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남자 상남자다. 20년 전부터 사용한다는 명함에는 “강함에 무릎 꿇지 않고 약함에 이기려 하지 않겠습니다”가 적혀있다. 눈매가 매섭다. 정말 어둠의 세계에 있었느냐고 묻자 그렇다고 답한다. 14살, 덩치가 적어 또래들에게 종종 맞을 때부터 건달의 세계를 동경했다고 한다. 자존심과 깡다구, 남자다움과 의리로 뭉친 이십대를 보낸 30대 초반의 어느 날. 어머니가 자신 때문에 고생하시는 모습을 보고 건달을 그만두었다고 한다.
“건달은 건달한테 이겨야지 일반인에게 이기려고 하면 양아치가 되는 겁니다”, “건달은 배고프면 안 돼요. 그럼 양아치가 돼요.”
그 시절 이야기를 묻자, 자신이 몸담았던 세계에 대한 나름의 철학이 술술 나온다. 이 남자 뭘 해도 진심 담긴 상남자라는 느낌이 들었다.
이운용 씨. 얼떨결에 전국구 유명인이 된 사람이다. 얼굴은 몰라도 ‘속초 운용이형님’하면 모르는 사람이 없다. Tvn 간판 프로 <코미디 빅리그>의 ‘깽스맨’에서 시청률 1위를 견인하기 때문이다. 개그맨 이진호가 분한 속초출신 깡패의 인기비결은 속초사투리. 속초 특유의 북한말 같은 어투와 ‘~이짢니’라는 말로 끝나는 사투리가 대박 유행어를 낳았다. 장진 감독의 영화 <웰컴투동막골> 이후 강원도 사투리로 최고라고 한다.
그는 인연을 소중히 여긴다. 한번 맺은 인연은 오래 간다. 개그맨 이진호 등 현재 코미디 빅리그의 개그맨들이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 신인 시절부터 맺은 인연이 ‘속초 운용이 형님’을 만들었다. 지난 해 가을쯤, 개그맨 이진호가 전화를 했다. 자신과 후배들과의 대화를 개그소재로 써도 되냐고 물었다. 후배 돕는 일이어서 좋다고 했다. 이름만 잠깐 나오는 줄 알았는데 방송을 보니 약 3분가량 자신의 이름이 계속 나왔다. 담당 피디가 ‘이운용’이라는 사람이 나중에 문제 삼지 않겠냐고 물었을 정도. 그 피디는 이운용 씨의 SNS를 낱낱이 본 후 좋은 사람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이름 앞에 ‘깡패’가 들어가지만 부끄럽지는 않다. 사람냄새 나는 건달이 자신의 지향이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고향 속초가 전국적인 명성을 얻었다는 사실이 너무 즐겁다. 속초시가 ‘깽스맨’을 활용한 스타마케팅을 하겠다면 적극 돕겠다는 얘기도 한다.
그는 스스로 등골브레이커라는 자조적 표현을 했다. 미혼인데다 부모님 호강 한번 시켜준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속초에 사는 청춘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스스로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프로젝트를 실시해 또 다른 ‘등골브레이커’를 막고 싶어서다. 이제 막 청춘의 어둡고 긴 터널에서 빠져나온 40대의 ‘운용이 형님’이기 때문에 가능한 생각이다.
오는 6월, 길거리 음식으로 유명한 프랜차이즈를 자신의 방식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그에게 ‘속초 운영이 형님’ 캐릭터가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 주었다. 우연은 아니다. 사람을 진심으로 대했기에 찾아온 ‘당연한 기회’이다. 그 기회가 현실이 될 때, 속초의 또 다른 청춘에게 힘이 될 생각도 있다. ‘운용이 형님’이라면 가능할 지도 모르겠다.


 김인섭 속초문화원 사무국장·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