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업인들의 뱃장(어선의 어획물 보관함)이 마르는 어한기가 찾아왔다. 명태가 사라진 후 어업인들은 1~3월이 되면 혹독한 겨울을 견뎌야 한다.
먼 바다에 풍랑주의보가 발효된 지난 11일 고성의 최대 항인 거진항을 찾았다. 매서운 찬 바람까지 부는 영하의 추운 날씨는 바다의 고기뿐 아니라 항포구를 찾는 사람의 발길마저 사라지게 만들었다.
항구 한 쪽에서 한 고령의 어업인이 새벽부터 추운 바다에 나가 잡아 올린 문어를 수협에 위판하고 있었다. 이만석(80, 명길호 1톤, 연승) 씨는 “많이 잡았냐”는 기자에 질문에 “뭐 매번 그렇지 뭐. 오늘은 문어 3마리 잡았어. 위판가가 신정(1일) 전 보다 못하다”며 “문어는 그럭저럭 잡히는데 가격이 좀처럼 오르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이 씨가 이날 잡은 문어는 총 6kg이며 위판가는 1kg당 3만2,000원이었다. 문어 위판가는 전달 12월에 1kg당 4만5,000원까지 치솟았지만, 새해 들어 1kg당 2만7,000원까지 떨어졌다가 설날을 앞두고 다시 오름세로 돌아서고 있다.
그물을 걷어서 항구에 막 들어온 또 다른 어업인을 만났다. 김인덕(57, 대동호, 2.37톤) 씨는 요즘 어획상황이 어떠냐는 질문에 “잡히는 것이 전혀 없다”고 혀를 내찼다.
김 씨는 “어한기도 어한기지만 물이 너무 차서 도치도 잘 잡히지 않고, 심심치 안게 보이던 임연수어나 방어, 가자미 등도 전혀 잡히지 않는다”며 배에서 빈 그물만 연신 내렸다. 그의 어선 뱃장을 보니 도치와 광어 등이 채 10마리가 되지 않았다. 김 씨는 이날 어획량이 너무 적어 위판도 걸렀다.
겨울철 어한기의 주요 어종인 도치 위판가는 11일 현재 알도치 6,000원, 수도치 2,000원 선에 형성돼 별 수입이 안 된다는 것이 김 씨의 설명이다. 그는 면세유값이 내려 그나마 도움이 되고 있다고 했다. 이날 면세유 가격은 200리터에 10만4,110원이었다. 한때는 13만원을 웃돌기도 했다.
김 씨는 “영어자금 등 각종 대출금에 기름값, 그물수리비 등 경비를 감안하면 요즘 같은 어한기에는 생계를 잇기마저 어려운 실정”이라고 하소연했다.
고성군에 따르면 새해들어 지난 11일까지 어획고는 양미리 30톤, 문어 23톤, 도치 25톤 등 113톤이 잡혔고, 어획고는 12억 3,000만원을 올렸다.
한편, 고성지역의 지난해 어획량과 어획고는 2015년에 비해 소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성군과 수협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어획량은 9,464톤으로 2015년 6,143톤보다 54% 증가했다. 어획고도 425억6,300여만원으로 2015년 403억4,700여만원보다 5.5% 증가했다.
어종별로는 도루묵이 2,458톤으로 전년 1,043톤에 비해 136% 증가했고, 방어와 대구 또한 전년대비 각각 128%, 108% 늘었다. 그러나 가자미, 숭어, 오징어, 꼼치, 게, 넙치 등의 어획량은 전년에 비해 52~77% 수준에 머물렀다.
이용수 기자 ellan92@naver.com
겨울철 어한기를 맞고 있는 고성의 거진 항포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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