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노동인권의 당사자인 청소년들과 전문가, 교사가 참여하는 속초시 청소년 노동인권 정책 토론회가 지난 15일 속초문화예술회관에서 열렸다.
이번 토론회는 속초시의회가 주최했으며 경동대 산학협력단, 속초YMCA, 속초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가 협조했다. 김철수 속초시장, 최종현 시의회 의장, 김정한 속초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 이철 소상공인연합회 속초지회장 등 속초시와 시민사회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해 청소년 노동인권에 뜨거운 관심을 드러냈다.
속초시의회는 지난 7월 ‘속초시 청소년 노동인권 보호 및 증진조례’를 제정했고 이에 발맞춰 8월부터 9월에 걸쳐 ‘속초시 청소년 노동인권 실태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이번 토론회는 이 실태조사 결과 보고를 겸하는 자리로 마련된 행사였다.
‘일하는 청소년들의 말을 듣다’는 제목으로 진행된 이번 토론회에는 유혜정 속초시의원이 사회자로 나섰으며 경동대 박상진 교수, 서울시교육청 전명훈 노동인권전문관, 속초고 김정욱 학생과 학교 밖 청소년 김단비 양, 속초YMCA 김원범 사무총장, 설악고 한순애 교사가 발제와 토론에 참여했다.
경동대 박상진 교수는 속초시 청소년 노동인권 실태조사 결과 발표에서 구직 방법·노동시간·부당대우·성별 차이 등에 대해 짚었다. 그리고 이러한 조사를 바탕으로 청소년 노동에 대한 기성세대의 인식개선, 청소년들이 참여할 수 있는 노동 유형 확대 및 노동 환경 개선 등을 정책적으로 지향할 것을 주문했다. 또한 박 교수는 노동자가 대다수인 사회에서 노동의 가치를 귀하게 여기고 청소년을 포함한 노동자들이 행복한 사회를 열어가자고 역설했다.
서울시교육청 전명훈 노동인권전문관은 ‘청소년 노동인권 관련 정책과 사회의 역할’이란 발제에서 노동인권 개념과 청소년 노동인권의 현황에 대해 설명하고 노동인권교육의 방향성과 지역사회의 역할에 대해 논했다. 전 전문관은 청소년 노동인권 조례만 만들고 후속조치는 취하지 않는 지자체가 적지 않다면서 속초시의 정책 추진 의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속초고 김정욱 학생과 학교 밖 청소년 김단비 양은 청소년 노동의 당사자로서 이야기를 들려줬다. 1주 84시간 노동, 임금차별, 성희롱, 부당해고 등을 겪은 김 양은 사업주와 청소년에 대한 노동인권교육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속초고 김 군은 또래의 친구들에게 파악한 결과 아르바이트 구직 시 학교에 따른 차별이 존재한다고 말해 어른들의 편견을 돌아볼 수 있게 했다.
속초YMCA 김원범 사무총장은 청소년 노동인권 정책에 대해 제언하며 ‘청소년이 일하기 좋은 가게’를 선정해 혜택을 주자는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설악고 한순애 교사는 청소년들을 공부만 하는 존재가 아니라 지역사회의 일원이자 노동의 주체로 인식해 청소년들이 노동인권을 누릴 수 있도록 하자고 주문했다.
종합토론에서는 속초 교동 주민 최정화 씨가 청소년 노동인권 문제는 노동, 청소년, 성차별의 문제가 복합적이므로 관련 기관의 종합적인 대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삼성 반도체 직업병으로 딸을 잃은 후 사회운동에 투신해 올해 ‘속초시 자랑스러운 시민상’(인권평화 부문)을 수상한 황상기 반올림 대표를 시민과 청소년 노동교육에 적극 초빙하자고 제안했다. 이광호 객원기자
속초시의회 주최로 wlskss 15일 속초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속초시 청소년 노동인권 정책 토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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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속초 청소년 4명 중 1명 부당대우 경험
시의회·경동대 산학협력단, 청소년 노동인권 실태조사 결과
응답자 절반 아르바이트 경험…“학교서 노동인권교육 필요”
속초시의회가 경동대 산학협력단과 공동으로 실시한 ‘속초시 청소년 노동인권 실태조사’ 결과, 청소년 아르바이트 경험자 4명 중 1명꼴로 부당한 대우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동대 백승학·박상진 교수가 주관한 실태조사는 지난 8~9월에 걸쳐 속초 소재 3개 고교(속초고·속초여고·설악고)와 속초 거주 학생의 재학 비율이 높은 동광산업과학고, 이렇게 4개 고교재학생과 학교 밖 청소년, 총 534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이 조사대상 인원은 2019년 8월 현재 속초시 청소년 인구 2,871명 중 18.6%에 해당한다.
이번 조사 결과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부당대우를 경험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응답자 247명 중 24.7%인 61명이 경험했다고 답했다. 청소년들이 경험한 부당한 대우는 ‘약속 이외 업무’(17.9%), ‘약속보다 긴 노동시간’(16.3%), ‘계약보다 적은 임금’(17.9%) 등의 순이었다. 또한 조사단의 분석에 따르면 부당한 대우의 모든 사례에서 여자 청소년이 남자 청소년보다 부당한 대우를 많이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령, 약속보다 길게 일한 경우가 남자는 2명인데 비해 여자는 18명이나 됐다. 잘못을 이유로 임금을 삭감당한 경우가 남자는 없었지만 여자는 6명이었다.
아르바이트 시 ‘계약서 작성’ 여부에 대해 28.9%만이 계약서를 작성했다고 답했고, 아르바이트 시 업주로부터 근로 조건에 대해 설명을 들은 경우는 해당 항목 응답자 268명 중 195명(72.8%)에 그쳤다.
속초 및 인근 지역 청소년들의 노동실태에 관해 종합적으로 진행된 이번 조사에서는 응답 청소년 519명 중 절반인 262명(49.1%. 유효 퍼센트 50.5%)이 ‘아르바이트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속초 청소년들의 아르바이트 경험 비율이 상당히 높은데 이는 2018년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연구에서 우리나라 청소년 아르바이트 경험 비율이 11%인 것과 비교하면 두드러져 보인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2016년 연구에서 청소년 중 중학생을 제외한 고교생들의 아르바이트 경험 비율이 21%로 나타난 것과 비교해도 속초지역 청소년들의 아르바이트 경험 비율이 2.5배에 이른다.
아르바이트 경험을 성별로 나눠보면 남자 45.1%, 여자 55.8%로 여자가 남자에 비해 10% 이상 높았다. 학교 밖 청소년의 경우는 아르바이트 경험자가 72%로, 전체 응답자 중 경험자 비율과 비교할 때 20% 정도 높았다.
아르바이트 종류로는 음식점 비율이 압도적이었다. 응답자들은 최근에 한 아르바이트로 △음식점(60.2%), △기타(10.2%), △카페(7.6%), △패스트푸드점(6.1%), △편의점(5.3%) 순으로 꼽았다. 아르바이트 시 고려사항으로는 △급여(54.2%), △근무환경(16.3%), △업종(8.0%), △경력도움 및 근무조건(6.4%), △안전 및 난이도(5.3%) 등의 순으로 응답했다.
청소년들은 개선 사항으로 △임금 수준(25.1%), △사회적 인식 개선(14.3%), △좋은 일자리 확대(12.8%), △아르바이트 정보제공(12.4%), △노동환경 개선(9.3%), △사업주 노동인권교육(8.2%) 등을 요구했다.
이광호 객원기자 campi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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