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일본 여행을 다녀왔다. 갑년이라 부부만 가는 것이 마땅하나, 가족여행이 더 의미가 있을 것 같아 장남내외와 손주 둘을 데리고 여섯이 일본 도쿄를 방문했다. 제25호 태풍 콩레이가 상륙한다는 소식에 걱정도 되었지만, 이미 오래 전에 예약한 여행이라 어쩔 수 없이 진행했다. 우리나라 제주도와 남부지방에 상당한 피해를 끼쳤는데, 현지 날씨는 첫날을 제외하고는 매우 쾌청했다. 기온도 서울보다 높아 여름 날씨였다.
여행은 휴식과 함께 견문을 넓히는 좋은 기회이다. 다른 나라 사람들의 사는 모습을 통해 얻는 지혜와 교훈도 빼놓을 수 없는 유익이다. 사람은 오랫동안 일상적인 생활의 익숙함 때문에 잘못된 것도 모르고 그냥 지내는 일이 많다. 외부의 자극이 없으면 습관에 매몰되어 개선할 것들이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행이 필요하다. ‘높이 나는 새가 멀리 본다’는 격언처럼 밖에 나가야 우리 내부의 많은 것들을 발견할 수 있다.
그렇다고 새처럼 조감할 수는 없다. 건물공사의 조감도는 새가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그림이라는 의미이다. 공사 후의 완공모습을 조감도를 통해 미리 한눈에 볼 수 있다. 여행객이 짧은 시간에 그 나라 전체를 보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다만, 그저 머무는 주변을 통해서 보고 느낄 수밖에 없다. 제한적이지만 가까이 보는 것이다. 그래서 관찰이 가능하다.
일본을 방문할 때마다 느끼는 것, 첫째는 친절과 질서이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다. 손주들 때문에 교통을 생각해서 도쿄의 중심인 긴자에 호텔을 정했다. 긴자는 행정구역으로 주오구(中央区)에 속한다. 서울 종로구 정도로 고풍스런 호텔 프론트는 친절을 제외하고는 우리나라 모텔만도 못했다. 흔한 벽시계나 소파도 없이 허름한 나무의자 달랑 2개가 전부였다.
땅값이 비싸서인가 아니면 근검절약 실용주의 때문인가? 반대로 숙소와 조식은 매우 만족스러웠다. 그런데 호텔 출입문 2미터 앞에 금연 표지판이 4개나 붙어 있었다. 그것도 ‘걸어 다니면서 흡연금지’, ‘길거리 흡연금지’, ‘재떨이 없는 곳 흡연금지’, ‘혼잡한 곳 흡연금지’ 같은 내용을 서로 다른 표현으로 한글과 다국어로 반복해서 붙여놓았다. 이것은 ‘주오구 걸어 다니면서 흡연 및 쓰레기를 아무데나 버리는 행위를 없애는 조례’에 근거한 것이었다.
우리 지방자치단체들도 ‘길거리 흡연금지’ 조례를 만들어야 한다. 여기서, 만일 경고 표지판을 우리나라 대형 특급호텔 출입문 앞에 붙여 놓으면 호텔의 반응이 어떨까? 그런데 ‘길거리 금주’에 대한 경고표지판은 보지 못했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술집 영업 때문일 것이다. 그래도 다른 것이 있다. 길에서 소리를 지르며 술 취해 싸우는 젊은이를 보지 못했다. 이것은 시민의 의식수준 문제이다. 선진사고가 선진문화를 만드는 것이다.
둘째는 시민안전을 위한 교통질서이다. 일본의 양보운전은 부럽기만 하다. 긴자의 간선도로와 격자로 연결된 2차선에는 횡단보도가 없고, 이와 만나는 골목 도로만 적용한다. 따라서 소도로는 무조건 우선멈춤이다. 보행자와 자전거가 우선이다. 또한 일본택시 창은 투명하다. 우리도 택시기사와 승객 모두를 위해 택시 틴팅(썬팅) 금지를 법으로 시급히 적용해야 한다. 현재 영업용 택시 틴팅 농도 15% 적용을 없애는 것이 바람직하다.
셋째는 노인인력의 활용이다. 나리타공항의 입국심사 안내, 도심 빌딩의 교통안내도 주로 노인들이 담당한다. 우리처럼 단순히 깃발만 들고 서있는 것이 아니고, 여럿이 나와 제복을 입고 적극적으로 보행자 및 진출입 차량을 안내한다. 지난주 속초기독교종합복지회 창립1주년행사가 있었다. 김철수 속초시장과 시의회의원들, 김종명 노인회장을 비롯한 경로당 회장단이 함께 참석했다. 시설대표로서 감회가 새롭다. 한편 일본여행을 통해 우리나라 실버복지정책의 새로운 방향 설정과 대안 모색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최철재
경동대 교수·이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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