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시가 영랑호에 생태탐방로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내용은 범바위-화랑도 체험장간 길이 700m, 폭 2m의 생태탐방로를 조성한다고 하는데 현재 호수를 따라 걸으면 2km에 달하니, 범바위에서 영랑호를 가로지르는 다리를 놓겠다는 것이다. 또한 보광사 앞 꼬모음식점에서 영랑호간 길이 60m, 폭 2.5m의 인도교를 설치하겠다고 한다.
소중한 자원인 영랑호를 개발하여 관광객의 체류여건을 확대하기 위하여 40억원의 예산을 투입하겠다는 것이 속초시측의 설명이다. 속초시가 영랑호의 진가를 알아보고 예산을 투입하겠다는 사실에 환영한다. 다만 관광객의 체류여건을 확대하기 위하여 예산을 편성한 것인데 사업내용은 영랑호를 가로질러가는 다리를 2개 건설하여 영랑호를 빨리 보고 돌아가게 한다는 것이다.
최근 많은 지자체에서 구름다리를 건설하거나 해상케이블카, 레일바이크를 건설하는 등 새로운 관광수요를 창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속초시도 고심 끝에 결정했을 것이다. 그런데 남과같이 해서는 남을 앞서갈 수 없다. 모방해서는 짝퉁이 될 뿐이다. KT사옥 앞에 로마 진실의 입을 본뜬 모형이 관광객을 불러 모았을까. 월스트리트와 같은 갯배입구의 황소상은?
체류를 늘리려면 느리게 가고 머물게 해야 한다. 영랑호의 체류를 늘리려면 영랑호의 가치를 관광객이 알도록 해야 한다. 아시다시피 영랑호는 마지막 빙하기인 1만8천년 전후 해수면하강으로 하천의 침식이 강해지면서 골짜기가 형성되고, 4~6천년 전 기후가 높아지던 후빙기에 해수면 상승으로 해안저지대가 침수된 곳을 연안류에 의한 모래톱이 만의 입구를 막으면서 형성된 자연호수이다. 민물과 바닷물이 섞인 기수호이다. 지리적 특징을 가진 자연호수 석호를 여느 인공호수 개발하듯이 다리 놓고 보트 타는 개발을 하는 것은 황금알을 갖다버리는 것과 같은 일이다. 우리가 소중한지 모르고 행동하는데 누가 소중하게 여기겠는가.
영랑호에 관광객을 모으고 싶다면 다른 곳에 없는 영랑호만의 특색을 알려야한다. 석호생태센터를 세우는 것이 한 방법일 듯하다. 관광객에게 석호의 역사를 알려주어 여타 인공호수와 다른 독특한 호수에 왔음을 알려주어야 한다. 영랑호에 멸종위기 야생동식물인 가시고기(II급), 부채붓꽃(II급)이 있으며 고니(II급)와 알락꼬리마도요(II급)가 드나들며 천연기념물인 수달(I급)과 원앙과 수리부엉이가 살고 있는 생태자연도 1등급지역임을 알려야 한다. 또한 백로, 왜가리가 212개의 둥지에서 1000여마리가 집단서식하고 있는 번식지라는 사실도. 지자체의 의지만 있다면 백로, 왜가리 서식지라는 사실만으로도 천연기념물로 지정을 받을 수 있다. 관광객에게 이러한 사실을 알려야 내가 정말 독특하고 소중한 청정지역에 왔음을 알게 되고, 그때서야 석호가, 영랑호가 다르게 보이게 된다.
석호생태센터는 석호의 역사와 현재를 보여줌과 함께 다양한 생태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참여자가 직접 석호의 다양한 식물․조류․어류의 식생을 알게 되고 서로의 연관성도 깨닫게 된다. 중요한 것은 센터 건물을 짓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할 능력과 경험을 축적해내는 것이다. 이러한 프로그램을 통해 석호를 이해하고 기후변화의 역사와 환경의 중요성도 느끼게 된다. 아는 만큼 느끼고, 느낀 만큼 사랑하게 된다.
이의 완성은 영랑호를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하는 것이다. 개발을 하여야하는데 웬 보호지역이냐고 하겠지만 습지보호지역은 개발제한보다는 보호를 위한 지원을 우선하고 있다. 그래서 양양군과 강릉시는 석호를 지자체에서 보호구역으로 지정하였다. 영랑호는 그보다 더 많은 멸종위기종이 있는데도 제대로 된 홍보를 못하고 몇 사람의 보트유흥지로 전락시키고 있다.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하여 정부의 예산 지원을 받고 습지생태센터를 정부예산으로 건립하며, 생태관광지역지정제를 이용하여 경상비 지원을 받아, 관광도 활성화하면서 예산도 지원받는 것이 필요하다. 국가정원으로 지정된 순천만의 경우에서 생태관광의 가능성은 충분히 입증되고 있다. 다른 곳에 다 있는 것을 베끼지 말고 속초에만 있는 것을 만들어야 관광이 살아난다. 우리만이 가진 것을 특화해서 속초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을 만들 때 속초관광도 살고, 주민의 자부심도 높아지며 시민의 삶도 행복해질 것이다.
이경상
속초고성양양환경운동연합 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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