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카페 ‘속초에 살다’가 지난 14일 속초 교동에서 문을 열었다. 이 카페는 속초시니어클럽이 기존의 ‘행복한 가게’ 1층에 설립한 것으로 이날 열린 개소식에는 김철수 속초시장, 최철재 속초기독교종합복지회 대표 등이 참석해 축하 행사를 가졌다.
개점을 며칠 앞두고 찾은 실버카페에는 여기에서 일하게 된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이 한창이었다. 카페의 입구에는 ‘속초에서 커피를 만난 울엄마’라고 쓴 작은 간판이 붙어 있었다.
실버카페에서 일하는 어르신은 모두 12명으로 지원자 30명 중에 선발됐고 최고령자는 77세, 최연소자는 62세이다. 카페의 개점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며 일요일을 빼고 매일 운영되는데 어르신 직원들은 각자 주당 6시간에서 14시간 정도 일한다.
바리스타이자 사회복지사인 ‘미스터 탐’이 교육을 맡아 기계 작동법을 포함해 주문을 받고 커피를 제공하기까지 유의사항을 하나하나 설명하고 짚어줬다.
탐은 현재 속초유케어센터 응급알림서비스팀장을 맡고 있다. 독거노인의 안전 확인을 위한 장비를 설치하고 노인의 안전을 확인하는 일이다. 이번에 실버카페가 문을 열면서 바리스타인 그가 실력을 발휘하게 됐다.
“요즘 거의 하루에 세, 네 시간 자고 있어요. 실버카페 교육시간은 매일 두 시간인데 이걸 준비하는 시간이 네, 다섯 시간이네요. 본 업무를 두고 일을 더 하려니 몸은 피곤하지요. 하지만 새로운 일을 할 수 있어서 재밌네요.”
열정적인 강의를 진행하던 탐은 잠시 쉬는 시간 동안 미소를 띠며 이렇게 말했다.
다시 수업이 시작되자 탐과 어르신들은 한꺼번에 이렇게 외쳤다.
“속초에, 살다. 우리가 행복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실버카페에서 일하게 된 ‘맏언니’ 윤화자 씨는 “여기에서 일하게 돼 많은 아우님이 생겨 좋다”며 “급여도 받고 봉사도 하고 굉장히 즐겁다”고 말했다. 실버카페 직원 중 가장 나이가 적은 이은화 씨는 “서울에서 정년퇴직 후 속초에 와서 보람 있는 일을 찾다가 이 일을 시작하게 됐다”면서 “실버카페가 지역명소가 되도록 노력하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속초시니어클럽의 최진 실장은 “노인을 위한 일자리 창출을 목적으로 카페를 열게 됐다”며 “기존에 노인 일자리라고 하면 환경미화, 급식소 같은 일들이 많았지만 이제는 어르신들의 욕구가 달라져 카페를 개설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 최 실장은 “카페의 운영 상황을 봐서 앞으로 속초시니어클럽은 카페에 대한 행정 지원만 맡고 어르신들 중에 사업단 대표를 뽑아 자체적으로 카페 운영이 가능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향후 이에 더해 카페와 연계해 실버베이커리의 개점도 추진할 예정이다.
실버카페 ‘속초에 살다’에는 도비와 시비가 각각 2,500만원씩 투입됐으며 속초신용협동조합과 조광중기가 집기 등을 후원했다. 커피와 음료 가격은 2,000~2,500원이며 수익금 전액은 노인복지 증진을 위해 사용된다.
이광호 객원기자 campin@hanmail.net
실버카페 ‘속초에 살다’에서 일하는 12명의 어르신들과 바리스타 ‘미스터 탐’.
커피머신 작동 교육을 받고 있는 어르신들.
지난 14일 속초 교동 ‘행복한 가게’ 1층에 실버카페 ‘속초에 살다’가 김철수 속초시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개소식을 갖고 영업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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