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부터가 인간 냄새 물씬 풍기는 친근함이었다.
성민이가 몇 살인지 궁금했고, 성민이가 들고 찍은 인삼은 그냥 판매용이 아닌 정말 사람 몸을 위해 귀하게 키워낸 듯한 느낌이었다.
고성군 죽왕면 구성리, 왕곡마을 지나 한참을 외길 따라 들어가다 보면 주변의 풍경과는 왠지 어울리지 않는 새로 지은 집이 나온다. 그곳이 바로 성민이네 집이다.
김종혁(43)·조나진(43) 부부는 10년째 2500평의 인삼밭을 지키고 있다.
인삼은 사람의 모양을 닮아 지어진 이름으로 몸에 기를 돋우어주는 보약으로 아주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고 있다. 지금도 한국산, 고려인삼이라 하면 최상품으로 세계적이란 평을 듣고 있다.
하지만 정작 인삼재배 농가에선 상황이 제각각이다. 마치 인삼의 대명사처럼 되어버린 대기업 브랜드의 인삼 제품은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지만, 성민이네처럼 소규모 개인 상거래로 명을 이어가는 인삼재배 농가들은 종종걸음치며 매일 인삼밭에서 땀을 흘려야 ‘겨우 먹고 살’만이 되는 것이다.
인생 절반 인삼과 함께 살아와
김 대표 부부의 인삼 재배 인연은 아주 오래다.
농대에서 만난 동갑내기 부부는 학창시절 실습을 나간 곳이 바로 인삼밭이었다고 한다. 그렇게 시작된 인연으로 김 대표는 인삼재배 농가에 직원으로 들어가 4년 가까운 시간을 보내며, 인삼재배에 대한 노하우를 익혔다.
젊은 시절 막연히 꿈꿔왔던 내 땅에 대한 소망을 처음으로 이룬 곳이 고성이었고, 여기에 무엇을 심을지 고민은 깊지 않았다.
대학 시절부터 연인으로 시작해 부부가 되고, 아빠엄마가 되면서 적어도 내 자식만큼은 흙의 소중함을 알고 자연이 내어주는 것들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르치고 싶었고, 그 꿈의 절반은 이뤘다.
씨를 뿌려 1년 정도 키운 묘삼을 사서 밭에 심고 6년이란 인고의 시간을 거쳐 판매용으로 인삼을 수확하기 시작했다.
그 사이 몇 번의 고비가 있었을까. 고성에서의 인삼재배는 정말 겪어본 사람만이 아는 기후적 악조건을 이겨내야 했다. 특히나 봄만 되면 돌풍에 가까운 거센 바람이 불어 묘삼이 쉽게 상처를 입었고, 상품 가치는 당연히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여러 해를 전쟁 치르듯 눈, 비, 바람 맞으며 견디다 보니, 고성의 변덕 심한 날씨도 이겨낼 수 있는 그들만의 노하우가 생겨났고, 10년이 지난 지금은 그간의 수고에 대한 보답으로 ‘상’품의 인삼을 생산할 수 있게 됐다.
중도에 인삼재배 포기 농가 많아
고성에서 인삼재배를 시도한 농가들은 꽤 있지만, 중도에 그만두는 농가의 수도 그만큼 됐다. 품질 좋은 인삼을 재배해도 판매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어려움은 성민이네라고 비껴가지 않았다.
김 대표 부부는 4년 전 첫 수확을 시작으로 올해는 800kg 정도의 인삼을 수확했다. 거래의 대부분은 개인이어서 인터넷 몰이나 자체 홈페이지를 활용해 지속적으로 홍보를 하고 있지만, 아직은 큰 수익을 내진 못하고 있다.
김 대표 부부는 처음부터 큰 욕심 없이 인삼 재배를 시작했기에 어려운 고비도 서로를 응원하며 함께 이겨낼 수 있었다.
해외 수출 꿈, 아직 진행 중
최근엔 한 달에 두 번씩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리는 프리마켓에서 성민이네 인삼을 홍보하고 있다. 외국인 쇼핑객들을 주 타깃으로 삼았지만, 인삼의 쓴맛 때문인지 외국인들의 반응은 호불호가 분명하단다.
처음부터 중국, 일본, 베트남 등 해외 수출을 염두에 두고 인삼재배를 시작했고, 그 꿈은 아직 진행 중이다. 쉽게 열리진 않겠지만, 계속해서 수출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갓난아이였던 성민이가 벌써 초등학교 2학년이 되었다. 아장아장 인삼밭을 놀이터 삼아 놀던 아이가 자라듯, 성민이네 인삼도 그렇게 쑥쑥 성장세를 이어가길 희망해 본다.
김 대표 부부는 “언제부터인가 이곳이 고향인 것 같고, 여기서 시작했으니 여기서 끝내고 싶다는 바람이 생겼다”며 “성민이네 인삼이 대한민국의 꼬리표를 달고 해외에서 판매되는 그날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미영 기자 nurugo@hanmail.net
김종혁·조나진 부부와 아들 성민이.
성민이가 밭에서 갓 캔 인삼을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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