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경제가 발전하고 민주화사회가 되면서 국민들의 인권신장과 삶의 질은 크게 향상되었다. 하지만 1997년 IMF사태 이후 빈부의 양극화가 가속화되면서 부의 분배가 소수의 상위계층에 편중됨에 따라 상대적으로 소득수준의 격차가 지속적으로 심화되는 경제적 불평등이 확대되었고, 다수의 가난한 사람들이 개별적으로 차별과 배제를 받는 사회적 소수자로 전락하였다. 또한 노인학대문제와, 맞벌이로 인해 방치된 아이들, 고독사, 탈북모자의 아사사건 등이 방송되며 사회적 이슈가 되어 인권의 사각지대에서 사회구조상의 모순으로 인해 인권침해가 상당수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적나라하게 고발하고 있다. 물론 가해자의 개인적인 도덕성 결여로 인권침해가 벌어질 수도 있겠지만 각종 메스미디어에서 고발하듯이 상당수가 사회적으로 배제된 경제적 약자들이 주로 인권침해를 당하고 있는 것은 시장만능주의에 따른 부작용으로써 이 시대의 일그러진 단상이라고 볼 수 있다.
일정부분에서 인권이라는 가치를 배제한 형식적인 복지시스템과 서비스 제공으로 인해 수많은 사회문제와 갈등이 우리사회에서 여전히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며, 공공부조, 노인복지, 장애인복지 등 복지서비스의 급여제공을, 가난한 사람들의 권리가 아닌 시혜적인 것으로 보는 사고방식이 주류를 형성하고 있다는 것은 해결해야 할 당면과제이므로 복지전달체계의 손질이 시급히 필요하다.
세계인권선언 제1조는 “모든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자유롭고, 존엄과 권리에 있어 평등하다. 모든 사람은 이성과 양심을 가지고 태어났으며 서로 동포의 정신으로 행동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인권은 모든 인간이 선천적으로 타고난 권리로서 그것이 보장되지 않으면 인간답게 살 수 없으므로 인간답게 살 수 있는 모든 권리를 뜻한다.
경제적으로 걱정 없이 사는 사람들 중 일부는 사회복지에 지출되는 비용 때문에 나라가 망하게 생겼다고 불평하며 복지비용을 크게 줄여야 한다고 하는데, 이는 사회복지의 기능을 잘 몰라서 하는 말이다. 사회복지(社會福祉 social welfare)는 모든 인간이 인간답게 살 권리를 구체적으로 실현하는 것을 말한다. 사회복지는 가난해서 소외되고 고통 받는 사회적 약자의 복지에 대한 요구를 수렴하는 것은 물론, 모든 사람이 보편적으로 복지를 향유하고 인간으로서 적절하고 정당한 욕구와 수요를 충족하게 하는 최소한의 수단이다. 인권이 추상적 관념이라면 사회복지는 인권이 구체적으로 현실화되는 과정으로 보아야 한다. 또한 인간의 기본적 인권 즉, 의식주문제를 비롯하여 사회적으로 최소한의 기본적 욕구가 충족되지 않고 침해를 받는다면 사람들의 건강한 삶의 질은 보장받기 어려울 것이고, 사회복지는 그 토대부터 흔들릴 수밖에 없다. 바로 사회복지에서 인권이라는 가치는 무엇보다 중요한 핵심 요소가 되는 것이다.
사회복지사 선서 중 일부를 보면 “모든 사람이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인간의 존엄성과 사회정의의 신념을 바탕으로 개인, 가족, 집단, 조직, 지역사회, 전체사회와 함께 한다. 언제나 소외되고 고통 받는 사람들의 편에 서서 저들의 인권과 권익을 지키며……”라고 되어 있다. 바로 사회복지사는 보편성을 기본원칙으로 하며 경쟁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의 인권을 지켜냄을 핵심의 가치로 알고 업무수행을 해야 함을 명문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사회복지영역에서는 인간의 보편적 기준에 부합한 인간다운 생활의 보장이 국민의 권리로써 당연하게 인식되고 생활 속에서 인권이 뿌리내리도록 하기 위한 끊임없는 성찰과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이것이 앞으로 사회복지의 내용적 발전을 담보하고 보편적 인권실현을 위한 사회복지영역의 가장 중요한 미션(mission)이 될 것이다.
최영걸
속초시사회복지협의회 명예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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