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 진짜와 가짜

뉴스홈 > 오피니언

사는 이야기 / 진짜와 가짜

등록날짜 [ 2019년09월02일 13시57분 ]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종종 하는 말 중에는 “진짜야!!”라는 말이 있다. 자신의 말이 거짓일 때 그 거짓을 타인에게 확신하게 하는 방편으로 말하든가 혹은 자신의 말이 상대방에게 온전히 진실이라고 받아들여지지 않는 분위기일 때 쓰는 말일 것이다.
최근에 매스컴 등에서 자주 언급되는 말 중에는 ‘가짜뉴스’라는 말이 있다. 사실과 전혀 다른 뉴스를 만들어서 여러 사람들이 진짜라고 믿게 만드는 뉴스다. 잠깐의 노력으로 사실관계를 확인해 보기만 해도 얼마나 황당무계한 거짓인가를 금방 알게 됨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쉽게 가짜뉴스를 사실로 믿게 된다. 아니 어쩌면 사실이라고 믿고 싶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요즘 유튜브를 보면 사실관계가 전혀 어긋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럴듯하게 포장하여 심하게 사실을 호도하고 있는 동영상들이 경쟁적으로 게시되고 있다. 자극적인 내용으로 편집하고 구독자 층의 구미에 맞게 가공하여 조회 수를 늘린다. 금전적인 수익을 더 올리고 싶은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전형적인 가짜뉴스의 일환이다.
‘리플리 증후군’이라는 용어가 있다. 자신의 현실을 부정하면서 자신이 만든 허구를 진실이라고 믿고 거짓말과 행동을 반복하는 반사회적 인격 장애를 말하며, 현실과 욕망의 차이를 거짓말로 극복하면서 그 거짓말을 사실로 믿어버리는 증상을 뜻한다. 또 ‘리플리 증후군’과 유사한 증상으로는 ‘허언증’이 있는데 허언증은 진실이 아닌 이야기를 그럴듯하게 꾸며서 말하는 것에 아무런 죄의식을 갖지 못하는 병리적 증상이다. 심지어 허언증 환자가 거짓말을 할 때는 거짓말 탐지기에도 아무 신호가 잡히지 않는다고 한다. 아마도 우리나라의 정치권 일부 인사들과 일본의 현 집권층 인사들 속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증세가 아닐까 싶다.
일본의 우리나라에 대한 백색국가 지정 철회와 수출규제를 둘러싼 논쟁으로 나라 안팎이 혼란스럽다. 지정철회와 이에 따른 수출규제로 한시적인 어려움은 있겠으나 우리가 잘 헤쳐 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또 일본이 여전히 독도를 그들 땅이라고 우기는 이면에는 과거 러일전쟁 당시 가장 먼저 병합한 우리 땅이 독도였고, 독도 인근 지하자원이나 수산 자원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아직도 우리나라를 그들의 식민지로 생각하고 있는 의식 혹은 무의식의 발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요즘 우리 지역에는 현수막 정치를 하고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여당과 야당이 서로 산불피해 복구와 지원에 관련된 예산을 확보했다면서 경쟁적으로 현수막을 걸어 놓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추가경정예산을 둘러싸고 통과시키려는 측과 막으려는 측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었고, 결국 추경예산안이 통과되자 이제는 그 공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려는 사람들의 행태가 볼썽사납다. 양비론으로 흐르는 경향을 우려하지만 사실관계를 조금만 들여다보면 누가 진짜고 누가 가짜의 언어를 사용하고 있는지 금방 알 수 있게 된다.
과거에도 지금도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다고 거짓 맹세하는 사람들이 많다. 정말 그들은 한 점 부끄럼이 없는 것일까? 사실 일제강점기 때 독립운동의 일환으로 옥고를 치르다 옥사한 윤동주 시인은 그의 시 <서시>에서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고 고백한다. 사소한 잎새 한 잎을 흔드는 바람에도 괴로워할 만큼 그는 자신에게 진실했다. 우리나라에 대한 일본의 백색국가 지정 철회와 조국 법무부장관 지명자의 청문회를 둘러싼 여러 가지 문제들로 인해 혼란스럽기 그지없는 요즘이어서인지 그의 시가 유난히 더 와 닿는다.
전형배
데일리F&C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