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피해를 입은 영랑호에 속초시가 생태공원 등을 조성하는 영랑호 생태탐방로 조성사업을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환경단체와의 찬반 논란이 있다는 보도를 접하면서, 과거 청초호유원지 조성 당시에 있었던 일들을 떠올리게 된다.
1999년 조성된 청초호유원지는 호수변 쓰레기 더미의 불모지를 매립하여 조성되었고, ‘국제관광엑스포’를 개최하였던 곳이다.
당시 대회의 성공과 더불어 지역발전을 획기적으로 앞당긴 귀감으로 남았고, 현재는 자연친화적인 시민의 휴식공간으로, 대규모 행사와 이벤트가 열리는 장소로 각광받는 속초의 귀중한 자산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당초 엑스포 개최부지인 유원지 조성 당시에도 자연환경파괴 등의 이유로 개발대신 그대로 보존하자는 심한 반대와 반발이 있었기에, 만약 엑스포 개최의 호기를 저버리고 그대로 방치했다면 어떻게 되었을 지 회상하게 된다.
영랑호는 둘레가 7.8km나 되는 매우 넓은 호수로서 도심 가까이 철새가 날아오고, 범바위 금장대의 풍광이 빼어난 속초의 또 다른 자산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자연생태계를 쉽게 접할 수 있는 친수공간으로서 힐링할 수 있는 장소이므로 많은 시민들과 관광객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그런데, 도심의 근교에 위치함에 따라 각종 오염원으로 인해 이미 호수의 생태변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호소수의 부영양화로 석호마다 서식하던 제첩이 자취를 감춘 지 이미 오래이며, 주변 도시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자연의 복원력에만 의존하여서는 청정자연으로 관리하기에는 무리라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이다. 호수로 유입되는 하천수질과 생활하수, 호수 내 퇴적오니의 성분 등을 정밀조사와 함께 분석하면서 각종 생물이 서식할 수 있는 조건이 갖춰지도록 인위적으로 조성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여건으로 인해 철새 등 동식물이 서식할 수 있는 공간을 충분히 배려하면서도 생태탐방시설의 설치가 가능한 여건이기에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친환경개발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이는 ‘리우선언(1992.6.13.)’에서 비롯된 ‘지속가능한 개발 (sustainable development)’의 원칙에도 당연히 부합되는 것이며, 발전하고 있는 세계의 각 도시마다 적용하고 있는 사례이기도 하다.
영동지역에 크고 작은 석호들 중에 봉포호, 광포호, 매호와 같이 자연상태로 방치되어 호수면적의 절반이상 매립되면서 기능을 상실해 가고 있는 곳도 있듯이 우리의 소중한 자원을 그대로 두어서는 안 될 것이다.
영랑호 주변의 관광개발사업은 자연생태계 보전 문제와 영랑, 동명, 금호동 등 지역주민 삶의 질 향상, 관광자원으로서의 활용과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도 충분히 고려되어야 한다.
우리지역이 관광마저 쇠퇴한다면 더욱 낙후지역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다양한 관광요소의 확충이 시급하나 여러가지 제약이 많아 못하고 있는 부분들은 대단히 아쉽다.
몇 년 전 경동대 교수 한분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스위스 루체른의 목조다리 ‘카펠교’의 사례를 영랑호에 도입하자는 제안을 하면서, 현 산책로의 불편한 문제점을 지적한 것을 보고 대단히 공감하고 있다.
현재의 영랑호 일주 산책로는 일방통행식 차도와 자전거, 도보 탐방객이 혼재되어 서로 불편하기만한 현실적인 문제와, 일주하기에는 버거운 거리라서 가던 길을 되돌아 와야 하는 아쉬움도 누구나 공통적으로 느끼고 있는 것이다.
도보데크를 설치하여 사람과 차량통행을 분리시키고 목교를 설치하여 산책코스를 조정하고자 하는 생태탐방로 조성사업이 이를 개선시키는데 확실한 효과가 있을 것이다.
지난 4월 산불로 인하여 자연생태계의 영향과 훼손된 경관 복구를 위해 관련 사업들을 추진해야 하는 새로운 당면과제가 생겼다.
이런 시점이 영랑호의 철새 등 동식물의 서식환경을 조성해 주면서 자연생태탐방의 조화로운 시설이 설치되어 인간과 자연이 함께하는 명품 영랑호로 가꾸어 나갈 수 있는 좋은 기회일 것이다. 영랑호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부디 관련 사업들이 지체되지 않고 합리적이고 바람직한 방향으로 추진되기를 바랄 뿐이다.
전영식
속초시영랑동주민자치위원회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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