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발생한 산불로 고성·속초 산림 700ha와 삶의 터전이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향후 정확한 피해현황이 밝혀지겠지만, 이번 산불의 피해 규모는 잠정 집계된 수치로만 따져도 역대 산불 중 네 번째다.
산림청에 따르면 역대 재난성 산불은 1996년 고성 산불, 2000년 동해안 산불, 2002년 청양·예산 산불, 2005년 양양 산불, 2013년 포항·울주 산불, 2017년 삼척·강릉 산불 등 총 6차례 있었다. 이번 산불까지 포함하면 총 7차례의 재난성 산불 중 5차례가 강원도에서 발생했고, 그 중 3건이 고성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역대 최악의 산불이라 일컫는 2000년 동해안 산불은 2000년 4월 7일 고성군 토성면 학야리에서 발화해, 4월 15일까지 강원도 고성군과 삼척시, 동해시, 강릉시, 경상북도 울진군 일대의 산림 2만3,448ha를 태우고 850여 명의 이재민을 발생시킨 대형산불이다.
그 해 고성지역은 4월 6일부터 11일 사이 총 3건의 산불이 발생해 산림 2,696ha, 8개리 70세대 206명의 이재민이 발생해 총 139억9800만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두 번째 대형산불 역시 지난 1996년 4월 23일 고성에서 발생한 화재로 인근 부대 사격장에서 불량 TNT를 폭발 처리하는 과정에서 불씨가 날려 시작됐다. 산림 3,762ha가 불타고 건축물 227동, 6개리 49세대 140명의 이재민이 발생, 227억1700만원의 재산상 피해를 입었다.
올해 산불을 비롯한 3건 모두 26~35%의 건조하고 순간 최대 풍속 17~27m/sec의 강풍을 동반한 날씨에 발생했다.
매번 대형산불이 날 때마다 건조한 대기와 양간지풍을 탓하지만, 인재에 의해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히기도 한다. 이번 산불 원인과 관련해 강원지방경찰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 결과, 특고압 전선과 개폐기를 연결하는 리드선이 떨어져 나가면서 전신주와 접촉해 발생한 아크(불꽃) 불티가 마른 낙엽과 풀 등에 붙어서 발생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지난 18일 밝혔다. 이에 따라 경찰은 한전의 전신주 설치 및 관리상의 과실 유무에 대해 신속하게 수사할 예정이라고 한다.
고성군은 1996년과 2000년 대형산불을 겪으면서 반면교사로 삼기위해 산불백서를 만들어 대비하려 노력하고 있으나, 매년 발생하는 산불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바람에 불길을 멀리 퍼트리는 소나무가 산불을 키운다는 의견이 있다. 이번 산불피해지역인 원암리, 용촌리 인근 산이 소나무 숲으로 빼곡히 채워져 있어 불쏘시개 역할을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안재필 고성군산림과장은 “군 피해지역과 주거지 주변에 내화성수종으로 조림하기 위해 산림청과 협의 중이다. 그러나 사유지에 대해서는 군에서 강제할 수 없다”고 했다.
인천 도시생태환경연구소 박병상 소장은 “대형산불 상습발화 지역이 송이주산지와 맥을 함께 한다”며 “경제성만 생각한 단순한 산림정책이 화근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산불로 훼손된 산림은 자연재생적으로 다양한 수목이 성장하게끔 되어 있는데 인위적으로 소나무를 계속 심다보니 작은 불씨도 대형산불로 확대되고 있다며 산림 복구 시 지역이나 풍속을 감안해서 수종을 선택할 것을 당부했다.
우지현 기자 orrola@hanmail.net
역대 주요 대형 산불(산림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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