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년만에 동해선 열차가 시험운행에 나선 17일 고성군 현내면 제진역은 역사적인 순간을 함께 하려는 지역주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날 오전 10시30분 동해선 열차 시험운행 축하공연장이 마련된 동해선철도남북출입사무소 광장에는 300여명의 지역주민들이 한반도기를 흔들며 북측 열차가 제진역 플랫폼으로 들어서기를 기다렸다.
동해선 유일의 생존 기관사인 강종구(86)씨도 이날 오전부터 제진역에 나와 자신이 이번 탑승행사에 초청되지 못해 못내 아쉬워 하면서도 북측 열차가 제진역으로 들어오기만을 초초하게 기다렸다.
강씨는 탑승객들이 오찬장으로 빠져 나간 뒤 역내가 조용해지자 기관차에서 대기중이던 북측 기관사 로근찬씨와 짧은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
로씨는 “강씨가 과거 동해선 기관사였다”는 주변의 얘기를 듣고 기관차의 창문을 열고 허리까지 뺀 뒤 강씨와 악수를 나누며 “만나서 반갑습니다”라고 선배에 대한 예(?)를 갖춰, 보는 이들의 마음을 뭉클하게 했다.
또 57년만에 북측 기관차가 정차한 제진역에는 많은 사람들이 몰려 기관차를 배경으로 사진찍기에 열을 올렸고, 간간히 북측 철도 여성 안내원들이 모습이 발견될 때마다 이들의 모습을 영상에 담느라 신경전이 펼쳐지기도 했다.
오후 들어 제진역은 만남의 기쁨도 잠시 아쉬움이 가득했다.
북측 탑승객들은 이날 오후 2시30분께 남측 인파의 환영을 받으며 열차에 오른 뒤 손을 흔들며 동포의 정을 표시했고, 동해안 최북단에 위치한 현내면 명파초교 학생들도 손에 한반도기를 흔들며 “통일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고 외쳐, 이별의 순간을 못내 아쉬워 했다.
이날 통일전망대를 찾은 관광객들은 남방한계선을 지나 북으로 올라가는 열차를 향해 손을 흔들며 아쉬워 했으며, 일부 관광객들은 역사적인 순간을 더 자세히 보기 위해 망원경을 이용하기도 했다.
고명진기자
mjgo9051@hanmailnet
동해선 유일 생존 기관사 강종구씨
“다음 기회엔 꼭 타보고 싶어”
“이번 시범운행 행사에 초청을 받지 못해 섭섭함이 크지만, 반세기 동안 끊겨져 있던 철도가 연결돼 감개무량 합니다.”
역사적인 동해선 열차 시험운행이 있었던 지난 17일 오전 고성군 현내면 제진역.
북측 기관차가 들어서기 2시간 전부터 취재진들에게 둘러 싸여 있는 동해선 유일의 생존 기관사인 강종구(86, 현내면 대진리)씨를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강씨는 이날 아침 일찍 집을 나서 북측 기관차가 제진역에 들어서기만을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역사적인 순간에 자신이 초청되지 못한 것에 대한 섭섭한 속내는 감추지 못했다.
“경의선 열차 마지막 기관사는 시험운행에 초청이 됐지만, 나는 연락이 없었어. 섭섭하지만 다음 기회엔 꼭 타보고 싶어.”
현내면 산학리에서 태어난 강씨는 20살 때인 1940년 치열한 경쟁을 뚫고 함흥지방철도국 고성기관국에 철도요원으로 입사했다.
23살까지 동해북부선 양양~원산 구간을 왕래하는 기관사로 활동했다.
강씨는 “지금도 당시 운행했던 양양~원산 구간의 32개역을 모두 기억하고 있다”며 “당시는 지금처럼 디젤기관차가 아닌 증기기관차여서 소음을 내고 연기를 피우며 달리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며 감회에 젖었다.
그는 시험운행에 초청되지 못한 오늘의 아쉬움보다는 오매불망 기다려왔던 지난해의 시험운행 행사가 취소된 것이 가장 아쉽다고 말했다.
“당초 지난해 5월에 실시하려던 열차 시험운행에 상당히 기대를 가졌어. 열차 시험운행을 앞두고 제진역을 찾아 옛추억을 되살리기도 했는데 돌연 취소돼 너무나 아쉬웠어.”
북측은 지난해 5월 실시하려던 열차 시험운행을 군사보장 조치가 마련되지 않았고 남측 정세가 좋지 않다는 이유로 중단시킨바 있다.
이날 북측 기관차가 제진역에서 떠날 때까지 역사 주위를 떠나지 못했던 강씨는 북측 기관사 로근찬씨와의 짧은 만남에서 로씨로부터 “만나서 반갑습니다”라는 인사와 정중한 경례를 받은 뒤 섭섭한 속내를 뒤로 하고 역사적인 현장을 떠날 수 있었다.
고명진기자
mjgo9051@hanmailnet
시험운행 탑승 명파리 김남환·김남술씨
“온정리서 통일쌀 생산 희망”
“꿈과 희망 평화를 안고 달리는 동해선 시험운행 열차에 타보니 감회가 새롭네요.”
동해안 최북단 마을인 고성군 현내면 명파리 김남환(48) 이장과 김남술(65) 전 이장이 17일 57년만에 이뤄진 동해선 열차 시험운행에 탑승한 후 깊은 감회에 잠겼다.
반세기 가량 접경지역에 위치해 있어 각종 개발제한으로 주민불편을 겪어 왔지만, 지금까지 불가능한 일로 여겨왔던 휴전선에 철로가 놓이고 역사적인 순간에 자신들이 참여한 것이 믿기지 않는 다는 반응이다.
강릉에서 입주해 마을 이장을 2번 지내고 현재 노인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남술 전 이장은 열차 시험운행 당일인 이날 마음이 설레 잠까지 설쳤다고 한다.
김 전 이장은 “금강산에 2번 갔다 왔지만 그때는 단순 관광 차원이었으나 이번은 6.25전쟁 이후 끊어졌던 열차가 재개돼 간다는 의미에서 차원이 틀려 마음이 설랬다”고 했다.
또 그는 육로관광은 바다경관을 볼 수 없지만, 열차는 삼일포와 해금강 등 해안경관을 볼 수 있어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했다고 말했다.
김 전 이장은 열차 운행이 이번 시험운행에서 끝나지 않고 계속 재개돼 물동량과 관광객 수송의 연결 교통수단으로 이어지기를 희망했다. 현재 농업에 종사중인 김남환 이장의 포부는 남다르다.
김이장은 이번 열차 시험운행이 북고성 온정리와 명파라와의 자매결연으로 이어지는 촉매제가 되길 기대하고 있다.
김이장은 “이번 열차 시험운행으로 북쪽에 들어가 보니 온정리와 명호리 일대에 묵혀 있는 땅이 많아 이쪽의 농기계를 활용하면 통일의 쌀을 생산할 수 있다는 생각에 자매결연 추진에 한가닥 희망을 걸게 됐다”고 했다.
그는 북측 기관차를 타고 제진역으로 내려오는 동안 북측 탑승객들이 자신들 체제의 우월성을 얘기했으나 대부분 친절했다며, 북측 기관차가 제진역을 떠나는 순간에는 언제 다시 열차로 왕래할 수 있을까 마음이 찹찹했다고 했다.
김이장은 “꿈과 희망 평화를 안고 달리는 열차 시험운행을 경험해 보니 앞으로 명파리 주민은 물론 전국민들도 함께 경험해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고명진기자
mjgo905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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