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4월 4일 고성과 속초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한 지 벌써 1년이 됐다. 작년 산불은 막대한 피해를 남겼고 또한 피해보상을 둘러싼 지역민 간의 갈등을 유발하기도 했다. 산불 피해는 많은 지역 주민들에게 여전히 진행 중인 사안으로 산불의 흔적은 아직도 우리 주변에서 쉽게 관찰할 수 있다. 화재 피해를 입은 그날의 현장이 복구되지 못한 채 그대로 방치된 곳이 지역 곳곳에 산재해 있다. 피해 지역 인근에서 고층 건물이나 언덕에 올라가면 불탄 나무가 잘려나간 광경이 시야에 광범위하게 들어온다. 4.4고성·속초 산불 1년을 맞아, 산불 발생과 피해현황을 짚어보고 복구상황, 피해보상, 향후 과제 등을 3회에 걸쳐 살펴본다.<편집자 주>
거센 불길에 주민들 피난행렬
작년 4월 4일 오후 7시 17분께 고성군 토성면 원암리의 한 전신주에서 튄 불꽃이 강한 바람을 타고 사람이 손쓸 틈도 없이 주변으로 빠르게 번지면서 대형 산불이 시작됐다. 작년 11월 경찰이 발표한 바와 같이 산불은 한국전력의 부실한 관리와 시공이 원인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노후화된 전선이 끊어져 대형 산불이라는 인재가 발생했다. 경찰 조사 후 한전 관계자와 전신주 관리를 맡은 협력업체 직원 등 9명이 불구속 입건됐는데, 이재민들은 막대한 피해 규모를 고려할 때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을 보였다.
화재 당일, 강한 바람 때문에 산불 초동진압이 힘들었고 소방청에서는 오후 8시 30분경 인근 지역 소방서에도 출동을 지시했다. 불이 토성면과 영랑호 주변으로 광범위하게 번지기까지 두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산불은 오후 9시쯤 용촌리 일대까지 내려왔고 어느새 동해안에 다다랐다. 오후 10시가 다 된 시간에 전국 소방서에 출동 지시가 내려졌다. 주요 시설과 민가에서는 화재에 맞서기 위해 밤새도록 사투가 이어졌다. 밤 11시부터는 불길이 더 거세져 그 세력을 확장해 가면서 주민들의 대피행렬은 절정에 달했다. 오전 1시 이후 강풍이 잦아들 때 진화에 나선 이들의 노력으로 불길이 한동안 주춤해졌지만 오전 3시를 지나며 바람이 다시 강해지자 화마가 재차 기승을 부렸다. 해가 밝아 오면서 대부분의 큰불이 잡혔고 잔불 정리는 이날 오후 6시까지 계속됐다. 당시 TV들은 산불진행 상황을 생중계로 보도해 전국적으로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막대한 피해…특별재난지역 선포
산불은 하룻밤 사이에 대부분 진화됐지만, 지역에 막대한 피해와 후유증을 남겼다. 고성군에 따르면 작년 산불로 고성에서는 506세대 1,190명의 이재민이 발생했고, 486동의 주택이 피해를 입었다. 화재 피해 주택 전체 486동 중 전파는 346동이었고 반파는 53동, 부분 소실은 87동이었다. 산림 피해 면적은 축구경기장 1,200개 정도의 면적인 929.92ha로 그중 국유림과 공유림은 각각 45ha, 59ha였고 사유림이 826ha로 피해 면적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재산피해에서는 중소상공인의 피해가 가장 컸다. 전체 피해액 2,071억원 중 중소상공인은 821억원, 주택·건물 617억원, 농축산 등은 206억원의 피해액을 기록했다. 피해 마을은 용촌 1∼2리, 인흥1∼3리, 성천리, 원암리, 봉포리 등 토성면의 8개 마을이었다.
물질적인 피해만 발생한 것은 아니다. 피해보상을 둘러싼 주민 간 갈등은 현재에도 심각한 상황이다. 피해보상과 관련된 비상대책위원회가 여러 개로 흩어져 있고 각 비대위 지도부 간에 감정적인 대립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속초지역은 산림 327ha가 불타고 시설물 2,792건(공공시설 130건, 사유시설 2,662건)이 피해를 입었다. 또 가옥 87동이 불에 타 이재민 170여명이 발생했다. 장천마을은 21가구 40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했고, 영랑호 산책로 주변의 산림과 빌라형 콘도 61동 중 27동이 피해를 입었다.
산불 발생 후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이낙연 국무총리, 정부 부처 장관과 정치인, 경제인 등이 잇따라 산불피해지역을 방문해 이재민들을 위로하고 각종 피해복구대책을 약속했다. 정부는 산불 발생 이틀 후인 6일 속초시와 고성군을 비롯한 동해안 대형산불 피해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이광호 기자 campin@hanmail.net
지난해 4월 산불로 피해를 입은 주택.
지난해 4월 4일 밤 산불이 거세게 번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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