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싣는 순서>
①설악권의 양극화 실태 및 극복 과제
②양극화를 극복해 가는 공동체 마을들
③영국의 도시 양극화 해소 성공 사례
④덴마크의 지속 가능한 교육·생태공동체
⑤영국과 덴마크의 마을공동체 파워 경쟁력
⑥설악권의 양극화 해소를 위한 실질 방안
“소통·공유·협업이 곧 마을공동체의 핵심입니다.”
영국의 도시재생은 오랜 세월 진행된 공업화와 부의 편중 등으로 인한 부작용이 사회 전반에 만연한데다, 도덕적 해이와 태만이 더해지면서 새로운 전환점을 필요로 하는 시점에서 시작됐다. 그 과정에서 가장 밑바탕이 되는 요체가 바로 지역주민들과 그들이 중심이 돼 형성한 마을공동체다. 공업화가 정부와 지자체, 의회 등 관 주도였다면, 현재의 도시재생은 지역주민과 지역사회가 주도적으로 참여하면서 지속 가능성을 더욱 높여가고 있다.
영국의 마을공동체가 주목 받는 이유도 각 지역별로 추진하는 도시재생이나 지역특화사업의 중심체로서 안착하면서 다양한 형태의 새로운 시스템으로 가지를 치고 있기 때문이다.
덴마크 역시,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국가의 경쟁력을 높이는 근간으로 교육·생태공동체의 체계적이고 확고한 시스템을 꼽고 있다. 그 중심에는 오랜 역사성에 더해 다양성을 인정하며 맞춤형 경쟁력을 키워온 공동체가 자리하고 있다.
소통·공유의 아이콘, 비영리모임(체러티)
영국의 도시재생 최고의 모델인 캐슬베일은 정부와 지자체가 제안해 추진했지만, 지금은 마을공동체가 커뮤니티 공간을 기반으로 주택 운영과 비즈니스를 함께 주도하는 제3의 파트너십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도시재생이 시작될 당시, 과연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에 발맞춰 지속성을 유지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를 고민하면서부터 탄생한 것이 체러티로 불리는 소규모 비영리모임이다. 이 모임들이 분야별로 활성화하면서 캐슬베일의 비영리모임들은 하나의 공동체 커뮤니티를 형성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성의 지역발전 모델을 구체화할 수 있었다. 작은 비영리모임은 수시로 소통과 공유를 반복하면서 최적의 대안을 도출하고, 이를 다시 커뮤니티 형태로 발전시켜 정부와 지자체, 의회 등과 수평적 협업관계를 만들어내는 튼튼한 기본 틀을 마련하게 됐다.
캐슬베일의 비영리모임들은 자신들이 거주하는 지역의 가장 큰 문제가 무엇인지를 먼저 체크하는 기초자료 조사에 몰두해 건물이 낙후되고, 실업률이 높아져 슬럼화가 가속화돼 교육저하는 물론 지역주민들의 건강도 나빠지고 있다는 통계를 돌출해 관련 기관들과 협업체제를 형성, 지역사회와 주민들의 인식을 전환하는 생활캠페인 활동을 펼쳤다. 많은 예산이 투입되는 도시재생과 병행해 기존에 잘못된 인식을 전환하는 소통과 공유의 시스템을 생활 속에서 실천한 요체가 바로 현재 비영리모임으로 불리는 체러티.
재활용 공동체인 브릭스톤의 리메이커리는 개별 체러티가 모여 재활용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그 과정에 분야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시스템으로 진화하면서 조직연합체의 완성도를 높인 것이 최고의 경쟁력으로 꼽힌다. 빈민가에서 낮은 삶의 질 속에서 생활하던 브릭스톤 주민들을 하나로 모아낸 것이 바로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출발한 작은 비영리모임인 체러티의 힘이다. “버려진 나무를 어떻게 다듬을까”라는 소통과 공유가 자연스런 협업으로 이어지고 그 과정에서 전문가 그룹이 참여하면서 빈민가였던 이곳은 창의성이 돋보이는 활기찬 도시로 탈바꿈에 성공했다. 리메이커리를 움직이는 것은 전문가 그룹이 아닌, 암울했던 과거 기억까지도 함께 공유하고 나눴던 평범한 빈민층이었다. 이들은 지금도 소통과 공유, 협업이 개인의 삶은 물론 지역사회를 바꿔나가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런던 템즈강의 작은 기적으로 불리는 코인스트리트의 변신 역시, 10년간 개발중심의 민간기업과 사투를 벌이며 런던시로부터 그 신뢰성과 열정, 의지를 인정받아 탈바꿈할 수 있었다. 작은 비영리모임들이 모여 ‘커뮤니티 빌더스’라는 사회적 기업을 만들고, 4개 주택협동조합까지 설립하면서 코인스트리트는 런던에서도 보다 체계적인 마을공동체가 중심이 된 탄탄한 지역으로 경쟁력을 더하고 있다.
슬럼화와 난민유입으로 공동화가 급속도로 진행됐던 영국 달스턴은 지역주민들 스스로가 작은 비영리모임을 꾸려 인식전환의 생활캠페인과 체계적인 발전계획서를 제출하면서 지자체를 움직여 도시재생을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 지역주민들로 구성한 비영리모임은 마을공동 커뮤니티로 발전해 문화예술분야까지 적용하면서 축제가 있는 지역으로 글로벌 브랜드 가치를 높여 나가고 있다.
국내에서는 안산시 일동이 주민들 스스로 많은 비영리모임인 체러티가 활동하고 있으며, 모든 관공서에 이야기 공간을 만들어 커뮤니티 거점화를 시도하고 있다.
로컬리티, 든든한 공공지원 징검다리
체러티가 커뮤니티를 형성해 지역공동체를 만들면 ‘공공자산으로 공공복지를 높이자’는 슬로건을 내걸고 활동하는 로컬리티 조직연합체가 지원에 나선다.
로컬리티는 각 분야별로 다양한 전문가 그룹이 참여하며 이들은 정부나 지자체 등 공공기관이 소유한 자산을 지역공동체에 이관해 공공자산이 지역재생과 공동체 활성화에 도움을 주도록 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사람의 힘이 곧 공동체의 힘’이라는 확신을 갖고 활발하게 활동하는 로컬리티는 △전문적인 조언 △공동체 변화 발전 가능한 자원 공유 △네이버후드 네트워크 공유 △더 나은 공동체 환경 조성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한 지역의 대학이 지역사회 공동체에 파고 들어 참여와 협업을 이뤄낸데서 출발한 로컬리티는 지속 가능성 공동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주인정신으로 꼽고 정확한 기초조사가 담보된 연구→가이드→캠페인 등의 과정을 무수히 반복하고 있다.
특히, 정보의 자유화 및 공유화를 기본으로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예산정보를 확인한 후 재정긴축에 의해 매각하는 정보를 취득해 지역자산화를 위해 주민들로 이뤄진 지역공동체가 경매에 참여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반드시 공공목적을 위해 선순환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는 게 로컬리티가 존재하는 필수 조건이다. 더 나아가 지역자산화의 활용이 한계에 이르면 로컬리티는 공공성이 높은 파트너를 골라 연결하는 역할에도 나서면서 그 영향력은 물론 지역공동체의 성장을 확실하게 견인하고 있다.
영국의 공동체를 글로벌 수준으로 선도하는 로컬리티는 이런 활동을 통해 △공동체 사용기반 마련 △기업활동 기반 조성 △자생력 강화 △선순환구조의 지역사회 및 국가발전 원동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도 로컬리티가 지역공동체의 순기능과 도시재생 능력을 넘어 비즈니스 모델로 확장하자, 영국의 새로운 사회 시스템으로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고 있다.
협업·자율시스템 공동체 뼈대
사회 전반에서 시작과 끝이 그룬트비로 점철되는 덴마크는 작은 울타리(지역사회)나 큰 울타리(정부·지자체) 모두 톱니바퀴가 잘 맞물린 협업공동체 시스템으로 작동한다.
‘내 이웃이 불행해지면, 지역사회와 국가가 힘들어진다’는 그룬트비의 철학이 바탕이 된 교육공동체는 누구 하나 소외됨 없이 함께 가자는 기치를 내걸고 학교의 공동체를 강화하는 원동력이 되고, 뒤처짐이 발생하면 곧바로 ‘협업의 구조선’이 발동해 그 학생을 참여중심으로 이끌어낸다.
애프터스콜레 역시, 이 같은 시스템에 의해 구체화된 교육공동체로서 초기에는 시스템이 이끌지만 나중에는 같은 공간에서 활동하는 학생들이 주도하게 되면서 사회와의 연결성을 높여 나가고 있다. 자라고 성장하는 과정에서 협업을 배운 학생들은 대학과 직장, 지역사회에 속해 소통과 공유, 협업의 가치를 실천하며 ‘사람중심, 시스템중심’의 사회질서에 동참하고 적극적으로 주도하는 구심점 역할을 하게 된다.
이런 협업체제는 가장 작은 학교와 지역사회를 넘어 정치계에서도 그 힘을 발휘하고 있다. 덴마크 의회는 의원 여러 명이 한명의 보좌관을 공동으로 사용하며 가장 효율적인 정치시스템을 만들어낸 것으로도 유명하다. 가장 적은 비용으로 가장 큰 효과를 내는 경제개념이 어릴 적 공공성을 높인 교육에서 출발해 가장 투명한 정치를 만들어낸 원동력이 되고 있다.
이처럼 협업의 교육과정과 교육공동체가 플랫폼 역할을 하면서 덴마크에서는 무소유 공동체를 비롯한 다양한 형태의 지역공동체가 공존한다. 정부나 지자체의 간섭이나 규제 없이 자율시스템에 의해 운영하는 생태공동체는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에 맞춰 스스로 일하고 함께 나누며 행복을 추구하는 과정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그 시스템이 바로 덴마크 정신이기 때문이다.
‘협업과 자율’의 학교공동체에서 자란 학생들이 커뮤니티를 형성해 지역사회를 구성하고 견인하면서 그 원동력으로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선순환체계가 덴마크 내 모든 공동체에서 작동하고 있다.결국, 교육에서 시작한 협업의 커뮤니티가 튼튼한 공동체를 이끌어가는 파워 브랜드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김주현 기자 joo69523@hanmail.net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캐슬베일 커뮤니티센터에서 10년 미래를 설계하고 있는 Pioneer Group의 이미지가 소통·공유·협업의 중요성을 알리고 있다.
캐슬베일 커뮤니티센터의 알림란에는 매일 주민들을 위한 공지사항이 빼곡하게 게시되고 있다. 이곳은 주민들이 수시로 들러 각종 정보를 취득하는 사랑방 역할을 하고 있다.
리메이커리 관계자가 나무 재활용 과정을 시연하고 있다. 쓰레기의 선순환 처리가 이곳에서는 생명력으로 다가온다.
코인스트리트의 네이버후드센터. 이곳은 사회적 기업을 통한 공유와 협업으로 템즈강 주변을 새롭게 탈바꿈시켰다.
바우네호이 애프터스콜레는 학생과 교사가 격의 없는 대화와 토론을 통해 소통하며 새로운 가치를 지속적으로 만들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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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성에 비즈니스 결합 경쟁력 배가”
‘The Pioneer Group’ - 캐슬베일 미래 10년 설계
향후 10년 미래의 캐슬베일을 지속 가능한 도시재생 거점도시로 견인하고 있는 ‘The Pioneer Group(개척자 그룹)’은 공공성과 비즈니스를 결합한 전문가 그룹이 참여해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사람·집·공동체’를 테마로 출범한 이 그룹은 이전의 체러티와 커뮤니티, 로컬리티들이 복합적 지원을 통해 자생적 기반을 마련한 바탕 위에 이제는 수익성을 내는 롤 모델까지 만들어 캐슬베일의 지속 가능한 친환경도시 조성의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많은 면적의 부지를 활용해 축구장과 수영장 등의 조성, 임대사업을 활발하게 추진하며 수익성을 높이는 동시에 캐슬베일의 최초 목표인 공공성을 높이는데 재투자하면서 친환경도시건설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런 노력 덕분에 캐슬베일은 정식 행정구역 지정은 물론 인근 버밍엄시와 멀리 런던에서도 사람들이 이주할 정도로 주목을 받고 있고, 앞으로 건설되는 고속기차의 배후 도시로 브랜드 가치를 높여 나가고 있다.
총괄매니저 아이포 존스 씨는 “우리그룹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바탕에는 체러티가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로컬리티가 지원한 튼튼한 뿌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획일적인 시스템 적용보다는 지역실정에 맞춰 가장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소통과 공유, 협업은 기본이고 그 중심에는 반드시 누구나 향유할 수 있는 공공의 목적성이 자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주현 기자 joo69523@hanmail.net
캐슬베일 커뮤니티센터 관계자들이 지난 20년의 도시재생 경과와 함께 향후 10년의 미래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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