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구 얘기만 하면 좋네요.”
속초시노인복지관 탁구교실 전문지도자 이건화 전 속초시탁구연합회 회장은 탁구 얘기에 싱글벙글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그는 70대 초반이라는 나이가 무색하게 굉장히 다부진 모습이었다.
“제가 탁구를 하려고 군생활을 관뒀죠.”
이 전 회장은 이렇게 말하며 시원하게 웃었다. 속초 토박이인 그는 군에서 중사로 복무하다 탁구가 너무 좋아서 제대했다고 한다. 당시는 월남전 때문에 부사관이 부족해 제대를 원해도 쉽지가 않던 시절이어서 제대 상신을 세 번이나 한 끝에 겨우 제대를 할 수 있었다.
제대 이후 그의 삶은 탁구가 중심에 놓인다. 그는 1970년대 초부터 탁구장을 운영했고 73년부터 83년까지 10년 동안 속초시 대표 탁구선수였으며, 강현초등학교에서 탁구 코치로도 활약했다. 탁구협회 활동에도 적극적이어서 1973년에는 속초시탁구협회 발족을 주도해 82년까지 전무이사를 맡았으며 92년까지는 회장을 역임했다. 그는 생활체육으로서 탁구를 보급하기 위해 2015년까지 국민생활체육 속초시탁구연합회 회장을 맡아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그리고 그는 60대에 강원도 생활체육 탁구대회에서 7연패를 한 바 있고 요즘은 속초시노인복지관에서 탁구를 가르치면서 각종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그는 “삶의 신조가 ‘영원한 승자도 패자도 없다. 체육인은 항상 정직해야 한다. 체육인은 사심을 버려야 한다’는 것”이라며 이런 정신을 구현하기 위해 한평생 운동을 해왔다고 강조했다.
이 전 회장이 탁구교실 전문지도자로 있는 속초시노인복지관에서는 탁구의 인기가 매우 좋다고 한다. 탁구교실은 아침부터 사람들로 만원을 이루는데, 총 7개의 탁구대에서는 언제나 사람들이 탁구를 치고 있고 그 주위로는 더 많은 이들이 담소를 나누며 대기한다. 현재 속초시노인복지관에는 80대 어르신 중에서도 매일 탁구 삼매경에 빠진 사람이 있다. 최고령은 84세이고 80대만 10명 정도나 된다. 어르신이라고 만만히 볼 수 있는 탁구 실력이 아니다. 이 전 회장이 얘기하는 너머로 탁구채를 휘두르는 어르신들의 실력이 웬만한 젊은 사람들이 얕보고 덤비기 힘들 정도이다.
이건화 전 회장은 몇 해 전부터는 라지볼탁구 보급을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다. 속초와 인근 지역의 라지볼탁구대회 개최를 주도하고 있다. 지난 8일에는 속초생활체육관에서 ‘인접 시·군 라지볼탁구 친선단합대회’가 열려 속초, 양양, 인제, 양구에서 생활체육으로 탁구를 즐기는 어르신들이 한 자리에 모인 바 있다.
라지볼은 기존 탁구공보다 약간 더 큰 공을 사용하는 경기이다. 규정 탁구공의 크기가 40mm인데 라지볼은 44mm의 공을 사용한다. 겨우 4mm 차이라 큰 차이가 없을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 회장의 말에 따르면 공이 커서 공의 속도가 떨어지고 치기가 좋아짐에 따라 랠리가 오래 간다. 따라서 어린이나 노인도 좀 더 쉽게 할 수 있다.
이 전 회장은 사람들에게 탁구를 적극 권한다. 오랫동안 탁구를 해온 그는 나이에 비해 매우 건강해 보인다. 물론 나이가 나이니 만큼 혈압약을 먹고 있긴 하지만, 그 외에 별달리 지병이 없다고 한다. 그는 말하는 어조가 또렷하고, 공을 치는 모습은 가볍고 날렵하다.
이 전 회장은 속초시노인복지관 탁구실에 거의 매일 상주하다시피 하고 있다. 오전 9시가 조금 지난 시간이면 탁구실에 도착해서 복지관이 문을 닫을 때까지 자리를 지킨다.
“복지관에서 봉사하는 것이 저의 임무죠. 죽을 때 가져가는 기술이 아니잖아요.”
이렇게 말하는 이 전 회장의 말에서 앞으로 그가 10년 정도는 일선 현장에서 거뜬히 속초의 생활체육을 이끌어 줄 수 있을 거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이광호 객원기자 campin@hanmail.net
속초시노인복지관 탁구교실 전문지도자 이건화 회장.
이건화 회장은 70대이지만 탁구 실력만큼은 웬만한 젊은 사람들보다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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