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빛 향기 고성 라벤더축제 인파로 북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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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천리 하늬라벤더팜서 23일간 열려…향수 만들기 인기 / 하덕호 대표 뚝심으로 조성…열두번째 축제 소감 묻자 울컥

등록날짜 [ 2019년06월24일 15시59분 ]

고성군 간성읍 어천리 하늬라벤더팜에서 지난 1일부터 23일까지 진행된 ‘제12회 라벤더축제’가 전국에서 모여든 관광객들로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지난 14일 찾은 ‘하늬라벤더팜’은 평일인데도 관광객과 차량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지난 2006년 문을 연 농장은 서구적인 건축물과 보라색 라벤더가 어우러져 ‘고성 속의 작은 유럽’을 보는 듯하다.
하늬라벤더팜의 하덕호 대표(사진)는 “라벤더는 프랑스남부가 원산지다. 유럽의 느낌을 살리고 싶어 건물의 기와도 값비싼 스페니쉬기와를 사용했다”며 “농장을 하나의 캔버스에 그린 예술품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모네의 ‘양귀비 들판’을 생각하며 농장 한편에는 붉은색 양귀비를, 고흐의 ‘까마귀가 있는 밀밭’을 떠올리며 다른 편에는 노란색 호밀을 심었어요.”
올해로 12회 째 라벤더축제를 연 소감을 말해달라는 말에 울컥하며 눈물을 보인 그를 보며 지금의 라벤더 농장을 조성하기 위한 그의 고집과 열정을 헤아릴 수 있었다.
화학공학을 전공한 하 대표는 지난 2000년 처음 라벤더에 관심을 갖게 돼 일본에 있는 친구로부터 라벤더 종자를 직접 받아와 재배를 시작했다. 하지만, 한 종자를 제외하고 모두 실패했다. 기후에 민감한 라벤더는 특히나 정성과 노력이 많이 필요해 하 대표와 비슷하게 출발한 국내 여러 농가들은 지금은 대부분 재배를 그만뒀다. 하 대표의 뚝심이 고성을 라벤더의 본고장으로 만든 것이다.
“지난해에는 2017년 내린 비로 라벤더가 많이 망가져 축제를 무료로 개방했어요. 올해는 라벤더가 예쁘게 자라 방문객들의 만족도가 높네요. 주말에는 밀려드는 인파로 입장도 못하고 되돌아가는 방문객도 있을 정도예요.”
1회 때부터 매년 이곳을 찾고 있다는 속초의 정은희(45)씨는 “매년 완성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 같아 올 때마다 새롭고 힐링이 된다”고 말했다.
특히 매주 금요일 진행된 향수 만들기 체험은 관광객들의 호응도가 높았다. 체험을 진행한 대한아로마테라피 윤정식 회장은 하 대표가 직접 축출한 라벤더 오일과 라벤더 워터 등을 이용해 누구나 간편하게 향수를 만드는 방법을 알려줬다.
윤 회장은 “아로마테라피는 식물을 이용한 치료법”이라며 “식물은 단순한 관상용적 기능보다 힘들고 지친 현대인들의 몸과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고대부터 전해오는 의학적 기능이 더 많다”고 말했다.
이날 만든 라벤더 향수는 잠자기 전 베갯잇에 뿌려주면 불면증 환자의 숙면에 도움을 주고 고혈압·우울증 치료에도 효과가 있다고 한다.
서울에서 가족과 함께 왔다는 한 관광객은 “한적한 시골에 이렇게 아름다운 공간이 있다는 것에 깜짝 놀랐다”며 “미세먼지 없는 쾌청한 날씨에 보라색 가득한 들판에서 라벤더 향수 만들기 체험까지 하니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인근 속초에서 친구들과 함께 찾은 방문객은 “만드는 방법이 간단해 혼자서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화학적 재료가 첨가되지 않아 더 좋은 것 같다”고 했다.
우지현 기자 orrola@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