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난한 소방관의 길을 선택한 부녀소방관이 속초소방서에서 함께 근무하며 주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지킴이로 활약하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속초소방서를 책임지고 있는 엄영섭 서장(59)과 그의 장녀인 엄혜진 소방관(27).
이들 부녀소방관은 보기 드물게 같은 소방서에서 근무하며 부녀지간을 떠나 소방관 선후배로서 서로를 격려하며 화재와 산불로부터 주민들의 안전을 지키는데 헌신하고 있다.
아버지는 소방서장으로, 딸은 방호구조과 구급담당으로 서로의 직책은 다르지만 이들은 화재로부터 주민들의 소중한 생명과 안전을 지킨다는 사명감으로 똘똘 뭉쳐 있다.
화제 꺼리도 안 되는데 취재까지 나왔냐고 쑥스러워한 엄  서장은 “어느 덧 자란 혜진이가 어엿한 소방관이 돼 함께 근무하고 있다는 사실이 무척 대견하고 자랑스럽다”며 “하지만 소방업무가 정해진 시간이 없을 정도로 긴장의 연속이므로 후배 소방관으로 더 열심히 할 수 있도록 조언해 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 부녀소방관이 같은 소방서에서 근무를 하기 시작한 것은 아버지인 엄 서장이 1월 6일자로 속초소방서에 부임하면서부터다. 엄 소방관은 지난 2003년 11월 속초소방서에서 근무를 시작한 뒤 줄곧 이곳에서 구급담당으로 활약하고 있다.
30년을 일선 소방관으로 험난한 길을 걸어온 엄 서장은 딸이 같은 소방관의 길을 걷겠다고 했을 때 만류하기보다는 오히려 여성소방관으로서 소명의식을 갖고 해보라고 격려하며 든든한 후원자가 됐다.
업무시간이나 상황이 발생하면 아버지를 만나도 깍듯하게 거수경례를 붙이는 엄 소방관은 “어릴 적에는 어린이 날이나 공휴일에도 아버지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적어 불만이 많았지만, 크면서 아버지가 정말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자랑스러웠다”며 “3년차 소방관으로 근무하고 있는 지금은 아버지가 걸어온 길을 생각하면 존경스럽다”고 말했다.   
소방관으로서 아버지의 삶을 곁에서 늘상 지켜본 것도 주저 없이 이 길을 선택하게 된 이유고 많은 도움이 됐다고 한다.
엄서장은 지난 77년 소방사로 속초소방서에서 첫 근무를 시작해 부녀의 경력은 27년이란 차이가 나지만 소방공무원으로서의 사명감과 소명의식은 어긋남 없이 같다고 한다.
고성 토성면 성대리가 고향인 엄 서장은 지난 9일 서장실에서 딸과 함께 한 자리에서 지난 89년에 발생한 속초 중앙시장의 대규모 화재사고와 96년 거진 빨래골 산불, 지난해 양양산불 등 당시 대규모 화재와 산불로 주민들이 겪은 고통이 너무 마음 아팠다며 항상 주민들의 소중한 생명을 지키는데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속초여고와 강원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하고 곧바로 소방공무원 시험에 합격, 2003년 11월부터 속초소방서에서 근무하고 있는 엄혜진 구급담당은 그동안의 노력 결과 미국 응급구조사 연수과정 요원으로 선발돼 4개월간의 일정으로 오는 9월 미국 애리조나로 연수를 떠날 예정이다.
까다롭고 힘들기로 유명한 미국 소방관의 연수를 앞두고 있는 그는 아버지로부터 30년간의 경험을 전해 받으며 선진국의 응급구조방법을 몸소 체험하고 익혀 우리 실정에 맞도록 일선 소방업무에 적용하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오는 2008년 정년을 앞두고있는 엄 서장과 딸 엄 소방관은 화재와 산불 등 재난으로부터 설악권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오늘도 각자의 위치에서  묵묵히 소방업무를 다하고 있다.  
김주현 기자
joo@sorak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