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인생을 살아가면서 학연, 지연, 혈연을 포함하여 사회생활 속에서 수많은 사람들과 인간관계를 형성하며 인연을 맺는다.
좋은 인연은 서로의 마음에 좋은 씨앗을 심는 것과도 같은데, 대체로 우리는 서로가 상대방의 마음에 좋은 씨앗을 심었다는 사실조차 까맣게 잊고 살아가지만 그 좋은 씨앗이 쑥쑥 자라 큰 나무가 되고 훗날 울창한 숲이 되어 울타리가 된다. 어느 날 혼자 비바람을 맞는 힘든 시기를 만났을 때 울창한 숲이 비와 바람을 막아주면 비로소 좋은 인연이 주변에 많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좋은 인연은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상부상조하며 함께 할 수 있는 고마운 사람들이다. 좋은 인연은 언제든 만나면 힘이 되고 즐겁고 유쾌해서 서로에게 긍정의 에너지를 줄 수 있는 사람들이다. 그런 좋은 인연은 끊임없이 서로를 자극하고 자극받는 지혜를 공유하는 인생의 동반자와 같은 사이다. 그래서 누구나 좋은 인연들과 함께 하는 시간은 무척 행복하다.
그러나 이와는 반대로 만나지 않은 것보다 못한 나쁜 인연인 악연도 있다. 자신의 자존심이나 우월감, 또는 눈앞의 이익이나 욕심을 위해 상대방을 곤란하게 하는 나쁜 인연은, 상대방의 마음에 좋은 씨앗 대신 큰 못을 박는다. 이런 부류는 자신의 열등감을 현명하게 극복하지 못한 사람이며 자기중심적이고 소심하며 내성적인 사람이 많다고 한다. 사람들과의 인연을 한 번 쓰고 버리는 일회용쯤으로 생각하고 배신을 쉽게 하고 신의를 아주 하찮게 여긴다. 언제든 달면 삼키고 쓰면 뱉어버리는 이런 부류의 사람들은 오랜 기간 동안 이어지는 인연의 아름다움을 알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상대방에게 복 대신 해악을 끼치는 것에도 전혀 개의치 않으며 속마음을 나눌 수 있는 이웃이나 친구가 주변에 별로 없다는 공통점이 있으며 외톨이로 지내는 특징이 있다.
사람의 인연이란 삶에 있어서 예기치 않은 선물과 같은 것이다. 그 선물과 같은 인연을 얼마나 잘 가꾸고 다듬어 가느냐 하는 것은 오롯이 자신의 노력에 달렸다. 인간관계의 마무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빛이 되기도 하고 빛을 가리는 그림자가 되기도 한다. 필자는 이 글을 쓰며 지금까지 살아오며 엮어진 이런저런 인연들을 떠올려 본다. 아쉬움이 많이 남는 악연도 더러 있지만, 그래도 여전히 내 마음은 울창한 숲으로 훈훈하다. 인연의 시작이 언제였는지 가물가물 멀고 오래되었지만 묵을수록 향기를 뿜고, 기운을 북돋아준 좋은 인연들로 인해 나의 기쁨은 배가 되었고 슬픔은 반으로 줄었으며, 더 나은 나로 성장할 수 있었으며 지금까지 무탈하게 잘 살아왔고 그들의 맑고 따뜻한 마음이 있었기에 그분들 덕분으로 여기까지 행복하게 잘 살아왔다는 생각이 든다.
현명한 사람은 명주실 한 가닥처럼 가느다란 인연만 스쳐도 그것을 붙잡아 성공의 실마리로 만들지만, 어리석은 사람은 동아줄같이 믿음직스러운 인연을 곁에 두고도 그것을 하찮게 여기다가 실패만 거듭하게 되고 불편한 인간관계를 형성한다고 한다. 난 누군가에게 지금까지 어떤 인연이었는지를 되새겨보며, 내가 대단한 무엇을 가지고 있는지가 아닌 작고 소소한 것이라도 상대방을 배려하며 무엇을 줄 수 있는 사람인지 스스로를 평가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며 조용히 성찰해 본다.
최영걸
속초시사회복지협의회 명예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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