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계에서는 혼자였다. “제21대 국회의원선거 지역선거구 획정안 마련을 위한 의견청취”가 지난주 14일 오후 2시 춘천세종호텔 세종홀에서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 주최로 열렸다. 시민단체 대표를 제외하고는 모두 각 정당에서 패널 진술자로 나왔고, 외부 인사로는 유일하게 비당원이면서 자유한국당 추천자로 참석했다. 총선을 6개월 앞두고 마련된 자리이다.
이 자리에서 필자는 다음과 같은 지역선거구의 문제점 및 대안을 제시했다. 첫째는 소선거구제에서 국회의원의 주민 대표성문제이다. 선거구획정에서 인구의 균형뿐만 아니라, 행정구역, 지세, 교통사정, 생활권 내지 역사적·전통적 일체감 등 여러 정책적·기술적 요소가 고려되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농어촌은 점차 인구과소화로 지역대표성이 훼손되고 있다.
고령화로 지역이 공동화되고 있다. 농어촌이 국가행정서비스의 사각지대로 내몰리고 있다. 현행 인구지형 변화추세라면 헌재가 결정한 최대/최소 인구편차 2:1 기준을 지키기 위해서 인구가 과밀한 대도시는 계속 분구해야 하고, 농어촌 지역은 지속적으로 통폐합해야 한다. 결국 대도시는 국회의원 의석이 늘고 반면 농어촌은 계속해서 줄어들 것이다. 이것은 의원의 지역 활동은 물론 대의제 민주주의 대응성원칙에도 어긋나는 것이다.
둘째, 이러한 측면에서 강원도의 대표성 상실은 심각하다. 강원도 의석수는 1992년 14대 총선 때 14명에서, 2016년 20대에는 8명으로 6번의 총선 동안 거의 절반으로 줄었다. 인제군이 4번이나 선거구가 바뀌어 부침이 가장 심했다. 인구 절대기준의 획정논리로 강원도는 항상 불이익을 받아왔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도민에게 돌아갔다. 지난 총선에서는 5개 시·군이 한데 묶여 여의도면적 10배에 달하는 ‘공룡 선거구’가 탄생했었다.
셋째, 현재 논의 중인 인구편차를 감안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도를 적용하면 선거구 재조정으로 의석수가 또다시 줄어든다. 대통령제 국가들은 대개 양당구조로 국정이 안정적이다. 대통령제이면서 비례대표제를 채택한 브라질은 극심한 매표행위와 정당난립으로 만성적 정치혼란이 야기되고 있다. 비례성을 강화하려다 소수정당의 난립이 가져온 역기능이다.
그래서 선진국들은 비례대표를 전혀 인정하지 않고 있다. 미국, 영국, 프랑스, 캐나다, 호주는 다수대표제를 고수한다. 1등 득표자 ‘승자독식’의 힘을 확실하게 실어준다. 다수대표제 나라들은 지배적 양당구조로 안정적이다. 투표의 비례성강화는 다당제를 유도하도록 기능하지만, 다당제는 민의반영 장점과 동시에 정치혼란의 토양이 되는 단점을 지닌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의 대표적인 나라가 독일과 뉴질랜드이다. 모두 의원내각제와 양원제를 채택하는 국가이다. 그러나 세계에서 유일하게 대통령제 아래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채택한 나라는 남미의 볼리비아 밖에 없다. 한국은 이미 다수대표제를 근간으로 비례대표제를 보충적으로 활용하여 지배적 양당구조를 유지해 왔다.
따라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은 정치 불안을 야기할 다당제로 다가서는 것이다. 더구나 단원제인 우리국회에 과다한 비례대표의 유입은 정치혼란의 씨앗이 될 수 있다. 대통령제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운용에 성공한 나라가 없을 뿐 아니라, 우리처럼 대통령제 아래 단원제 국회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운용하는 나라는 전 세계에 한 곳도 없다.
우리는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제도를 실험을 해 볼만큼 여유롭지 않다. 남북 분단의 특수한 상황 속에서 대통령제를 택한 우리나라에서 정당난립과 정치적 불안은 국가의 명운에 치명적 위협이 된다. 국가가 안정된 시기에는 다양한 목소리가 사회를 활기차게 하지만 위난의 시기에는 국론분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끝으로 강원도 국회의원 정수는 최소 9석이 보장되어야 한다. 선거구 획정시 인구비례의 원칙 못지않게 행정구역의 등가성, 지리적 인접성, 면적, 도농 간의 인구격차가 극심한 현실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하여 지역대표성을 보완해야 한다. 농어촌 지역 특수성을 감안하고, 공직선거법에서 정한바와 같이 농어촌의 지역대표성이 반영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올해 1월 기준, 인구편차 2대1로 정한 인구상한선기준 27만3,128명을 초과조건에 해당하는 춘천을 분구하면 의석수가 1석이 증가한 9석이 될 수 있다. 아울러 전국인구대비 강원도 인구는 154.1만 명으로 전국 인구비율 약 3%에 달하기 때문에, 현재 국회의원 의석수 300석을 감안할 때 9석을 강원도에 배정하는 것이 마땅하다.
또한, 농어촌지역대표성 보완을 위해 ‘농어촌·지방특별선거구’ 신설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미 제19대 인구기준 하한에 미달했던 세종특별자치시를 특별선거구 형태로 운영한 전례가 있다. 1개 선거구에 기초자치단체수가 일정 수 이상 되는 농어촌, 전국 선거구 평균면적의 일정배수를 초과하는 농어촌을 ‘농어촌·지방특별선거구’로 지정하여 지역대표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되면 설악권 4개 시군을 묶는 항구적인 선거구가 가능하다. 강력히 희망한다.
*외부 기고는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최철재
경동대 교수·이학박사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