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실향민마을인 청호동 아바이마을에 추진되던 실향민역사관 건립사업이 무산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청호동 실향민들은 실향민 1세대들이 대부분 세상을 등지고 있는데 정작 실향민들의 역사와 애환을 후세들에게 전해줄 역사관 건립이 무산돼 안타깝다며 아쉬워하고 있다.
속초시는 지난 22일 “지난 2017년 하반기부터 논의가 시작된 청호동 실향민역사관 건립사업이 사업부지 확보의 어려움 등으로 사실상 추진하지 않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시에 따르면 청호동 아바이마을 실향민역사관 건립사업은 2017년 11월 24일 청호동새마을금고 회의실에서 열린 정세균 국회의장 초청 지역 실향민들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공식화 됐다. 당시 지역 실향민 대표로 참석한 김진국 청호동노인회장 등은 정 의장에게 실향민역사관의 청호동 아바이마을 내 건립과 실향민문화축제의 국비 보조 등을 건의했다.
이후 행정안전부 산하 이북5도위원회 주도로 사업이 추진됐고, 국회에서도 이북5도위원회와 강원도, 속초시박물관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실향민역사관 조성과 관련한 국비 확보 방안과 사업 추진 계획 등에 대한 협의 등이 진행됐었다. 실향민역사관 건립은 실향민 피난과정, 정착과정, 가족관계 등의 기록을 보관해 실향민문화 복원 및 전쟁재발 방지, 평화통일에 대한 국민적 의지 고취를 위해 정부와 국회가 협력해 추진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었다.
이북5도위원회는 속초시가 실향민역사관 건립과 관련해 기본계획을 마련하면 예산편성 등의 작업을 거쳐 2020년에는 공사에 나설 계획이라는 청사진도 제시했었다.
하지만, 사업 추진 불과 1년여 만에 청호동 아바이마을 실향민역사관 건립사업은 사실상 ‘물 건너 간’ 것으로 확인됐다.
시 관계자는 이와 관련 “실향민역사관 사업예정부지인 현 청호동 속초수협 청사 건너편 해양수산부 소유 부지에 대한 매입협의가 원만하게 진행되지 않은 데다, 해수부에서 사업부지를 내놔도 부지매입비로만 거의 200억원 가까이가 소요돼 열악한 지방재정 형편으로는 사업 추진이 쉽지 않은 상태였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당시 실형민역사관 건립 사업비에는 부지매입비가 포함 안 된 상태여서 순수 시비로 부지를 매입해 사업을 추진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며 “시립박물관에 실향민문화촌이 있는데 굳이 실향민역사관을 중복해 청호동에 건립할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도 있어 잠정적으로 안하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청호동 아바이마을 실향민들과 일부 지역주민들은 실향민역사관 건립이 무산된 것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김진국 청호동노인회장은 “청호동 실향민 1세대들이 이제 얼마 안 남은 상황에서 반드시 우리 마을에 실향민역사관이 건립되기를 간절히 바랐는데 무산돼 너무나 실망스럽고 안타깝다”며 “시립박물관에 실향민문화촌이 있다고 하지만, 과연 몇 명이나 방문하는지, 아바아마을을 상징할 수 있는 시설물인지 반문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2019 실향민역사문화축제는 올해 처음 국비 1억8,000만원(총사업비 4억1,000만원)이 지원된 가운데 5월 31일~6월 1일 청호동 속초수협 일원에서 열린다.
고명진 기자 mjgo905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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