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이후 잦은 태풍 북상과 최근 대륙성고기압 확장에 따른 기상악화로 속초 연안을 비롯한 동해안에 기상특보가 자주 내려지면서 어민들이 조업에 차질을 빚고 있다.
더욱이 1959년 이후 올해 우리나라에 가장 많은 태풍이 찾아온 데다 공교롭게 관광객들이 많이 몰리는 주말과 휴일에 북상하면서 관광객 감소로 이어져 어가하락에 울상을 짓고 있다.
강원지방기상청과 어민들에 따르면 이달 들어 제18호 태풍 미탁과 일본 열도를 강타한 19호 태풍 하기비스 영향, 대륙성고기압 확장 등에 따른 기상악화로 속초 연안에 10여일 가까이 풍랑특보가 내려졌다.
19호 태풍 하기비스의 영향으로 속초 연안을 비롯한 동해안에 지난 12일 오전부터 15일 오후까지 풍랑특보가 내려진 데 이어, 15일 오후부터 16일 오후까지는 중국 북동쪽에서 고기압 확장 등에 따른 기상악화로 풍랑특보가 발효됐다. 태풍 하기비스의 영향 등으로 속초 연안에서 4일 째 조업이 중단된 셈이다. 속초 연안에서의 조업은 풍랑특보가 지난 16일 오후 해제되면서 17일부터 재개됐다.
이에 앞서 태풍 미탁의 북상 등으로 3일 오전~6일 낮까지 풍랑특보가 내려졌었다. 지난달에는 17호 태풍 타파의 영향으로 22일 오전~24일 오전까지 속초 연안에 풍랑특보가 내려졌고, 13호 태풍 링링이 북상한 7~8일에도 높은 파도로 기상특보가 발효됐다.
강원지방기상청 관계자는 “9월 이후 잦은 태풍 북상으로 동해안에 풍랑특보가 자주 발효됐다”며 “이제 겨울철에 접어들고 있는 만큼, 찬 대륙성고기압이 확장하면서 해상 쪽에 주의보가 자주 발효될 수 있다. 겨울철 바다 상황이 예상보다 안 좋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지난달 이후 속초 연안을 비롯한 동해안에 잦은 기상악화로 조업이 중단되면서 어민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지난 16일 오전 동명항 항포구에서 어구를 정리하던 한 어민은 “지난주 금요일 조업을 하고는 4일째 조업을 못하고 있다”며 “올해 바다에서 고기가 잘 안 잡히는 데다 기상악화로 자주 쉬어야 하니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이 어민은 “고기를 잡아 와도 관광객들이 와야 좋은 가격에 판매할 수 있는데 올해는 유독 태풍이 주로 주말과 휴일에 올라오다 보니 관광객들이 줄어들어 소비마저 안 돼 여러모로 어려움이 많다”고 했다.
다음날 출어에 앞서 장사항 항포구에서 그물을 손질하던 어민도 “관광객들이 많이 내려오는 주말에 조업에 나가야 좋은 가격을 받을 수 있는데 태풍 북상 등에 따른 기상악화로 조업을 하지 못한데다 궂은 날씨에 관광객들까지 감소하면서 어가도 하락해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동명항 난전상가들도 최근 잦은 기상악화로 조업이 중단되면서 오징어 물량 확보가 어려워 영업을 중단하는 날이 많아져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 오징어 조업 어민은 “8월 이후 속초 연안에서 오징어가 다소 잡혀 기대가 컸는데 잦은 기상악화로 조업이 수시로 중단되면서 속초 연안에서 잡히던 오징어가 다시 자취를 감추지 않을까 애가 탄다”고 했다.
속초수협 관계자는 “지난달 이후 주말과 휴일을 전후해 북상하는 태풍 등으로 동해안에 기상특보가 내려지면서 어민들이 조업에 차질을 빚고 있다”며 “이제 양미리 조업도 시작되는 만큼, 앞으로 바다 날씨가 좋아 조업이 순조롭게 이뤄지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고명진 기자 mjgo9051@hanmail.net
풍랑특보 해제로 다음날 출어를 위해 지난 16일 오후 장사항에서 어민들이 그물을 손질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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