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1년에 김추자 가수가 불렀던 인기대중가요 ‘거짓말이야’에는 “거짓말이야 거짓말이야 거짓말이야 거짓말이야 거짓말이야”로 시작해서 노래가 끝날 때까지 “거짓말이야”가 수도 없이 반복된다. 처음의 “거짓말이야”는 작고 천천히 시작된다. 점점 빠르기가 빨라지고, 셈여림도 크레센도로 올라간다. 마침내 “사랑도 거짓말 웃음도 거짓말”이 되어 버렸다.
요즘 젊은이들에게 무엇을 말하며 “정말이에요?”라고 되묻는다. 사실인지를 반문하는 어법이다. 불신심리가 무의식 가운데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대부분 사람들의 보편적 반응이 이러하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 사회 전반에 불신과 거짓이 팽배해 있지 않은가? 죄를 지은 범인도 우선 “아니다”, “그런 사실이 없다”라고 발뺌부터 하는 세상이다.
많이 배우고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들일수록 거짓말이 교묘하다. 매번 청문회마다 후보자와 증인들의 위증이 논란거리다. 이번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의 청문회에서 유난히 진실과 거짓공방이 볼썽사나웠다. 정당은 언제나 진위보다 진영논리가 우선이다. 자기 정당사람 챙기다가 막다른 골목에 다다르면 남 탓으로 마무리한다. 이른바 유체이탈이다.
이번에 인터넷 검색순위를 위해 댓글에 ‘좋아요’를 기계적으로 조작하는 장면이 언론에 제대로 잡혔다. 지지율 여론조작은 물론 거짓이 일상화 되었다. 진리에 서지 못하면 거짓말을 마치 모국어 말하듯이 자연스럽게 한다. 거짓말쟁이요 거짓의 아비가 되었기 때문이다. 재물을 얻고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화무십일홍이고 권불십년이다.
그렇다면 과연 인간의 거짓말은 무엇인가? 플라톤은 “거짓말은 그 자체가 죄일 뿐 아니라 정신까지도 더럽게 한다”고 했다. 지혜서에는 거짓말의 위험성을 엄중 경고한다. “거짓 증인은 벌을 면하지 못할 것이요 거짓말을 뱉는 자는 망할 것이니라”(잠19:9), “의인은 거짓말을 미워하나 악인은 행위가 흉악하여 부끄러운 데에 이르느니라”(잠13:5).
“네 이웃에 대하여 거짓 증거하지 말라”(출20:16)는 십계명이다. 또한, 하나님이 특별히 미워하는 예닐곱 가지가 있는데 “곧 교만한 눈과 거짓된 혀와 무죄한 자의 피를 흘리는 손과 악한 계교를 꾀하는 마음과 빨리 악으로 달려가는 발과 거짓을 말하는 망령된 증인과 형제 사이를 이간하는 자이니라”(잠6:17-19)라고 기록되어 있다.
1921년 현진건의 단편소설 ‘술 권하는 사회’가 있다. 애국적 지성인 주인공은 일제탄압아래 사회부적응으로 주정뱅이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시대환경 때문이라고 자백한다. 그러면 오늘 ‘거짓이 만연한 사회’도 시대환경 탓인가? 그건 아니다. 그렇게 핑계대면 우리도 권력욕에 날뛰는 비정상적인 지성들과 다를 바 없고 동일하게 지탄받아야 한다.
최근 베스트셀러인 ‘반일 종족주의’에 대한 비평이 시끄럽다. 우리는 먼저 학술적으로 검증된 논문들을 엮은 책이라는 사실은 인정해야 한다. 서울 안 가본 사람이 이긴다. 책을 읽지도 않고 진영논리에 매이면 균형 잡힌 접근이 불가능하다. 적어도 서울대 이경묵 교수의 “편견을 가지고 ‘반일 종족주의’를 읽었습니다”라는 독후감이라도 읽기를 권한다.
‘반일 종족주의’에서 나타난 거짓에 관한 통계가 우리의 민낯이다. 책에 제시된 통계숫자의 과다함을 부정하고 싶지만 숨길 수 없는 우리의 현실이다. 아니 숨기는 것이 오히려 부끄러운 거짓이다. 개선광정은 현실직시에서부터 시작된다. 그래야 해결책이 나온다.
지금은 ‘술 권하는 사회’가 아니다. 이제 술을 강요해서는 안 되는 사회가 되었다. 그러면 ‘거짓이 만연한 사회’도 ‘술 권하는 사회’처럼 세월 따라 자연히 해결될까? 아니다. 오직 하늘을 두려워해야 한다. “하나님이 어떤 나라나 인물을 멸하고자 할 때에는 반드시 그 나라나 그 사람이 권력욕에 사로잡힐 때이다” 역사학자 찰스 베어드의 말이다.
최철재
경동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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