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 오늘의 풍경<3> – 2019년 4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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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 청초천의 쓰레기

등록날짜 [ 2019년04월29일 11시25분 ]

지구의 날(4월 22일) 다음날, 설악산자생식물원 인근 청초천의 상류에서 졸졸 흐르는 시냇물이 굉장히 맑다. 사람들이 심심치 않게 다니는 길이지만 인적이 없는 산속의 옹달샘처럼 투명하게 그 물줄기를 이어간다.
설악누리길 숲속 구간을 빠져 나와서도 물빛은 맑은 편이다. 그 맑은 물이 속초종합경기장에 다다르면서 탁하게 변해간다. 경기장 뒤편의 청초천에는 쓰레기들이 한가득 떨어져 있다. 그 중에는 큰 담요 같은 섬유 무더기들도 보이고 과자상자, 플라스틱 병, 포대 등이 어지럽게 널려 있다. 경기장 뒤쪽을 지나 민가에 다다르자 물의 색깔은 이미 매우 탁한 상태이다. 개울 주변에는 음료수 병과 박스 등 생활쓰레기들이 버려져 있다.
척산교에 이르면 쓰레기들이 더 늘어난 상황이다. 비료포대, 스티로폼들이 하천 곳곳에서 발견되고 비닐과 풀이 여기저기 뒤엉켜 있다. 그런 환경에서 흰뺨검둥오리 두 마리가 먹이 활동을 한다. 뒤돌아서 가는데 오리 한 마리가 뭘 잘못 먹었는지 한참을 꿱꿱댄다.
금호교 근처에서는 상태가 더욱 심각하다. 보기만 해도 인상을 찌푸릴 정도이다. 그러나 이런 환경이 일상이 돼 버려 무감각해진 걸까? 사람들은 지저분한 곳으로 눈길을 주지 않고 지나간다.
그런데 한 노인이 금호교 아래를 바라보다 한 마디 한다.
“작년 여름 폭우 때 금호교 주변으로 쓰레기가 많이 쓸려 내려온 거 같네요. 이걸 한번만 치우고 나면 깨끗해질 텐데 몇 달이 지나도 그대로 방치돼 있어요. 노인 일자리를 활용해도 괜찮을 거 같은데…….”
하천에 너저분한 쓰레기를 폭우 탓으로만 한정할 순 없다. 쓰레기 대부분은 근본적으로 대량생산·대량소비의 결과물이다. 노인의 얘기처럼 청소는 필요하다. 쓰레기를 치우는 행위는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삶에 대해 적어도 한 번 더 생각해볼 기회가 될 수 있다. 이광호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