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로 인한 원전의 공포가 덮치더니 이제는 일부 원전의 가동중지로 전력위기에 빨간불이 켜졌다. 평소에는 관심을 크게 두지 않던 에너지 문제가 온 국민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지난 2008년부터 정부가 에너지 자립을 목표로 추진한 저탄소 녹색마을 조성사업은 당초 목표 600곳에서 40곳으로 축소되었다. 몇 년 동안 진행이 지지부진해 사실상 실패 판정을 받았다.
반면 민간 주도의 에너지 자립마을 조성이 작은 성과를 내고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2003년 방폐장(방사성폐기물처분장) 신청을 둘러싸고 극렬하게 주민들이 나서서 반대해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전북 부안군이다.
 
부안 등용마을 ‘재생가능 에너지 체험학교 및 캠프’.
 
등용·화정마을의 에너지 자립
핵폐기장 반대를 외치던 주민들은 원전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에너지정책을 바꾸기 위해 스스로 나섰다. 주민들의 주도해 에너지 자립마을을 추진한 전북 부안군의 등용마을, 화정마을은 주민 스스로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선 곳이다.
부안 등용마을은 30가구 60여명이 살고 있는 작은 마을이다. 이곳에서는 부안 방폐장 반대운동 이후인 2005년 전국 최초로 주민의 자발적인 출자로 시민발전소 건설이 시작되었다. 지금 등용마을에는 태양광 발전 41kw, 소형풍력발전기 1kw, 자전거발전기 500w와 지열 냉난방시설이 가동되고 있다. 마을에서는 에너지 30% 줄이기 운동을 벌여 지난 2009년부터는 마을 전체 에너지의 60%를 자립으로 해결하고 있다. 지난 2008년 등용마을은 에너지자립마을을 선포했다.
등용마을은 일제시대 세워진 부안 최초의 천주교회가 들어서 있으며, 마을주민 80%가 천주교 신자이다. 이곳에 세워진 생명평화마중물 교육관에서는 부안시민발전소 주최로 2008년부터 ‘재생가능 에너지 체험학교 및 캠프’를 운영하고 있다. 태양광 발전기와 태양열 조리기로 생산된 전기로 생활하며 음식을 익혀먹고, 소형 발전기를 직접 제작하는 등 재생가능 에너지를 직접 체험토록 하고 있다.
부안군 주안면 화정마을도 주민들이 나서서 에너지 자립을 실현한 마을이다. 화정마을은 지난 2011년 녹색성장 우수사례 지역으로 행정안전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화정마을은 지난 2004년부터 유채를 재배해 바이오기름을 생산해 경운기를 비롯한 농기구의 연료로 사용하고 폐식용유 재활용, 우렁이농법 등의 친환경운동을 펼쳤다. 석유 없이 농사짓기 등 주민들의 자발적인 노력으로 2010년 그린빌리지 사업지역으로 선정되었다. 마을 내 35가구 모든 집에 특성에 맞게 태양광, 태양열, 지열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시설을 갖췄다. 이로써 일반 가정집에서는 전기요금을 내지 않게 됐으며, 마을회관과 경로당은 난방비가 들지 않는다. 에너지 자립마을이 된 것이다. 보통 태양광발전 시설 사업에 가구당 4,500만원을 부담해야 하나, 부안군에서는 군의 보조금을 더 늘려 가구당 50만원만 부담하게 했다. 
부안군에서는 2010년 화정마을을 시작으로 올해까지 모두 5개 마을을 그린빌리지 신재생에너지 마을로 조성했다.
부안에는 2011년 전라북도가 조성한 신재생에너지단지가 들어서 있다. 테마체험단지와 실증연구단지, 산업단지가 어우러진 복합단지로 국내 최초로 수소연료전지, 풍력, 태양광 시설 연구 시설이 집적되어 있다.
 
순탄치만은 않은 에너지 자립 노력
부안군의 민간주도 에너지 자립 노력이 순탄하지만은 않다. 2005년 등용마을과 원불교 부안교당, 부안성당에 시민햇빛발전소 1, 2, 3호기가 설치되어 한전에 전기를 생산 판매해왔다. 그러나 2012년부터 태양광 발전을 높은 가격에 한전에 판매하던 ‘발전차액지원제도(FIT)’가 2011년을 끝으로 폐지되어 수익성이 없어 소규모 태양광 발전시설을 추가로 짓지 못하고 있다. 또 ‘바이오디젤용 유채생산 시범사업’에 부안에서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농가가 참여했다. 그러나 이 사업도 2009년 종료되어 지원이 안 된다. 지금 서울시에서 햇빛발전소를 지원하는 발전차액지원제도를 지자체 차원에서 다시 부활시켜 소규모 태양광발전소 설치가 늘어나고 있다.
지금 신재생에너지라면 부안군을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된다. 작은 마을 주민들의 선도적인 노력이 있어 가능했던 일이다. 앞서 나가는 주민의 힘이 바로 지방자치를 이끄는 동력이다.
 
엄경선
프리랜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