·금강대교에서 2018평창동계올림픽 성공기원을 위해 속초시민 2018명이 탭댄스를 춘다는 컨셉만 있었다. 행사장 구역조성, 음향시스템, 안무 및 음원선정, 강사교육 및 파견계획, 자원봉사자 교육, 참여단체 진행회의. 숨도 못 쉴 만큼의 산적한 문제가 그의 눈앞에 있었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시간은 겨우 14일이었다. 11월 11일부터 25일까지, 14일간의 무모한 도전 ‘탭탭탭’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14일의 기적에 두 번 울어
지난 11월 25일 오후, 속초 설악∼금강대교에서 초·중·고교생, 군 장병, 시민 등 2018명이 참가한 가운데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성공기원 이벤트 ‘탭탭탭’은 속초시 최초의 시민참여 메가이벤트이다. 올해 속초를 빛낸 포켓몬고 열풍과 동서고속철 확정보다 ‘탭탭탭’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이들도 있다. 그 행사의 총감독 신형찬에게 소감을 물었다.
“14일의 기적이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다시 생각해 봤어요. 안무를 맡은 사운드박스의 신혜련 교수, 안무를 배우고 가르친 생활체육회와 시립풍물단 등의 강사들, 시민 참여를 이끌어낸 속초시청 자치행정과 시정계, 속초축제위원회 사무국과 참여 시민들. 누구하나 중요하지 않은 사람이 없었어요. 행사는 일회성이었지만, 우리의 노하우는 앞으로 속초시의 큰 자산이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하나 되면 불가능은 없다. 그런 가능성과 자신감을 얻었거든요.”
그는 두 번 울었다고 한다. 안무 강사들의 자기희생에 한번 울고, 이벤트를 끝냈을 때 울었다고 한다. 기쁨이나 슬픔이 아닌 열정과 땀의 결정체가 눈물로도 나온다는 것을 그때 알았다.
스스로 문화콘텐츠가 된 사회자
속초시의 대표적인 축제이벤트는 사회자 신형찬의 컨디션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의 부재로 인해 존재감을 알려준 사건이 있다. 설악문화제 거리퍼레이드 기획사가 바뀌면서 사회를 보지 못한 때가 있었다. 그해, 거리퍼레이드는 최악의 평가를 받았다. 신형찬이 빠졌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그의 사회 첫출발은 청소년수련원이었다. 수련원 신설을 계획 중인 이벤트 회사에 입사했는데 수련원 건설이 지연되면서 보직이 이벤트 기획부서로 바뀌었다. 우연히 얻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특유의 성실함으로 다양한 이벤트 기획뿐만 아니라 MC도 하게 되었다. 그의 성장과 함께 회사도 성장했다. 하지만, 청소년수련활동과 레크레이션에 대한 꿈을 버리기에는 아직 젊었다. 회사를 그만두고 선배가 운영하는 수련팀에 교육부대장으로 합류했다. 그런데 뜻하지 않은 일이 생겼다.
“전국을 다니며 활동했는데, 어느날 아버지 임종 소식을 들었어요. 그래도 전 가지 못하고 레크레이션을 했죠. 그때의 충격으로 모든 걸 접고 고향으로 왔어요.”
속초에 돌아와 레미콘 총무계장, 아남프라자 상가관리소 등에서 일을 했지만 기회는 뜻하지 않은 곳에서 왔다. 우연히 아남프라자 추석맞이 행사를 기획 진행한 것이다. 능력을 발휘하니 일감이 쏟아졌고, 자신의 뜻을 펼칠 수 있는 회사 설립을 자연스레 꿈꾸게 된다. ‘신화이벤트’는 그렇게 시작했다.
신형찬과 신화이벤트는 속초 축제문화 이벤트, 더 나아가 속초발전의 역사와 함께 한다. 매립되어 관광지가 된 엑스포 공원, 설악해맞이 공원의 작은콘서트, 새 단장을 마친 로데오거리와 속초관광수산시장의 문화이벤트 현장에 신형찬이 있었다.
그는 단순한 사회자가 아니다. 지역 공연팀에 대한 애정으로 쉴 새 없이 홍보하고, 관광객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열정을 다한다. 공연스텝의 마음으로, 공연기획의 열정으로 스스로 문화콘텐츠가 되기 위해 노력한 것이다. 그에게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다.
“탭탭탭을 진행하며 정말 만들고 싶은 축제 이벤트가 있어요. 지역의 삶이 녹아든 이야기가 시민의 참여로 완성되어가는 이벤트예요. 예전에는 막연하고 어려웠지만 이제 그림이 그려집니다.”
지역에서 활동한다는 이유로 평가절하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도 지역과 함께 성장하며 스스로 콘텐츠가 되는 사람들이 있다. 신형찬이 ‘탭탭탭’의 노하우와 열정으로 만들게 될 이벤트는 어떤 모습일까. 기대해 본다. 김인섭 속초문화원 사무국장
신형찬 씨가 속초축제위원회의 관광상품 ‘대포야 사랑해’를 진행하고 있다.
속초시의 ‘탭탭탭’ 이벤트는 문화행사 중 역대 최다 인원, 최단기간에 시민이 참여한 이벤트로 많은 이야기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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