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사 경판 65년 만에 미국에서 돌아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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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시에 슬라이드 사진 기증한 미군 출신이 반환

등록날짜 [ 2019년04월01일 16시09분 ]

미군이 한국전쟁 직후인 1954년 미국으로 가져간 신흥사 불교 경판 1점이 65년 만에 신흥사로 돌아왔다.
대한불교조계종 제3교구 본사인 설악산 신흥사(주지 법검 우송스님)는 “지난달 18일(현지 시각) 미국 시애틀에서 리처드 록웰(92) 씨로부터 ‘제반문’(諸般文) 목판 1점을 돌려받았다”고 26일 밝혔다.
이번에 돌아온 경판은 17세기 중·후반에 제작한 것으로 추정된다. 경판 크기는 가로 48.2㎝·세로 18㎝이며, 상태는 매우 양호한 편이다. 양면에 글자가 새겨져 있다. 제반문은 사찰에서 행한 일상의 천도의식과 의례를 기록한 문서다. 신흥사 제반문 경판은 88장으로 구성된 44점 내외로 추정됐으나, 한국전쟁 전후로 대부분 소실됐고 지금은 14점만 남았다. 록웰 씨가 반환한 경판은 마지막 부분인 87∼88장이다. 시주자 이름이 ‘연옥(連玉)’과 ‘김우상양주(金祐尙兩主)’로 적혀있다.
미군 해병대에서 중위로 복무하던 록웰 씨는 1954년 10월 수색 정찰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신흥사를 찾았다가 전쟁으로 황폐화한 경내 파괴된 전각 주변에서 경판 1점을 수습해 그 해 11월 미국으로 가져가 자택에 보관해 왔다.
록웰 씨는 신흥사 경판이 중요한 문화재라고 판단해 한국에 돌려주고자 했으나 마땅한 방법을 찾지 못했다. 그러다 지난해 1월 속초시립박물관에 1953∼54년 설악권을 촬영한 슬라이드 사진 279점과 경판을 기증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했다. 이에 박물관은 국외소재문화재재단에 사실관계 확인과 환수업무를 요청했고, 재단은 미국 시애틀의 록웰 씨 자택에 현지 직원을 파견해 경판 유출 과정을 파악하고 진품임을 확인했다. 이에 신흥사는 능인사 주지 지상 스님을 미국으로 보냈고, 스님은 지난달 18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 속초시립박물관 직원과 함께 록웰 씨 자택을 방문해 65년 만에 경판을 돌려받고 조건 없이 자진 반환한 데 대해 감사패를 전달했다.
록웰 씨는 이날 슬라이드 사진 279점도 속초시에 기증했다.
신흥사는 지난달 26일부터 신흥사 유물전시관에 환수한 경판을 전시해 일반에 공개하고 있다.
장재환 기자 semin274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