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모색하는 ‘속초시민 100인 원탁토론회’가 8일 아남프라자에서 열렸다. 이 토론회는 8~9일 양일간 개최된 ‘제13회 지속가능발전 강원대회’를 기념하는 행사로 강원도 및 속초시 지속가능발전협의회가 주관했다.
이날 토론은 총 2부에 걸쳐 진행됐다. 1부는 속초시 지속가능발전 과제에 대한 토론이었고, 2부는 속초시 지속가능발전 걸림돌을 진단하는 토론이었다. 토론 진행 전문 업체인 코리아스픽스 이병덕 대표가 전체 사회자로 토론을 주관했고, 총 10조로 나뉜 각 조에는 토론 퍼실리테이터(촉진자)가 별도로 있어서 토론을 진행하고 발언을 정리했다.
1부에서는 토론을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해 예시 과제로 △지속가능한 영랑호 활용방안 △속초시 난개발 대안 △보행 및 자전거 친화도시 조성이 제시됐고 이를 토대로 참가자들은 토론에 참여했다.
적극적인 자세로 자기 주장 펼쳐
조별 토론에서는 모든 참여자가 한 명씩 의견을 말하고 그 후 상호토론이 이어졌다. 여기에서는 난개발을 둘러싼 의견들이 많이 나왔다. 많은 참가자들이 토론의 시작부터 적극적인 자세로 자신의 주장을 펼치며 상대의 주장을 반박했다. 지속가능성을 모색하는 자리였지만 건설 개발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영랑호와 관련해서는 호수를 가로지르는 스카이워크를 만들자는 의견이 나왔고 영랑호를 습지보호구역으로 만들자는 주장도 제기됐다. 개발을 하되 관광객을 위한 개발이 아니라 지역 주민을 위한 개발이 되게 하자는 의견도 있었다.
1부 조별 토론이 끝난 후 전체토론에서는 각 조에서 나온 몇 가지 주장을 살펴보며 개인별 주장이 펼쳐졌다. 이 자리에서는 건설 개발 찬반을 둘러싼 세력 대결의 기미도 보였다. 누군가 무분별한 개발을 반대한다는 의견을 내면, 또 다른 누군가는 자리에서 일어나 별다른 논리를 제시하지 않고 개발의 적극 추진을 주장했다. 지속가능성을 모색하는 자리가 아니라 건설 개발 토론회를 연상하게 했다. 사회자가 노련하게 진행하지 않았다면 난상토론이 될 수도 있었다. 사회자는 서로 의견을 존중해 주기를 요청했고 좀 더 부드럽게 표현해 줄 것을 부탁했다. 그리고 의견만 제시하는 사람에게는 근거를 따져 물었고 논리적 이유 없이 주장만 강변하는 사람의 발언은 제지했다.
1부 토론을 마무리하며 10개의 속초시 지속가능발전 과제 중 우선순위를 정하는 투표가 진행됐다. 10대 과제에는 ‘주요 환경자원에 대한 보존과 친환경적 개발’ ‘개발이익의 공공적 환수 방안 수립’ 등이 있었는데, ‘속초 도시테마를 살린 관광환경 조성’이 가장 많은 인원인 21명의 선택을 받았고, ‘도시 수용성을 고려한 개발 계획’이 17명으로 두 번째였다. 이어 ‘낙후된 생활·경제적 환경 개선’이 13명, ‘미래세대를 위한 속초자연환경 보존’이 11명이었다. 그리고 지속가능 발전 목표 중 우선해야 할 사항으로 △번영 31명 △사람 28명 △지구환경 28명 △평화 3명 △파트너십 2명의 순서를 나타냈다.
2부에서는 속초시의 지속가능발전 방해 요소에 대해 토론했다. 참여자들은 지속가능발전의 걸림돌로 △낙후된 원도심 △시민소통·시민인식·행정혁신 미흡 △시민의 애향심 부족 △속초와 주민을 우선하는 개발계획 부재 △물, 교통, 주차장 등 도시 수용성 부족 △지나친 환경보호, 규제 우선주의 △개발 우선주의 등의 의견을 제시했다. 2부 토론 말미에 진행된 투표에서는 ‘속초와 주민을 우선하는 개발계획 부재’가 30표를 얻어 가장 큰 걸림돌로 선택을 받았다. 이어 ‘시민소통·시민인식·행정혁신 미흡’이 16표로 그다음이었다.
토론 후반부로 갈수록 집중력 잃어
이날 토론이 시작할 때에는 열띤 모습을 보였지만 여러 가지 아쉬운 장면들이 눈에 띄었다. 개별적인 사전 신청을 통해 시민들이 참여했음에도 두서없이 정리되지 않은 얘기를 하는 사람, 설득력 있는 논리적 근거 없이 주장만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그리고 지속가능성을 모색하는 자리인데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이 부족한 주장들도 많았다. 토론 시간이 지날수록 자리를 뜨는 사람들이 이어져 토론 막바지에는 빈자리들이 조마다 몇 자리씩 있었다. 토론 후반부로 갈수록 대부분의 조별 논의에서 참여자들이 집중력을 잃었고, 퍼실리테이터와 발언자만 대화하고 다른 이들은 논의에 적극성을 보이지 않는 모습들이 곳곳에서 연출됐다. 또한 어떤 이들은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듣지 않고 잡담이나 전화통화를 하거나 멍하니 있기도 했다.
이날 자리 배치에서도 문제점을 노출했다. 테이블 사이의 거리가 짧아 옆 조의 말소리가 조별 논의를 방해할 정도로 크게 들렸고, 같은 조의 사람들이 발언을 할 때에 발언자와 거리가 떨어져 있는 사람들은 얘기를 제대로 듣지 못했다.
이날 논의가 약간은 건설 개발 찬반의 경향을 띤 것에 대해 토론회에 참여한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이 토론회는 속초의 지속가능성을 고민하는 자리인데도 혹시나 여기에서의 논의가 재개발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까 우려해 재개발 조합 관련자들이 많이 온 것으로 보인다”는 견해를 밝혔다. 실제로 재개발과 관련 있는 사람들이 토론 현장에 보였다.
한편, 제13회 지속가능발전 강원대회에서는 원탁토론회 외에도 우수사례 발표, 관계공무원 연찬회, 강원도 사회적기업협의회 집담회, 토크콘서트 등의 행사들이 열렸고 9일에는 속초 투어로 마무리됐다.
이광호 객원기자 campin@hanamail.net
‘속초시민 100인 원탁토론회’가 8일 속초시 아남프라자에서 열렸다.
‘속초시민 100인 원탁토론회’에서 사회자가 각 조별 퍼실리테이터를 소개하고 있다.
제13회 지속가능발전 강원대회 우수사례 워크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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