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철 별미인 양미리와 도루묵의 어황이 대조를 보여 어민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계속된 어황부진으로 가을철 대표어종에서 밀려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낳았던 양미리의 어황이 크게 좋아진 반면, 지난해만 해도 동해안 항포구에서 불법어구인 통발로도 잡았던 도루묵은 거의 잡히지 않고 있다.
속초시와 속초수협에 따르면 지난달 15일부터 조업에 들어간 양미리의 어획량은 지난 13일 현재 97톤으로 지난해 17톤보다 471% 증가했다. 어민소득도 2억1,600만원으로 지난해 5,300여만원보다 300% 이상 늘어났다. 양미리 어획량이 크게 늘면서 조업 첫날 21만9,000원까지 치솟았던 통당(50kg) 가격도 현재는 14만원대로 떨어졌다.
양미리 어획량은 지난 2010년 이후 매년 감소세를 보여 왔다. 수협은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고성과 강릉 등 다른 지역의 양미리 조업은 극히 부진한데 반해 속초 연안에서만 유독 활기를 띠고 있다고 했다.
반면, 도룩묵 어획량은 지난해 9,664kg에서 올해는 1,857kg으로 81% 감소했다. 어민소득도 2,700만원으로 지난해 7,700만원보다 65% 줄어들었다.
어황부진으로 지난해 5,000원 하던 도루묵 1두름 가격이 올해는 1만3,000원~1만5,000원으로 두 배 이상 올랐다. 수협은 그나마 지난 12일 고성지역에서 6,000급(급당 20마리)의 도루묵이 잡혀 가격이 조금 내려간 것이라고 했다.
속초지역에는 13일 100급 정도의 도루묵이 잡히는 데 그쳤다. 수협은 지난해에는 이맘 때 보통 하루에 1만급 이상의 도루묵이 잡혔다며 올해는 거의 잡히지 않고 있다고 했다.
이렇다 보니 산란철을 맞아 항포구로 몰려오는 도루묵을 잡기 위해 불법어구인 통발을 이용해 도루묵을 포획하던 모습도 올해는 사라진 상태다.
이를 두고 어민들 사이에서는 도루묵 치어 방류사업이 중단된 지 5~6년이 되면서 자원 감소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 어민은 “냉수대가 고성 쪽 연안에서 정체돼 있어 도루묵이 속초 쪽으로 내려오지 못해 어황이 조금 부진한 것 같다”며 “냉수대가 확산되면 도루묵 어황도 좋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속초수협 관계자는 “올해 도루묵이 본격적으로 잡히는 시기가 예년에 비해 다소 늦어지는 것 같다”며 “최근 들어 조금씩 도루묵이 잡히고 있어 기온이 더 내려가면 더 많은 도루묵이 잡힐 것으로 전망한다”고 했다. 고명진 기자
지난 16일 오전 청호동 속초수협 앞 위판장에서 한 어민이 위판을 마친 도루묵을 상자에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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