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0인 원탁회의에서 다룬 3가지 토의과제는 찬성과 반대의 논리가 첨예하게 대립되는 사안들이였다. 첫 번째 과제였던 ‘중앙시장 일방통행 시행안’은 다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아주 작은 차이로 찬성의견이 많았다. 그러나 나머지 두 과제인 ‘구 수협건물 부지의 활용계획’과 ‘영랑호 개발’ 과제는 위원들 간에도 다양한 견해들이 표출되어 결론을 내리기가 매우 어려웠다. 그러나 50인 원탁회의의 존재 이유가 어떤 결론을 도출하고 찬반을 결정하는 기구가 아니고 다양한 계층과 분야를 대변하는 사람들이 모여 다양한 의견을 개진하고, 그 과정에서 오고 간 여러 가지 의견을 종합해서 시정을 결정하는 데 도움을 주는 자리라고 생각하기에 매우 의미 있는 과정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 토론과정을 지켜보면서 필자는 우리 지역에 이런 공론화 과정이 공개적으로 진행되기 시작한 것이 매우 의미 있는 일이며, 앞으로 더 많이 활성화 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토론과정을 냉정하게 들여다 보면서 몇 가지 걱정이 생겨났다. 하나는 필자 자신도 그렇지만 대부분의 참여자가 지나치게 자신의 프레임에 갇힌 의견만을 피력하고 있지 않나 하는 걱정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움벨트가 있기에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하지만, 적어도 어떤 사안을 논의할 때는 자신의 주장도 중요하지만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도 깊이 생각해보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그리고 그 주장의 논거를 바탕으로 과연 무엇이 우리 지역에 더 좋은 일인지를 한 번 더 생각해 보는 자세를 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회의나 토론의 자리에 가기 전 필자는 늘 속으로 다짐을 한다. ‘오늘은 가급적 말을 아끼자.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최대한 많이 듣자. 나의 의견과 반대 되는 이야기라도 내 생각과 다르지만, 그 주장의 논거가 합리적이면 최대한 받아들이려고 노력하자.’ 그리고 집에 돌아와 그 과정에서 필자는 스스로의 다짐을 얼마나 지켰는지를 반드시 점검해 본다. 그 결과는 늘 만족스럽지 못하다. 여전히 필자는 말이 많았고, 상대방 의견의 다름을 인정하기 보다는 답답하다고 속을 끓였다. 아직도 너는 멀었다고 자책하면서 필자가 했던 말 중에서 혹여 편견은 없었는지, 다른 이에게 상처가 되는 말은 없었는지를 다시 곱씹어 보는 시간을 반드시 가지고 있다. 이는 다른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필자 역시 다른 이들과 똑같이 나만의 프레임을 갖고 있으며, 나만의 움벨트를 가지고 있는 평범한 호모사피언스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필자가 말하는 의견에는 자신도 모르게 필자만의 색깔이 들어가게 되고, 필자의 주장에 당위성을 부여하고, 은근하게 필자 개인이나 필자가 속한 단체에 도움이 되도록 정책의 합리성을 주장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설악신문>의 기사를 보면서 또 다른 우려가 생겼다. 언제부터인가 대한민국은 목소리 큰 사람이 자신의 주장이나 의견을 더 관철시키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래서 어디를 가든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보기에도 섬뜩한 문구들을 붉은 글씨로 표시한 불법 현수막을 거리 여기저기에서 볼 수 있다. 그것도 안 통한다 싶으면 행정기관과 의회 등을 찾아가 힘을 과시하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된다. 지금 우리 지역에서 시행하려는 여러 가지 정책사항들 모두가 자신이 가진 개인적 배경과 활동 단체에 따라 충돌점이 생길 수밖에 없는 예민한 사항들이다. 그렇다고 너무 자신의 주장만이 올바른 것이라고 고집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더 나아가 마치 자신과 자신이 속한 단체의 이익을 위해서 하는 주장을 지역의 공익과 미래를 위하는 일인 것처럼 포장하는 남부끄러운 일은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이제 우리 지역도 목소리 큰 몇 몇 단체나 사람들의 의견도 소중하게 들어야 하지만, 말하고 싶어도 말하지 못하는, 자신의 목소리가 작아 말해봐야 소용없고 입만 아프다는 다수의 침묵하는 시민들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는 노력을 더 많이 해야 한다. 그래서 모든 정책 결정의 중심에는 늘 ‘다수의 시민’이 있어야 하고, ‘시민의 생각’이 우선 되어야 한다.
김종헌
시인·설악문우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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