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본원적 모습이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백두대간 자락인 양양 서면 구룡령 고갯길에 자리한 산채 ‘체로금풍(體露金風)’의 주인장인 미술가 지월 박황재형 작가는 가식 없고 꾸밈없는 자연 그대로의 자아를 찾아가는 작품 활동에 여념이 없다.
조상대대로 태를 묻었던 곳에 내려와 두문불출 칩거한 지 5년 만에 지월선생은 ‘반성과 배려’의 철학적 자기고찰을 통한 작품을 세상에 내놓으며, 세상과의 자연스런 소통을 재개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저명한 미술평론가로 15년간 강단에 서며 활동해온 그가 이곳에 둥지를 튼 것은 7년 전. 35년째 그림과 글씨, 돌조각 등 다방면의 예술가로서 활동하는 지월선생은 평소 지천명인 50세가 되면, 번잡한 도시를 떠나 자신의 태를 묻었던 구룡령 산채로 들어가 다시 인간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기 위한 연마를 하겠다고 한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고 있다.
그렇게 7년 전에 이곳에 돌아온 그는 5년 동안 묵으로 그림을 그리고 글씨를 쓰고 돌을 조각하면서 인간본연을 회복하기 위한 작품에 몰입했고, 2년 전부터 다시 세상과 소통을 시작했다.
지금은 지월체로 불리는 그의 글씨체는 전서와 초서를 융합한 독특한 필체와 묵의 무한한 상상력을 가미한 창의성 높은 서체로 현대를 살아가는 많은 이들로부터 사랑받고 있으며, 높은 작품성에 더해 단순명료한 대중성까지 가미돼 고유의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특히, 지난 2015년 대표적인 작품인 몽유묵원은 수묵대관산수화의 정수를 보여주며 인간 본연의 관점에서 자연과 함께 하는 그의 삶의 가치와 지향점을 가장 적절하게 묘사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렇게 자신의 열정과 철학적 가치를 담고, 인간 본연성을 회복하기 위해 공을 들인 작품만도 수천점에 이르고, 개인전 16회와 단체전 700회를 기록할 정도로 활발한 활동을 해오고 있다.
아직도 자신의 작품 활동을 습작이라고 말하며 겸손한 자세로 시대와 소통하는 그는 요즘 젊은이들과의 교감을 위해 고양이와 개를 주제로 한 작품을 그려 전시회도 갖고 있으며, 후학양성에도 힘을 쏟고 있다.
삶과 예술 단순화가 깨달음
“산에 취하고 바다와 같은 넓은 꿈을 꾸기 위해 구룡령에 들어온 지 7년이 지난 지금 제가 느끼는 것은 누구나 어느 곳에 있거나 스스로에게 가식 없이 진솔하고 함께 나누는 삶을 산다면 그것이 곧 행복이라는 것입니다.”
북송 시대의 수묵화법을 기본으로 자신만의 독특한 필체에 먹의 오묘함을 더해 탄생한 그의 작품들은 가장 단순명료함이 가식 없고 진솔한 가치로 빛을 발할 수 있음을 전하고 있다.
과학자가 꿈이었던 지월선생은 속초초교와 속초중, 강릉고를 졸업하고 대학을 미생물학과에 입학했지만, 미술에 대한 발로를 저버릴 수 없어 다시 동양화를 전공하며 미술가의 길을 걸었다. 늘 글씨 쓰기를 하며 자신을 연마한 그는 졸업 후 현대철학까지 더해 20년간 미술평론가로서 서울과 인천 등지에서 활발한 미술평론 활동을 해왔다.
먹을 활용한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유는 대부분 검은 색의 먹을 어둡다고 생각하지만, 먹은 무한정 깊고, 그 깊이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단순함에 더해 밝은 긍정의 깨달음을 주는 소재이기 때문이다.
이런 연유로 먹과 인연을 맺어 30년 이상 해온 그의 활동은 각박한 현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소통의 채널이자, 깨달음의 매개체가 되곤 한다. 여기에 사진기라는 매체를 통해 보다 더 진실에 다가가는 먹그림까지 그리고 있다.
그는 “어떤 분야를 막론하고 치열한 과정 속에서 그 이치를 깨닫듯, 미술가는 미술가처럼이나 미술가인양 살아선 안 되고 미술가로 살아야 한다”고 피력했다.
국내에만 머물던 자신의 지평을 넓히기 위해 5년 동안 중국 연변대 미대 미술학원(과) 객좌교수로도 활동한 지월선생은 북송시대 수묵화의 본류를 연구하는 동시에 다양성과 다름의 가치를 한중교류를 통해 통찰하는데도 큰 역할을 해냈다.
이를 계기로 삶과 예술을 단순화하는 작업에 몰두하고 있는 그는 앞으로 4년 정도 더 작품 활동을 한 후 환갑이 되면, 다시 1살로 돌아가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하겠다고 환한 미소를 지었다.
가을이 되면 낙엽이 떨어져 앙상한 가지만 남는 나무를 보면서 가식 없는 인간 본연의 모습을 깨달아 자신의 산채를 체로금풍이라고 지었고, 그 입구에는 그동안 자신의 발이 돼준 자동차를 옛날 화장실 위에 올려놓고 파랑새라 부르는 그의 마음에는 ‘무소유의 선함’이 무엇인지를 말없이 대신하고 있다.
자신을 아는 모든 벗들에게 열린 공간으로 선뜻 내준, 그의 산채에는 언제부터 그 자리에 있었는지조차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오랜 세월 그 자리에 있는 커다란 화강암이 응접 식탁을 대신하며 엄동설한에도 찾아오는 이들에게 온기를 전하고 있다.
김주현 기자 joo69523@hanmail.net
우리나라 먹그림의 대가로 평가받고 있는 지월 박황재형 작가.
모두가 잠든 고요함 속에서 하는 작품 활동은 자신과의 대화다.
그동안 땅에서 잘 달리던 자동차를 하늘과 소통하라며 옛날 화장실 위에 올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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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뜩 깨우친 돼지와 까마귀 ‘돈오돈오’ 출간
서울·강릉·양양서 북-콘서트
자연과 인간의 본래 모습 담아
지월 박황재형 작가가 양양 서면 구룡령 자락에서 7년 동안 지내며 성찰을 정리한 책 <돈오돈오>가 출간돼 서울과 양양, 강릉에서 북 콘서트를 연다. 출판사는 강릉의 도서출판 리좀.
이 책은 ‘문뜩 깨우친 돼지와 까마귀’라는 뜻으로 지난 30년 이상의 활동에서 터득한 경험과 작품 세계 그리고 구룡령에 들어와 깨달은 자연과 인간 본래의 모습 등을 독특한 서체의 글씨와 그림, 글로 압축해 단순화했다.
출판기념회는 지난 15일 오후 3시 서울 강남구 에코락갤러리를 시작으로 강릉은 19일 오후 3시 임당생활문화센터 1층, 양양은 20일 오후 3시 문화복지회관에서 북-콘서트로 진행된다.
박황재형 작가는 “올 한해도 저물고 있는데, 조촐한 출판기념회를 통해 감출 수 없는 사랑과 행복을 나누고자 한다”며 “2019년 기해년 황금돼지 해를 앞두고 함께 훈훈함을 채워주시기를 청한다”고 말했다. 김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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