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싣는 순서>
①설악권의 양극화 실태 및 극복 과제
②양극화를 극복해 가는 공동체 마을들
③영국의 도시 양극화 해소 성공 사례
④덴마크의 지속 가능한 교육·생태공동체
⑤영국과 덴마크의 마을공동체 파워 경쟁력
⑥설악권의 양극화 해소를 위한 실질 방안
양극화는 어느 나라나 도시를 막론하고 오랜 세월 자본의 편중과 그 체제의 시스템 부작용으로 인한 결과물이기 때문에 하루아침에 해소하거나 극복하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다.
다만, 양극화가 급속하게 진행되는 곳은 속도를 늦춰 방향성을 바꿔나가고, 아직 진행되지 않은 곳에서는 선제적인 대응을 통해 보편적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 나가는 노력이 시급한 것이 설악권의 현주소다.
영국의 도시재생과 덴마크의 교육공동체 선진사례에서 보듯, 이들 국가들은 자신들의 체제나 지역특성에 알맞은 시스템을 오랜 경험과 시행착오를 거쳐 완성해 나가는 과정에서 양극화를 해소하거나 미연에 예방하는 선제적 대응체계를 갖춰나가며 국가나 도시의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이에 따라 설악권도 각 지역실정에 맞는 양극화 요인을 보다 치밀하게 파악해 분야별로 그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구체적인 시스템을 조기에 안착시키는 동시에 비즈니스 모델로까지 전환하는 맞춤형 경쟁력 강화가 요구되고 있다.
시민사회 양극화 해소 가능성 열어
설악권에서 도시 양극화가 가장 활발하게 진행되는 속초시는 아파트와 호텔 건설 붐에 따라 외지 자본의 집중적인 유입으로 인해 신도심과 구도심, 원주민과 외지인 등 확연한 양분화 구조로 나뉘면서 지역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
특히, 막대한 자본력을 앞세운 기업들이 하드웨어 확충사업에만 속도를 내면서 그동안 고유하게 유지하던 지역정체성과 공동체성은 갈수록 희미해지고, 자본중심의 개발위주 정책들이 양극화를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설악산과 동해바다, 청초호 등 산과 바다, 호수라는 천혜의 자연에 둘러싸인 관광도시, 속초시의 이런 경쟁력이 급속한 자본에 의한 양극화로 크게 흔들리면서 지속 가능성까지 위협받고 있는 실정이다.
실례로 속초지역의 시민사회단체들이 중심이 돼 청초호에 건립하려던 41층 호텔계획을 막아내기 위해 소송을 제기, 승소하면서 12층으로 제한하는 결과를 얻어낸 것은, 양극화의 원천인 무차별적 자본유입을 차단한 적극적인 대응 사례로 꼽을 수 있다.
이에 더해 지역 곳곳에서 꿈틀대는 무분별한 도시재개발의 부작용을 막기 위해 속초시난개발방지시민대책위원회도 결성해 개발위주 정책에 제동을 걸고 있다.
이런 활동들은 속초시의 중장기적인 미래 청사진을 어떻게 그려 나갈 것인가에 대한 시민사회의 깊은 고민이 발현된 결과로, 앞으로 파생될 양극화 해소의 작은 가능성을 여는 전환점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같은 활동의 중심에 자리한 주민들의 모임이 바로 비영리재단으로 불리는 체러티고, 난개발방지를 넘어 도시재생과 관광활성화 등 속초시를 지탱하는 각 분야별로 더 많은 체러티들이 구성돼야 하며, 이 모임들을 지원하는 전문가 그룹인 로컬리티 네트워크가 꾸려져야 개발위주에서 벗어난 합리적이고 생산성 높은 정책들이 나올 수 있다는 분석이다.
무엇보다 속초시 집행부는 시민사회의 합리적이고 지역정체성이 강한 의견들을 정책에 반영하겠다는 의식전환이 필요하고, 의회는 중간지점에서 지역 체러티들과 로컬리티 네트워크의 수평적 눈높이 속에서 지원에 나서야만, 이들이 지역사회나 마을공동체의 가치를 다시 회복시키는 구심점 역할을 해내면서 선순환구조의 지역사회 시스템을 안착시키는 경쟁력을 갖춰 나갈 수 있다.
공유자산, 특화사업과 지속 연계해야
농·어촌인 고성군과 양양군의 양극화는 도시에 비해서는 확연하진 않지만, 최근 양양의 서핑특구나 고성의 스킨스쿠버 활성화 지역 등 개발여지가 높은 특화지역을 중심으로 외지 자본이 급속하게 몰리면서 앞으로 가시화될 우려가 높은 게 현실이다.
낙산도립공원구역의 해제나 남북협력의 거점으로 동해북부선 연결 예상지역 등은 양극화로 가는 초입에 들어서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최근까지 투기바람의 중심에 자리하고 있다.
적은 면적의 속초시에 비해 면적이 넓은 고성군과 양양군은 대규모 개발사업이 추진돼야만 지역경제가 활성화될 것이라는 근시안적인 개발중심 정책에 초점을 맞춰 해안선과 인접한 노른자위 군유지를 매각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겉으론 도시형성이나 관광지 활성화를 위한 최선책으로 보일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자신들의 자산 가치를 크게 낮추는 것이기 때문에 무분별한 매각보다는 100년 임대 등 장기간 임대형식의 시스템을 적용해 땅의 가치를 보존하는 동시에 개발도 함께 추진하는 틀을 갖춰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특히, 도심화를 촉진하기 위해서는 무분별한 매각을 통한 개발보다는 양양의 서핑특구나 고성의 스킨스쿠버 활성화 지역의 배후에 이들이 거주할 수 있는 주택단지를 지자체와 민간기업이 함께 참여하는 사회주택으로 건설하는 도시재생 방안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이와 함께 지난 2012년부터 정부의 농촌중심지 활성화사업을 진행하면서 국비를 포함해 내년까지 400여억원에 이르는 막대한 예산을 읍면 소재지 정비사업과 연계해 투입하고 있는 상황에 발맞춰, 현재 유지하고 있는 마을공동체의 특수성과 경쟁력을 살려 견인할 수 있는 체러티 및 로컬리티 네트워크 조직을 위한 기본골격을 마련하는데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도심화가 덜 된 만큼, 집행부와 의회가 선제적으로 나서 마을공동체를 실질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요체가 무엇인지 기초자료를 체계적으로 조사한 후, 이를 데이터화하고 각 분야별로 조직화를 통해 지원조례를 제정하는 것도 앞으로 파생될 양극화를 미연에 방지하는 예방시스템으로 꼽힌다.
공공성 높은 지역공동체 구심점 찾도록
세계 각국이 겪고 있는 양극화는 원인과 분야 등이 복잡하고 다양해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하는데 많은 시간과 예산이 투입되는 게 현실이다.
설악권도 마찬가지로 개발여지가 높아지면서 건설 붐과 함께 도시재생과 연계한 재개발 움직임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고, 고성·양양 또한 특화지역에 자본유입이 거세 양극화의 진앙지로 꼽히고 있다.
영국과 덴마크가 각자 시스템에 맞는 도시재생과 교육·생태공동체 활성화 시스템을 마련한 이유는 오랜 세월 산업화와 그 이후에 안일한 태도로 방치한 결과, 너무 많은 국가·사회적 비용이 투입되기 때문에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에 비해서는 양극화 진행 속도가 늦은 설악권이 그 부작용으로 인해 치러야 할 대가를 최소화하며 선제대응을 통해 하나의 비즈니스 모델로 안착시키기 위해서는 주민들의 적극적인 공동체 참여와 체러티 및 로컬리티 네트워크 조직이 선행돼야 하고, 지자체와 의회는 인식전환을 통한 수평적 사고 틀 속에서 지원체계를 갖춰나가야 한다.
결국, 지역주민 중심의 소통·공유·협업의 선순환구조 시스템이 각 분야별로 파생해 자발적인 조직체를 형성하고 뿌리를 내릴 때, 지역사회가 양극화의 늪에 빠지지 않고 오히려 활력을 되찾을 수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설악권 각 지역이 공동체 연대를 구성하면 거대자본에 대항력을 갖추면서 지역주민과 지역사회 중심의 맞춤형 도시재생 등 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개인보다는 지역사회를 먼저 고민하고 이웃에 대한 배려의 공공성을 높이는 진정한 지역공동체가 제대로 작동할 때, 양극화를 해소하는 구심점 역할을 넘어 다양성이 존중받는 지역사회로의 전환점을 앞당길 수 있다.
김주현 기자 joo69523@hanmail.net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최근 난개발까지 우려되는 속초시는 도심개발에 따른 양극화가 크게 우려되면서 대응방안으로 지역실정에 부합하는 양극화 해소 시스템 마련이 필요한 실정이다. 도시재생이 진화하고 있는 영국 캐슬베일의 사례를 접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고성군과 양양군은 향후 파생될 양극화에 미리 대처하는 예방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도시재생으로 새롭게 탈바꿈한 영국 캐슬베일의 중심 주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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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핑거점 사회주택, 도시재생 1석2조
설악권에서 최근까지 가장 많은 인구가 몰린 곳이 서핑거점인 양양 현남면 죽도·인구다.
이곳에는 42개의 서핑 숍과 함께 카페, 펜션, 음식점, 게스트하우스 등 연관 사업이 활발하게 운영되며 상주인구가 500여명이 이르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서핑을 중심으로 음식점과 숙박 등을 연계하는 복합게스트하우스까지 등장한데다, 보드제작업체도 생겨나는 등 소규모 서핑산업화가 움트고 있지만, 500여명의 서핑 상주인구가 안정적으로 주거하며 자녀들의 육아와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 런던 정경대학 신현방 교수는 “인구 3만이 안 되는 양양군에 도시재생사업을 접목한다면, 외부유입인구가 많은 서핑지역에 배후 거주단지를 지자체가 나서서 임대형태로 조성하고, 장기간 임차료를 받는 게 가장 적합할 것 같다”고 제안했다.
이 같은 거주단지 조성을 바탕으로 공동육아와 학교교육을 동시에 받을 수 있는 교육시스템을 활성화시키면, 런던의 캐슬베일처럼 1980∼90년대 모습의 작은 어촌마을의 현대적 도시재생이 가능하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도시재생 전문가들은 양양군의 서프시티 조성사업에 마을공동체 개념을 적용, 공동이용이 가능한 사회주택과 공동육아 및 대안학교 개설 등 서핑인구의 정주를 위한 시스템 도입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제안하고 있어, 향후 양양군의 추진상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주현 기자
서핑인구가 날로 늘어나는 양양 현남면 인구·죽도는 주택부족에 이어 육아와 교육시설도 미흡해 도시재생을 통한 새로운 전환점이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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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득환 경동대 행정학과 교수
“지역실정 기초조사 지원 필요”
사득환 경동대 행정학과 교수는 “설악권은 양극화의 초기단계라고 봐야 하기 때문에 그 해결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시스템을 주민참여 중심으로 만들어 나가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고, 지자체와 의회는 이런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수평적 사고 속에서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피력했다.
사 교수는 “지역실정이 어떤 상황인지에 대해 정확하게 파악하고 분석하는 기초자료조사가 정밀하게 이뤄져야 하고, 원활한 수행을 위한 전문가 그룹의 참여 지원도 함께 실행돼야만 실효성 있는 성과를 얻어낼 수 있다”고 밝혔다.
■신현방 런던 정경대학 교수
“양극화 해소 방향성 설정 중요”
신현방 런던 정경대학 교수는 “영국의 도시재생을 통한 양극화 해소는 현재도 결과를 알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지역특성을 분석하고 가장 적합한 시스템을 어디에 맞춰 진행할 것인가에 대한 방향성 설정이 가장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신 교수는 “커다란 양극화 해소 방향성이 설정되면, 가장 근본적인 뿌리를 어디에 둬 중장기 수익성을 낼 수 있는 시스템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도 함께 할 때 합리성에 더해 생산성까지 담보할 수 있는 방안이 나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우징 코칭 한스 대표
“공공성에 수익성까지 가미해야”
파이어니어 그룹의 하우징 코칭을 맡고 있는 한스 대표는 “도시재생을 단순한 리모델링으로 봐서는 안 되고 한 세대를 거쳐 이뤄낸 재생시스템을 이제는 파트너십을 가미해 비즈니스 모델로 이어나가는 원동력에는 지역주민들의 인식전환과 함께 끊임없는 소통 속에서 가장 효율적인 경제성 모델을 만들어가는 시스템이 자리한다”고 피력했다.
그는 “캐슬베일의 도시재생은 정부와 지자체, 지역주민, 의회 등이 함께 만들어낸 사례지만, 지금은 전문가 그룹의 참여로 지역주민들 또한 공공성을 기반으로 한 전문성이 높아져 수익성까지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리메이커리 총괄 마크 씨
“주민중심 도전정신 전환점 마련”
런던 브릭스톤의 리메이커리를 총괄하는 마크 씨는 “빈민가였던 브릭스톤이 리메이커리로 탈바꿈한데에는 하찮은 쓰레기 하나라도 새롭게 변신시킬 수 있다는 주민들의 도전정신과 적극적인 참여, 그리고 지속적인 협업이 큰 원동력이 됐고 지금도 이런 정신을 바탕으로 계속 진화하고 있다”고 확신했다.
그는 “모든 시스템이 참여자와 운영자 중심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생산성이 높아질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창의성까지 보태지면 긍정적인 전환점을 마련하게 된다”고 말했다.
■데이비드 로컬리티 매니저
“체계적 지원·협업 효과성 높여”
런던 로컬리티 매니저로 활동하고 있는 데이비드 씨는 “가장 작은 울타리인 체러티가 뿌리를 내릴 수 있었던 것은 전문가 그룹의 체계적인 지원과 협업이 있었기 때문이고, 가장 기초적인 조사 역시 전문가 그룹의 참여로 정확성을 높여 진단할 수 있었다”고 전제했다.
그는 “도시재생은 양극화를 넘어 새로운 수익모델까지 창출하고 있지만, 무엇보다 지역자산화의 공공성이 가장 중요한 뼈대이기 때문에 공공성을 담보한 시스템을 얼마나 정확하게 그리고 시너지 효과성 높게 만들어낼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고 피력했다.
■바흐네호이 크리스천 교감
“함께 하는 협업이 공공성 담보”
덴마크 바흐네호이 애프터스콜레 크리스천 교감은 “덴마크 교육공동체의 힘이 바로 지역사회와 국가를 견인하는 경쟁력이 되고 있고, 그 이면에는 함께 협업하고 부족한 것은 서로 채워주며 균등한 사회를 만들어가는 동반자라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자리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결국, 어릴 때 어떤 사고와 어떤 방식으로 성장하느냐는 과정이 정말 중요하고 비록 뒤처짐이 있더라도 함께 가야하는 이유는 모두가 공동체고 이것이 지역사회와 국가를 지탱하는 힘의 원칙이기 때문에 모든 분야에서 공공성이 기본 뼈대가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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