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이 1장밖에 남지 않은 12월이다. 12월은 가슴이 아팠던 일들이나 하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던 일들을 모두 잊고, 새롭게 시작하는 새해를 준비하는 달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새롭게 시작하는 해를 앞두고 희망에 들떠 있어 추운겨울, 힘겹고 어렵게 살아가는 이웃을 생각하지 못한다. 겨울은 어려운 사람들에게 유난히 힘겨운 계절로 그들의 어려움을 헤아려야 한다.
자선은 돈보다 마음이다. 돈이 많다고 해서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에게 도움을 줄 수 있고 가난하다고 해서 이웃을 외면하는 것은 아니다. 마음에서 느껴야하는 것이다. 자선단체에 기부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부자보다는 평범한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자선은 쓰고 남은 것, 자신에게 필요 없는 것을 주는 것이 아니다. 콩 한쪽이라도 나누어 먹는다는 마음이 더 중요하다. 물질적인 것보다 가난한 이웃의 마음부터 헤아려야 하는 것이다. 보이지 않은 곳에서 불우한 이웃들을 위해 애쓰는 사람들이 있기에 우리사회가 따뜻한 것이다. 가나한 사람들에게 자선을 베푸는 사람을 그린 작품이 무리요의 ‘빈민들에게 음식을 나누어 주는 알카리의 성디에고’이다. 이 작품은 성디에고의 자선을 표현하고 있다.
1400년 스페인 안달루시아 지방의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디에고는 어린 시절 금욕적인 생활을 하는 수도사를 봉양하면서 평생 신앙생활을 하기로 마음을 먹는다. 프란치스코 수도원에 들어간 디에고는 다른 수사들의 식사를 준비하는 일을 맡고 있었다. 부엌에서 일을 하는 바쁜 와중에도 그는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 일이라면 적극적이었다. 불우한 이웃에게 베풀라고 거듭 강조하신 예수그리스도의 말씀을 실천하기 위해서다. 디에고의 너그러움이 널리 알려지자, 수사 중의 한 사람이 그가 수도와 부엌에 있는 음식을 수사복에 숨겨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준다고 의심했다. 그러나 그가 디에고가 입고 있는 수도복을 조사하자 옷에서 꽃이 나왔다고 한다. 그뿐이 아니라 디에고는 로마를 여행하던 중에 카엘리 수도원에서 병든 수사들을 보살폈을 정도로 평생 가난하고 병든 사람들에게 봉사하는 삶을 살았다.
자원봉사활동의 원칙은 대가를 바라지 않는 이타심이 바탕이 된 자발적인 참여와 헌신하는 마음으로 실천하여 자신이 만족감을 느끼는 것이라고 한다. 자원봉사활동은 물질적인 보상보다는 정신적인 인정과 격려와 감사의 표현이 장기적으로 효과적이다. 경제적인 보상은 사기진작에 긍정적이지만 이념이 훼손 되지 않는 범주 내에서 이루어진다면 크게 문제될 것 같지 않다.
현대 사회에서 자원봉사는 국가의 중요한 재원이다. 경제활동의 은퇴기에 있는 베이비붐 세대에게는 자긍심과 노년기를 개척할 수 있는 제2의 경제활동 기회를 제공하고 G세대들에게는 지역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역할과 인간애와 함께하는 장을 제공함으로써 미래의 국가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장세호
전 자원봉사자 강원도협의회장
전 속초시자원봉사센터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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