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강원도청 관광마케팅과에서 발표한 통계자료를 분석해 봤다. 2016년~2018년까지 3년간 관광객수와 도내 1,000만명 이상 관광도시의 관광객 추이를 조사한 것이다. 그 결과 여름한철에 관광객이 집중되고, 비수기가 존재하는 피서관광지 이미지를 탈피하고 사계절 오감만족 관광트랜드를 잘 읽어낸 지자체가 꾸준히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또한 정선군을 특별히 언급하며 연중 관광객 분포가 봄 20%, 여름 20%, 가을 33%, 겨울 27%로 특정시기에 관광객이 몰리지 않는 가장 이상적인 ‘황금비율’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강원도 전체 관광객수는 2016년 1억1,507만명, 2017년 1억2,264만명, 2018년 1억2,525만명으로 꾸준히 증가추세에 있다. 통계내용 중 주목하고자 하는 부분은 1,000만명 이상의 관광객을 유치하는 지자체의 관광객 추이이다. 도내 18개 시ㆍ군 중 1000만명 이상의 연중 관광객을 유치하는 도시는 6개 시ㆍ군으로, 2018년말 기준 강릉 1925만명, 속초 1703만명, 춘천 1,094만명, 정선 1,094만명, 양양 1,031만명, 평창 1,008만명으로 파악됐다.
우리 속초시는 2016년 1,451만명, 2017년 1,439만명, 2018년 1,703만명이고, 3년간 여름관광객 비중이 같은 해를 기준으로 78%, 45%, 38%로 줄고도 전체 관광객은 늘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단지 서울양양고속도로 개통과 영동고속도로 연장 개통의 교통망 확충을 통해 운 좋게 관광객이 증가한 것은 아니고, 속초시 관광과를 중심으로 모든 공직자 분들과 시민들이 함께 관광콘텐츠 개발에 노력한 결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먹방’의 유행 이후 관심이 높아진 속초의 특색 있는 먹거리와 복고풍의 인기 등 관광트랜드를 잘 읽었고, 다른 도시에 비해 잘 갖춰진 호텔, 리조트, 콘도 등을 바탕으로 교통망 확충과 트랜드의 적절한 조합을 시의적절하게 활용해 시너지 효과를 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특히, 기존의 신선한 수산물에 닭강정과 튀김ㆍ호떡이라는 킬러콘텐츠가 입소문을 타며 식도락 관광지로 각광받게 되었고, 속초중앙시장은 지난해 도내 전체 관광지 중 방문객 3위로 순위권에 처음 등장했고, 올해 1분기 집계에서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최고 인기 관광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양양·강릉으로 관광객 이탈 추이
그럼 1000만명 이상 연중 방문하는 도내 6개 시ㆍ군 중 3년 연속 관광객이 증가하고 있는 곳은 어디일까. 조사결과 강릉과 정선 두 군데로 파악되었는데, 강릉의 경우 기존의 관광인프라를 바탕으로 동계올림픽 개최와 제2영동고속도로 및 KTX강릉선 개통으로 수도권과의 이동거리가 더 가까워진 것이 큰 기회요인으로 작용해 관광객이 급증하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정선의 경우에는 새로움과 복고를 합친 뉴트로 전략수립의 일환으로 아리랑시장의 인기몰이가 주 원인이라고 한다.
그럼 북쪽으로는 속초시와 남쪽으로는 강릉시와 연접해 있고, 관광도시로서 협력과 경쟁을 함께 해야 하는 양양군 관광의 최근 현황은 어떨까. 서울양양고속도로와 최근 플라이강원 취항에 따른 광역교통망 확대, 송이와 연어로 대표되는 양양군만의 차별화된 상품, 그리고 하조대와 죽도를 중심으로 전국 제1의 서핑관광지로의 부상 등으로 3년 연속 1천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아오고 있다. 최근에는 낙산도립공원 해제라는 호재도 있어 많은 투자가 양양에 몰리고 있다.
물론 양양군에 관광객이 많이 찾는다는 것은 천혜의 관광자원을 갖춘 우리 속초시로 관광객이 유입된다는 의미에서 보면 나쁘지 않는 현상일 것이다.
하지만 우려되는 것은 서울양양고속도로와 양양국제공항을 이용하여 양양을 찾는 관광객들이 속초방향으로 오지 않고, 양양과 강릉구간으로 이탈하는 추이가 늘고 있어 양양·강릉, 강릉·양양의 테마관광벨트가 형성되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에서 양양을 경유하여 오는 고속버스 승객 중 젊은층 위주로 양양에서 하차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고, 포털사이트의 커뮤니티 공간 중 1천8백만명이 가입되어 있는 네이버 중고나라, 1백만명 이상이 가입되어 있는 디젤매니아 등의 카페 게시글 중 먹을것, 볼것 전체적으로 어디가 더 좋나요?라고 하면서 속초 VS 강릉을 물었을 때 이용자들의 반응을 보면 충격적이다. 젊은층의 언어로 닥강(닥치고 강릉)이라는 댓글이 주를 이루고 있다.
한국도로공사로부터 받은 최근 2년간 주요 톨케이트 이용차량 누적대수를 보면 △속초IC 2017년 158만4,672대, 2018년 194만5,716대 △양양IC 2017년 121만674대, 2018년 163만5,599대 △북양양IC 2017년 75만9,779대, 2018년 118만5,526대이다. 이를 보면, 2017년 대비 2018년 증가분은 속초IC 36만1,044대, 북양양IC 42만5,747대, 양양IC 42만4,925대이다. 이 조사결과를 보아도 양양군 쪽으로의 관광객 이동 증가 추세를 쉽게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민간자본 유치 총괄할 전담 조직 필요
잘 아시다시피, 우리 속초시는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보기 드물게, 산·바다·호수·온천 등 천혜의 자연환경과 관광인프라를 갖춘 ‘글로벌 국가대표 관광도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의 속초시는 남북평화교류의 메카가 될 고성군과, 양양국제공항을 지닌 양양군, 2017년부터 속초시를 제치고 선두를 달리고 있는 강릉시 등 잠재적 경쟁력을 구비한 인근 지자체와 불가피하게 경쟁구도에 놓일 수밖에 없는 복잡구도로 향하고 있다.
글로벌 관광거점으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하는 동시에 추동력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에 대해 각 분야별로 대안을 갖춘 실현가능한 균형적 관광정책전략을 수립하여 선진해양관광도시로 지속 발전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 세계적인 선진 해양관광도시를 심도 있게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홍콩이나 싱가폴, 캐나다의 벤쿠버 등 글로벌해양관광도시를 연구 분석하여 해안과 호수 주변은 어떻게 개발하고 있는지, 많은 관광객을 해안과 호수주변으로 유인하기 위하여 경쟁력 있고 매력적인 관광레저시설은 어떻게 유치하고 운영하고 있는지 등을 벤치마킹하여야 한다.
이를 연구해보면 속초항과 청초호 그리고 영랑호의 해안 및 호수변지역과 장사·영랑·청호·대포동의 해안주변지역의 개발방향을 정립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며, 향후 지역발전 방향에 반영하여 시정현안으로 추진하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해양관광도시로서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경쟁력 있는 관광레저시설과 기업을 적극적이고 공격적으로 유치하여야 한다. 그러려면 민간자본 유치를 총괄적으로 전담하는 조직과 전문인력이 필요하다. 현재와 같이 각 부서별로 분산된 기능과 역할로는 민간자본을 원활히 유치하는 데 한계가 있다.
현재 속초시에서는 북부권 관광인프라 조성을 중심으로 많은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영랑호생태탐방로 조성, 어촌뉴딜 300사업 추진, 장사항 인근 일원의 관광 특화자원화, 구)붉은대게타운 부지 관광시설 민자유치 등 침체된 속초북부권에 체험ㆍ볼거리 등 관광객 체류여건 조성기반을 계획하고 있다.
여기에 다른 도시들과 차별화된 설악산과 동해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는 해상케이블카 설치, 청초호 칠성조선소 부근 복합테마관광지 조성, 장사항에서 나폴리아간 해안도로 및 명품해안산책로 조성, 새로운 영랑호유원지 조성계획 수립과 이행, 설악대교와 금강대교 조명공사와 연결하여 여수 밤바다와 여수 낭만포차거리와 같은 야간관광테마 조성이 함께 향후 이루어진다면,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최고의 관광도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마부정제(馬夫停蹄)’라는 말이 있다. ‘달리는 말은 말굽을 멈추지 않는다’는 의미로, 지난 성과에 안주하지 말고 더욱 발전하고 정진하겠다는 뜻이다. 속초는 우리 부모님들과 선배님들이 황무지와 거센 바다에서 억척스럽게 일궈놓은 국가대표 관광도시이다. 마부정제의 마음으로 준비한다면, 우리 속초시는 국내 어느 도시도 따라올 수 없는 ‘글로벌 해양관광도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강정호
속초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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