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예총이 주관하는 환동해권 국가 작가들의 미술교류전이 첫걸음을 뗐다.
‘2018 환동해권 국제미술교류전’이 지난 6일부터 11일까지 속초문화회관 전시실에서 열려 한국, 중국, 러시아 세 나라 작가들의 작품 40여 점이 한자리에서 전시됐다. 이번 미술전은 속초예총이 중국 훈춘,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등과 활발히 추진해온 환동해권 국제교류사업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교류전에서는 국내 작품 23점과 외국 작품 18점이 관람객들을 맞았다. 국내 작가로는 속초 작가들을 포함해 서울, 대전 등 여러 지역의 작가들이 참여했으며 유화, 수채화뿐 아니라 한국화와 섬유미술 작품 등이 출품됐다. 중국 작품들은 산수의 경관을 담은 ‘중국화’가 주종을 이뤘고 러시아 직품들은 정물, 풍경, 인물 등 다양한 대상을 다룬 그림들이 선보였다.
이번 교류전에는 개성 넘치는 작품들이 많았다. 김정호의 ‘속초항 인상’도 그런 작품들 중 하나이다. 이 그림은 질감이 특이해서 그림을 직접 감상하는 재미를 맛볼 수 있는 작품이다. 물감들이 덕지덕지 발라져 있어 누가 장난을 쳐 놓은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아무나 장난으로 그려서 이 그림처럼 효과를 내기는 힘들 것 같다. 물감을 대충 펴 바른 것 같지만 신기하게도 구체적으로 무엇을 그렸는지 알아 볼 수 있다. 건물과 배, 바다, 사람 등이 독특하게 표현돼 있다. 그림은 뭉개지고 흐물흐물한 인상을 준다. 물에 비친 속초항의 야경을 담은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술 마신 이의 시선 같기도 하다. 어쩌면 속초와 속초 바다에 취한 이의 시점을 표현한 것일 수도 있다.
김종원의 ‘흔적 2018-8’은 꽃과 화병을 그린 정물화라 얼핏 본다면 개성이 약한 그림이다. 집이나 사무실 어느 장소에 내 걸어도 평범하게 녹아들 그림이다. 그런데 이 그림은 무난하면서도 독특한 경계에 위치한 작품이라 평할 수 있다. 그림이 사실적이어서 사진을 보는 것 같은 착각도 들게 한다. 누구든 좋아할 정도로 예쁘게 잘 그린 그림인데 실제로 본다면 도록의 작품 사진보다 더욱 미려해 보인다. 작품의 배경에는 꽃무늬가 희미하게 표현돼 있어 단조롭지 않으며 청자의 문양처럼 작품을 더욱 풍성하게 보이게 한다. 표면에 바른 바니시가 주는 은은한 광택이 꽃, 배경, 화병과 어울려 조화로운 분위기를 풍긴다.
중국과 러시아 작가의 작품은 아쉽게도 원본이 아닌 프린팅된 작품들이었다. 각 그림들을 해외로 반출하는 데 있어 보험, 비용, 운반 등 여러 어려움 때문에 이번에는 이렇게 전시를 진행했다고 한다. 속초예총이 환동해권 국제문화교류 사업에 역점을 두고 있으므로 이러한 문제들은 차후에 점차 보완될 것이다. 예산 등의 문제를 고려한다면 속초시와 시민들의 더 큰 관심이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외국 작가의 작품들이 프린팅된 것이라 해서 그냥 건너뛰어도 되는 것은 아니었다. 몇몇 작품은 그 상태가 양호해 충분히 감상의 묘미를 전했다.
속초예총은 올해 아직 두 번의 국제교류 사업을 남겨 두고 있다. 먼저, 이달 말일부터 다음달 5일까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노총문화센터에서 ‘제2회 속초·블라디보스토크 국제문화교류’ 사업을 진행한다. 사진, 미술, 시화 각 10점씩, 30점의 우리나라 작품을 전시하며 한국무용 및 국악 공연을 펼친다. 이 사업을 위해 지역 예술인과 속초예총 관계자 20여 명이 현지를 직접 방문할 예정이다. 12월에는 속초문화회관에서 속초·연해주 고려인 문인교류전을 갖는다.
이광호 객원기자 campin@hanmail.net
‘2018 환동해권 국제미술교류전’에 전시된 김종원 작가의 수채화 ‘흔적 20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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