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태인·장진순 80대 노부부의 살아온 이야기<2> – 통영에서의 젊은 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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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라도 일 안 하면 죽는 줄 알았지”

등록날짜 [ 2019년01월28일 14시58분 ]

양태인 옹은 어린 시절 겨울이 되면 연날리기를 많이 했다고 한다. 양 옹에 따르면 그의 고향 통영에서는 이웃 마을들과 연싸움을 자주 했고 상대편 연을 잘 끊어내기 위해 실에다가 유리가루를 묻혔다. ‘못치기’도 당시 어린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 있는 놀이였다. ‘못치기’는 배를 만드는 데 사용하는 ‘넙적못’을 사용하는 놀이로 땅에 꽂힌 못을 다른 못으로 쳐서 넘기면 이기는 놀이였다. ‘넙적못’은 인근의 조선소에서 얻어왔다고 한다.
초등학교 3학년까지 학교를 다닌 양 옹은 열네 살이 됐을 때 일을 시작했다. 처음 한 일은 배 목수의 ‘데모도(てもと)’였다. ‘데모도’는 조수를 뜻하며 양 옹은 목수 옆에서 목수가 필요로 하는 연장을 주거나 나무를 옮기는 일을 하며 목수를 거들었다. 그 후 그는 나전칠기를 배운 적도 있다. 그러나 옻독이 올라 이는 얼마 못가 관뒀고 다시 배 목수의 보조로 돌아갔다. ‘데모도’ 일을 한 지 2년 정도 지나자 못을 박거나 구멍을 뚫는 등, 배를 만드는 데 있어 작은 일을 맡으며 선박 제작에 직접 참여할 수 있었다.
그런데 배 목수 일은 매일 있지 않아 열흘씩 놀기도 했고 이런 때면 그는 화물선을 탔다. 그가 탄 화물선은 주로 호남에 가서 소금이나 보리를 실어왔고 그는 배에서 선원들이 먹을 식사를 준비했다. 이상의 일들은 그가 스무 살이 되기 전에 했던 것들이다.
“나 어렸을 때 고생 많이 했지. 요새 사람들은 그거 비하면 참 호강이야.”
장진순 할머니는 초등학교 1학년에 다닐 때 모친이 돌아가셔서 그 이후에는 학교에 다니지 못했다. 열다섯 살 때부터는 그물 짜는 공장에 다니며 맏이로서 어린 동생들을 돌봐야만 했다. 공장은 집 근처에 있어서 점심이면 집에서 밥을 먹고 다시 일하러 나갔다. 어릴 적에는 동생들을 돌봐야 했기에 친구들과 어울려 논 기억이 많이 없다고 한다. 그의 동생 둘은 모두 서울의 명문대학으로 진학할 정도로 공부를 잘했기에 그는 언제나 동생들을 자랑스러워했다.
양 옹과 장진순 할머니는 중매로 만나 결혼했고 그때 장 할머니의 나이는 스물한 살이었다.
“세상모르고 시집 왔지.”
양 옹은 결혼한 이후에 군대에 갔고 장진순 할머니는 남편의 입대 후 시아버지와 시어머니를 모시고 자식을 키우며 그물 짜는 공장에 계속 다녔다. 장 할머니는 아들이 네 살이 될 때까지 그물 짜는 공장에서 일했다. 양 옹은 아들로서는 막내였지만 부모를 모셨기에 장진순 할머니는 시집살이를 해야만 했다.
“힘든 줄 모르고 살았지. 하루라도 일 안하면 죽는다고 알고 일을 했지. 일을 많이 해서 지금 많이 아파.”
양태인 옹은 강원도 화천에서 군 생활을 했다. 목수로 일한 경험을 살려 군대의 목공소에서 일할 수 있었는데 군 생활이 편했다고 한다. 단, 당시 군에서 나오는 식사는 형편없었다.
“위에 놈들이 다 떼먹고 찌끄레기만 먹었지.”
당시 상급 부대에서 소를 한 마리 주면 양 옹이 있던 부대에서 병사들은 그 국물만 먹을 수 있을 뿐이었다.
양 옹은 제대 후 배 목수 일을 다시 시작했다. 그런데 몇 해 후 통영의 지역경제에 문제가 생겼다. 이는 양태인·장진순 부부의 삶에 전환점이 됐고 그들은 통영을 떠나 새로운 곳으로 향하게 된다. <다음에 계속>
구술 양태인·장진순
정리 이광호 객원기자 campin@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