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군이 농번기를 맞아 지난 21일부터 농업기계임대사업소를 운영 중이다. 농기계임대사업소는 일요일을 제외하고 부처님 오신 날이나 어린이날 등 공휴일에도 문을 연다. 군은 농업기술센터, 남부, 북부 등 모두 3곳의 농기계임대사업소를 5월 말까지 운영한다.
고성군농업기술센터 김동운 주무관은 지난 2005년부터 농기계 임대와 수리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그는 농업기계산업기사, 농기계정비기능사, 농기계운전기능사, 전기용접기능사 등등, 관련 자격증을 한 손으로 꼽기 힘들 정도로 많이 소지한 농기계 전문가이다. 농업에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는 드론 자격증도 갖고 있다.
농번기를 맞아 임대사업소 휴일 운영을 막 시작한 지난 23일 만난 김동운 주무관에게 “앞으로 몇 달간 고생이 많겠다”고 말을 건네자, “그래도 이전보다는 괜찮은 상황”이라고 답했다. 재작년까지는 일요일에도 출근해야 했는데, 주 52시간 실시 등 장시간 노동을 줄이려는 정부 방침에 따라 작년부터 일요일에는 쉴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김 주무관은 임대사업소에서 농기계 입·출고부터 수리, 교육, 사무, 신기종 시연회 운영 등 다양한 일을 하고 있다. 농민들이 빌려 간 농기계에 문제가 생기면 현장에도 출동해야 한다.
농번기에는 임대사업소에 곤란한 일들이 적지 않게 발생한다. 농기계 대여 일정이 빈틈없이 잡혀 있는데, 무작정 농기계를 빌려달라고 우기는 사람이 간혹 있다. 농번기에는 다들 바쁘기 때문에 고집을 부려도 빌려줄 수가 없다.
농기계를 빌려 가면 자주 고장을 내 오는 이도 있다. 고장 난 기계를 점검해 보면 대부분 원인이 드러난다. 상당수는 알려 준 작동법을 따르지 않아서이다. 때론 고장 난 이유가 본인 잘못이 아니라 기계 문제라고 우기는 이들도 있어 실랑이가 벌어지곤 한다. 책임 소재가 애매하면 빌려 간 이에게 책임을 묻지 않고 넘어가지만, 본인 잘못을 조금도 인정하지 않는 이들을 볼 때면 김 주무관은 답답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기계가 크게 손상을 입게 되면 그 사람만 문제가 되는 게 아니라 다음 예약자들도 줄줄이 못 쓰게 된다. 예비 기계가 있을 경우는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으면 임대사업소에서 빌릴 기계만을 염두에 둔 다른 농민들은 1년 농사가 어긋나 애를 먹게 된다.
“어차피 더러워질 텐데”라며 농기계를 쓴 후 세척하지 않고 지저분한 상태로 반납해 말문을 막히게 하는 이들도 있다.
그래도 김 주무관은 보람도 자주 느낀다. 농민들이 “김 주무관이 알려 준 대로 했더니 기계를 잘 쓸 수 있었다”고 말해 주면 그것만으로 흐뭇해진다. 농기계 순회 수리를 나가면 농작물을 챙겨 주시는 이들이 있는데 한사코 거절해도 고마움을 표현하기 위해 억지로라도 가져가게 해서 마냥 마다하기 어렵다고 한다.
김 주무관은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이 말을 꼭 하고 싶다고 했다.
“농기계는 알려드린 작동법대로 자신의 것처럼 소중히 다뤄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다음 사람이 사용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광호 기자 campin@hanmail.net
고성군농업기술센터 김동운 주무관.
농업기계임대사업소에서 장비를 수리 중인 실무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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