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싣는 순서>
①설악권의 양극화 실태 및 극복 과제
②양극화를 극복해 가는 공동체 마을들
③영국의 도시 양극화 해소 성공 사례
④덴마크의 지속 가능한 교육·생태공동체
⑤영국과 덴마크의 마을공동체 파워 경쟁력
⑥설악권의 양극화 해소를 위한 실질 방안
“부자가 적고 가난한 사람들이 더 적을 때 우리사회는 더 풍요로워진다.”
세계 최고의 복지국가로 꼽히는 덴마크의 오늘을 이끈 국부, 그룬트비(1783∼1872)는 사회 모든 전반에 걸쳐 균형적 사고와 배려의 나눔이 정착할 때 양극화를 해소하며 평균적인 평등사회를 견인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의 공동체적 가치가 지금도 덴마크 정신으로 불리며 ‘나를 내세우기보다는 우리를’, 그리고 지역과 국가를 먼저 생각하는 공동체적 가치로 지속적인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그룬트비의 공동체 가치를 근본적으로 뒷받침하는 것이 바로 덴마크의 평생교육으로,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교육공동체로서 갖춰야할 덕목과 자아의 성찰 등을 통해 보편적이고 합리적인 인간상을 끄집어내고, 이들이 성장해 사회공동체 구성원으로서 역할을 해내며 세계 최고 복지국가의 경쟁력을 견인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단 한명의 아이라도 함께 가자’는 슬로건을 담아내는 교육공동체와 ‘무소유의 삶’을 실천하는 지역사회공동체는 덴마크의 평균적 평등사회를 지속 가능하게 이끌고 있다.
마음·손·머리 활용한 플랫폼 교육시스템
덴마크 수도인 코펜하겐에서 차로 1시간 30분 정도에 자리한 ‘바우네호이’는 애프터스콜레로 유명한 교육공동체다. 창의나 자유학기제 등으로 국내에 알려진 이곳은 중학교까지 9년제 무상교육인 덴마크에서 고등학교를 가기 전에 자신을 되돌아봐 부족하거나 더 채울 것이 있는 경우, 부모와 상의해 1년 동안 학년과 학업을 유예해 주는 교육시스템을 일컫는다. 1년 유예한 10학년인 셈이다.
바우네호이는 덴마크의 254개 애프터스콜레 중에서도 가장 전통 있고, 내실 있는 프로그램 운영으로 많은 학생들이 선호하는 학교 중 하나로, 역시 국부인 그룬트비의 교육철학에 영향을 받아 1969년 설립해 활발하게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서 재학 중인 101명의 모든 학생들은 자율 속에서 서로 협동하며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를 찾아 즐기면서 자아를 찾는데 집중한다. 땅에서 자라는 농작물을 직접 재배해 수확하고 요리로 만들어 함께 먹는 친환경 유기농 재배부터 목공, 승마, 글쓰기, 음악, 언어, 철학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마냥 자율적인 분위기 속에서도 끊임없이 이어지는 것이 바로 소통이다. 학생↔학생, 학생↔교사, 학생↔교직원, 학생↔교장·교감 등 높낮이 없이 이어지는 이야기는 덴마크 교육공동체의 요체다. 내가 모르는 것을 알게 되고, 다름의 가치를 함께 공유하는 첫 단추가 바로 대화를 통한 소통에서부터 출발한다.
이런 대화와 소통을 바탕으로 선한 마음을 갖고, 손으로 노동하고 머리로 생각하며, 협동심으로 사회성을 높여 함께 공동체 사회를 만들어가는 게 바로 애프터스콜레의 핵심으로 꼽힌다.
모든 프로그램 과정에서 토론은 기본이고, 국어·영어·수학은 레벨이 없지만 다른 과목들은 낙제부터 통과 등 7단계로 나눠 수행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다만, 우열을 가리기 위한 평가가 아니라,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를 확인해 보충하는 과정이기 때문이 이 또한 평균적인 뒤처짐을 예방하는 시스템이다.
주로 입소문이나 지인을 통해 입교가 이뤄지는 바우네호이 애프터스콜레의 학비는 5만 덴마크크로네(한화 800만원)로 저렴하지는 않지만, 정부 지원금이 보조돼 덴마크 물가 대비 그리 비싼 편은 아니다.
이 학교의 목표는 진실한 마음으로 자아를 발견하는 과정에서 기쁨과 즐거움을 찾아 스스로 사회성을 높여 합리적이고 똑똑한 민주시민으로서 글로벌 경쟁력을 견인하는데 있다.
바우네호이 크리스티안 교감은 “덴마크는 평균적으로 평등한 사회를 지향하기 때문에 비슷한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게 가장 중요하고, 애프터스롤레 역시 그런 교육이념을 기반으로 그 속에서 삶의 가치와 즐거움을 학생들 스스로가 찾도록 하는 가교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바우네호이를 비롯한 덴마크 내 254개 애프터스롤레의 지향점은 혼자보다는 여럿이, 뒤처짐 없이 협동하며 사회성을 높이는데 중점을 두고, 중등과 고등(청년) 사이의 괴리감이나 진로선택의 고민을 1년간 유예하며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사회적 위치를 찾도록 지원하는 교육공동체로서 소중한 가치를 발하고 있다.
특히, 덴마크의 교육은 왕따나 뒤처짐이 있는 학생들이 나오면, 5∼6명의 교사들이 함께 협업을 통해 남이 알지 못하도록 그 학생에게 자존감을 되찾아주고, 학력도 높이는 협업체제가 가장 큰 경쟁력이다.
결국, 덴마크의 교육공동체는 단 한명의 낙오자도 없이 가장 늦은 사람이라도 함께 데려가는 교육정책을 통해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폭력이나 마약 등 각종 범죄로 인해 치러야할 사회나 국가적 비용을 미리 줄이는 똑똑한 플랫폼 시스템을 안착시키며 국가경쟁력을 한층 높이고 있다.
자연그대로의 생태가치 추구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1시간 30분 거리인 스키비에 자리한 ‘스반홀름’ 공동체는 삶의 생태적 자유로움을 추구하는 무소유 공동체로 잘 알려져 있다. 1977년 인간소외의 삶을 버리고 자연으로 돌아가 공유하는 삶을 살자는 슬로건을 주창한 자연주의적 무소유자 부부에 의해 출발한 스반홀름은 지금으로부터 40년 전인 1978년부터 본격적으로 운영됐다.
250년 된 고택을 리모델링해 현재 80명의 어른과 50명의 어린이들이 살고 있는 이곳은 오염원으로 가득한 도시를 벗어나 가장 좋은 환경 속에서 가장 친환경적이고 자연 그대로의 삶을 추구한다.
공동주택 주변에 소 농장과 카페가 자리하고 2km 떨어진 곳에 440헥타 규모의 큰 농장이 이곳의 생계를 책임지며, 주민들은 그곳에서 각자 맡은 일을 하면서 건강한 생태적 삶을 이어가고 있다.
넓은 땅에서 밀과 채소, 과일 등 땅에서 나오는 모든 것을 땀 흘려 재배하지만 이들은 일을 위한 삶이 아니라, 자유롭고 건강한 삶을 위한 노동을 하며, 무소유의 공동체 가치를 만들어가고 있다.
아침 8시부터 저녁 5시까지 매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주 40시간 일하고 주말과 휴일엔 쉬며, 농사일을 내려놓는 12월∼2월까지 3개월 동안은 휴식기다.
모든 공동체 구성원들은 일단 들어오면 같은 조건에서 살고, 방은 부부라도 개인 각자 1개씩 준다. 공동체면서도 각자 개인의 자유를 인정하되,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생각과 가치는 잠시 내려놓기도 한다.
40년간 스반홀름이 무소유의 생태공동체를 유지하며 실험하고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이 ‘모든 사람에게 균등하게 기회가 주어지느냐’다. 균등한 기회를 통해 자유로우면서도 건강한 공동체적 삶을 살 수 있느냐가 스반홀름이 추구하는 가치이자, 지향점인 것이다.
이곳의 주민들은 농장에서 일하거나 인근 지역에서 의사나 교사 등 전문직에 종사하는 경우도 있다. 자신의 수입의 10%를 용돈으로 받기 때문에 각자 금액은 달라도 비율은 정확하게 균등한 셈이다. 용돈은 평균 4,000덴마크크로네(한화 70만원)다.
이런 시스템을 통해 연간 이곳의 운영비는 2500만 덴마크그로네(한화 45억원)로, 2300만 크로네를 재투자 등 다양한 곳에 지출하며 고도화 시대 속에서도 기본 틀을 잃지 않고 탄탄한 울타리를 유지하고 있다.
매월 1회 정기모임을 갖고 토론과 협상을 거쳐 상정한 안건을 만장일치로 결정하고 처리하는데, 40년간 결정한 것이 3838건에 불과할 정도고, 결정 사항은 옛날 방식으로 종이서류로 정리해 놓고 있다.
스반홀름 공동체의 리더는 없는 대신 중요한 일에는 당번을 정해 해결하고, 각자 맡은 분야에서 일하며 공동육아는 물론 아침과 수요일을 제외한 모든 식사는 식당에서 공동으로 하기 때문에 저녁 이후의 삶은 더욱 자유롭다.
이들이 추구하는 자연주의적 무소유 생태공동체는 태어나서 성장하고 늙어가는 과정에 억압적인 강제 시스템이 아닌, 개인의 자유를 바탕으로 가장 인간적이며 건강한 삶을 살아가는 시스템을 만들고 안착시켜 나가는 것이다.
태양열 발전으로 세탁기를 돌리고 빨래는 자연건조대에 말리며, 친환경 유기농 재배로 자신들의 건강한 먹거리를 자급자족하는 스반홀름의 시스템은 특이하게 보이질 몰라도 가장 근본적이면서 무소유 상황에서 인간이 어떻게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을 것인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실험정신이다.
이곳에 들어오고 나가는 것 역시 자유다. 대신, 무소유의 삶을 추구하기에 들어올 땐 모든 재산을 공동 통장에 입금한 후 각자 주어진 일거리를 통해 일정한 금액의 용돈만 받을 뿐, 의식주는 물론 육아 등 삶의 모든 것을 공동으로 해결하기 때문에 무소유의 생태공동체로 불린다. 나갈 때는 들어올 때 입금했던 돈을 다시 돌려준다.
공동체 구성원의 60% 이상이 10년 이상 살고 있고, 40년 동안 유지해온 현재의 시스템에 만족해하고 있다고 한다.
옛날로 돌아가려는 이들의 시도는 최근 당뇨병에 걸린 주민들이 옛날 종자로 키운 유기농을 장기간 먹으면서 크게 호전되는 사례에서 보듯, 생태학적으로 건강한 몸과 마음을 통한 자유로운 삶을 영위하기 위함이다.
당번을 맡은 키어스튼 씨는 “세상에서 가장 큰 가치는 인간 그 자체이기 때문에 우리 공동체는 인간적인 삶을 어느 하나에 속박 받지 않고 자유롭게 살면서 건강하게 유지하는데 목적을 두고 지금껏 진짜 건강하게 운영하고 있다”며 “인간이 만든 굴레 속에서 스트레스와 오염원으로 인해 찌든 몸을 치유하는 과정이 바로 무소유의 자유로움일 수 있고, 생활 속에서 실천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서로를 소외시키거나 소외되는 인간의 외로움을 치유하고 무소유를 통해 진정한 자유로움을 만끽하고자 울타리를 만든 스반홀름 생태공동체는 ‘선한 인간’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자화상으로 평가받으며 덴마크 내에서 많은 생태공동체의 탄생을 이끌어내고 있다.
김주현 기자 joo69523@hanmail.net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바우네호이 애프터스콜레에서 학생들이 즐겁게 목공활동을 하고 있다.
학생들이 점심시간에 맞춰 내갈 요리를 만들고 있다.
키어스튼 씨가 스반홀름 공동체의 운영상황 전반을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다.
1978년부터 40년간 건강한 생태공동체를 유지하고 있는 스반호룸 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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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통로 역할 보물창고 카페
스반홀름의 입구 마당에 자리한 작은 카페는 유기농으로 재배한 각종 생산품을 판매하는 곳으로, 이곳에서 주민들이 땀 흘려 재배한 농작물이나 가공품을 팔고 있다.
누구나 들러 사 갈 수 있는 이 카페는 주민들에게는 소통의 공간이자, 지역사회와 연결하는 통로역할을 해내고 있다. 스반홀름에서 생산한 유기농 제품들이 건강에 좋다는 평가가 이어지면서 주말이나 휴일에는 인근 지역주민들도 들러 유기농 제품들을 사가곤 한다.
바로 옆에는 당일 낳은 신선한 유정란이 지역주민들을 기다리고 있고, 이 역시 다른 지역 주민들에게 판매도 된다. 자급자족의 시스템을 유기농 제품으로 보여주는 이곳의 카페는 누구에 의해서도 아닌, 공동체 주민들 스스로가 역사를 만들어가는 스반홀름의 보물창고로 불린다.
김주현 기자 joo69523@hanmail.net
지역사회와의 소통과 통로역할을 하고 있는 스반홀름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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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미지 않은 나를 찾고 즐거움 배웠어요”
협동심·사회성 찾은 마리아·에스다·클라라 트리오
바우네호이의 트리오로 불리는 마리아·에스다·클라라는 올해 이곳에 들어온 학생들이다.
각자 9학년을 마치면서 말 못할 작은 이야기들을 간직하고 있었지만, 이들은 이곳에 들어온 후로 생기발랄한 모범생으로 학교생활을 주도하고 있다. 마리아와 클라라는 음악을, 에스다는 목공을 전공하며 서로 부족한 분야를 보완하는 협동관계를 통해 성장하고 있다.
이 트리오는 ‘땅에서 식탁까지’라는 슬로건을 마음 깊이 새겨 친환경유기농 재배를 몸소 실천하고 식탁에 오르는 수고스러움에 대한 고마움을 느끼며, 각자 즐겁게 배우면서 함께 공유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향유하는 과정에서 진정한 자아를 찾는다고 한다.
이런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과정이 몸에 배인 이들은 스스럼없이 이방인을 자신들이 거주하는 기숙사까지 안내하며 구석구석을 소개했다. 특히, 마리아는 “방문은 항상 열어놓고 있는데, 누구나 들어와서 같이 이야기하고 놀기 위해서”라고 앳된 얼굴로 설명했다.
이 트리오는 아침에 일어나면 이부자리를 정리하고 식당에서 아침을 함께 먹고 각자 좋아하는 프로그램 과정에 참여해 열심히 배우고 농작물도 키우며 승마도 타고 토론도 하면서 온전하고 합리적인 사회성을 높이기 위한 협동심을 기르고 있다.
엄마의 도움 없이 1년을 혼자 살고 싶어 입교한 클라라는 “친구들과 함께 배우고 놀며 꾸밈이나 가식 없는 나를 찾아가는 자체가 정말 흥미롭고 보람이 크다”고 만족해했다.
애프터스콜레 과정을 통해 마리아와 에스다는 사회성이, 클라라는 자존감이 높아지며 이제는 바우네호이의 홍보대사 트리오로 불릴 정도로 성장하고 있다.
이들의 부모도 “이전보다 아이들의 얼굴이 즐거워 보이고, 에너지가 넘쳐나 무척 행복하다”고 좋아한다고 했다.
강남스타일의 싸이를 좋아한다는 이들은 갓 중학교 과정만을 마쳤지만, 바우네호이의 자랑보다는 어른스러운 신중함과 진솔한 마음으로 자신들이 생활하는 공간과 프로그램을 꾸밈없이 자세하게 설명하며, 덴마크의 교육공동체가 왜 지속 가능하고 강한지를 몸소 이야기했다.
김주현 기자 joo69523@hanmail.net
바우네호이 애프터스콜레에서 건강하게 생활하고 있는 트리오. 왼쪽부터 마리아·에스다·클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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